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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엥 Dec 28. 2024

글을 쓰기 시작하다.

  내게 글을 쓴다는 것의 의미는 휘몰아치는감정의 소용돌이를 잠재우는 한 방법이자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어가는 우울한 순간으로부터의 탈출을 의미한다. 아니면 해결되지 못하고 쌓여있는 욕구를 분출하는 다른 방법일수도.. 가끔은 인간의 밑바닥에 깔려있는 저급한 본성을 드러내는 너른 마당이 되기도한다.

  따스하고 아무일이 없는 평안한 오후의 어느날, 갑자기 어떤 생각이 떠오를때가 있다.나는 유년기 청소년기를 지나 어른이 된 후에 가슴이 저릴 정도로 마음이 아프고 눈물이 나는 상황에서도 솔직하게 자유롭게 감정을 쏟아낸적이 거의 없었다. 어찌보면 감정을 숨기고 표현을 자제하는 환경이나 내 타고난 성향에 익숙해졌던 것일까. 그래도 그 와중에 애잔한 나의 감정들이 튀어나갈수 있던 유일한 창구가 글을 쓴다는 행위였다.

  어떤 순간엔 갑자기 분수에서 물이 막 뿜어져나오듯 내 감정을 써내려가고싶은 욕망을 느끼기도했었다. 그건 타인에게는 절대 들키고 싶지 않았던 누추한 내 환경이나 말하고 싶지 않았던 상처들,도저히 내 정상적 사고로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던 무례하고도 개념 없는 시댁 식구들과 있었던 에피소드 등 기타 등등을 어딘가에 후련하게 뱉어내고 싶었던것같다.

  하지만 나는 감정표현을 참고 살아오는게 익숙해져버린 그런 어른아이로 성장해있었고 겉으로는 봐줄만한 외모에 스펙을 갖고있었기에 어느정도 사회생활은 꾸려나간것같다. 그러나 나는 사이가 좋지 않은 남편과의 결혼생활의 스트레스를 끊임없이 먹는 걸로 해소하곤했다. 아주 가끔은 혼자 글을 쓰며 나를 다잡았던 기억도 있었다. 그덕에 나의 몸집은 기존 체중에서 20키로가늘어버렸지만 안타깝게도 글쓰기 실력은 늘지 않았다 ㅡㅡ;

  나는 생계를 같이 하는 인간과 거의 대화가 통하지 않는 세월을 보냈다는 그 자체가 너무 힘겨웠다. 사랑이라 착각했던 순간의 감정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원망과 선택에 대한 후회가 쌓인 세월이었다. 서로를 인정해주지도 못하면서 놓지도 못하고 행복하지도 못한 애매한 관계의 지속. 상대방이 채워주지 못하기에 끊임없이 스스로 자존감을 세워가며 지탱한 날들이 익숙해지자 동반자의 자리가 점점 좁아져갔다. 필요로하지 않고 각자 알아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가는 것이다. 같은 공간에서 공동육아는 하고 필요할때는 서로 돕기도 하지만 감정도 시간도 취미도 공유하지 않는 관계. 딱 그정도의 관계. 말로는 내놓을 자신도 없고 그러고싶지 않을때 그럴때, 솔직한 내 감정을 글로풀어가면 드러내놓을 용기가 생기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살기위해 발버둥치는 나를 붙잡아주는 너무나도 소중한 행위가 글쓰기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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