남편의 이직
남편이 20년 다닌 직장에서 이직을 했다.
그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니 안쓰럽기도하고 내가 힘이 되어주지 못하는것같아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나이 50이 넘어서도 불러주는 곳이 있으니 능력있다 칭찬해줘야지 하던중에 내 본심이 담긴 인정의 말이 튀어나왔다. 남편이 좋아하는 안주를 챙겨주며 툭하고 말문을 여니 평상시 무뚝뚝하고 표현을 잘 안하는 그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있다.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의 남편은 고맙다는 표현을 쑥스러워 그렇게 행동한 것이리라. 17년을 같은 집에서 살아왔음에도 항상 남같은(?) ㅋㅋ 남편이지만 객관적으로 대단해보이는건 사실이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그동안 한 직장에서 쌓아온 수많은 것들과 인정, 인간관계, 편안함, 그리고 누릴 수 있는 혜택을 포기하고 떠난다는 사실이 아주 많이 불안했을것같다. 생각해보면 나도 그다지 오래 몸담지 않았던 몇년의 강사 활동을 그만두었을때 꽤나 마음이 싱숭생숭했었으니까. 그때가 떠올라 나는 작은 것이나마 위로를 건내고 싶었다. 그는 어찌보면 가족과의 시간보다 회사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을 것이고, 젊은 시절 청년의 패기와 자신의 열정을 쏟아부었을텐데 그곳을 정리하는 느낌은 어떨까 궁금하기도했다. 이직을 제안받고 최종 결정까지의 그 힘든 과정을 옆에서 고스란히 같이 느껴본 동반자로서 남편이 너무나도 힘든 선택을 한 것임을 알기에 나는 그사람의 모든 말을 경청해주리라 마음먹었다. 그것이 나의 위로의 한 방법이자, 나는 해내지 못한 것을 해낸 남편에 대한 존경심의 표현이었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크게는 어떤 직장을 다닐지, 어떤 방법으로 아이를 키울지부터 해서 소소하게는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시간을 보낼지 등등 끊임없는 선택의 순간들을 맞딱뜨린다. 그런 순간마다 엄청난 부담감과 불안함을 안고 갈것이다. 그것은 사람이 살아가는동안 평생 함께 해야하는 감정일수 있다. 하지만 그럴때 곁에서 함께 지켜봐주고 공감해주며 위로를 건네주는 이가 있다면 앞으로 한발자국 나아가기 쉽지 않을까? 조금은 덜 힘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렇기에 인생의 큰 한 페이지를 닫고 새로운 페이지를 다시 시작하는 남편을 위해 작은 마음이나마 위로를 건네본다.
불안의 시대에 서로 의지하며 함께 헤쳐나아가자! 아자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