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축산인 부부가 되기까지

귀농을 위한 절차 Step 1. 회사 그만두기 및 부모님 설득하기

by 여름날의 구황삼치

Fact


1. 직장생활 3년 차, 나는 30살, 남편은 33살

2. 남편은 회사에 사직서를 냈고, 나는 휴직계를 냈다.

3. 나는 임신 중이며, 9월 말 출산 예정이다.

4. 모아놓은 돈은 없고, 이제 월급도 안 들어온다.


So?

5. 고향으로 귀농하여 아빠가 운영하는 한우농장을 물려받아 운영 중이다.

(운영해 본 지 한 달도 안됨)





Prologue 1.


간단하다. 귀농을 결정하기까지 6개월이 넘는 시간을 고민하여 귀농을 했음에도 글로 쓰니 이렇게 간단하다. 무언가 나의 인생도 간단해지는 느낌이 든다.


2016년도 5월 25일, 고향으로 이사 온 날.

첫째, 회사를 안나가도 된다. 나는 자유다!!!!!!!

둘째, 공기가 좋다.

셋째, 뭐 그냥 좋다. 뭐가 좋은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여하튼 이사 온 날의 기분이었다.

같은 회사를 다니었던 남편고 8개월의 연애를 마치고 결혼을 했다. 결혼한 지 6개월 만에 임신을 했고, 1년도 안되어 회사를 그만두고 귀농했다.

나의 꿈을 누군가가 물어보면 축산경영인이 되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아빠가 한우농장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막연히 운영해 보고 싶었던 것도 있었고, 관련 업종에 종사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남편을 만나기도 했지만

(가끔씩 부모님은 내가 결혼하려고 회사를 들어간 건 아닌가 나한테 말하곤 한다.)


결혼 전부터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결혼 후에 남편한테 진지하게 물었다.


"나는 원래 회사를 3년만 다니다가 한우농장을 물려받으려고 했어. 근데 조금 있으면 3년 차야. 여보는 한우 키워보는 거 어때?"


여기서 내가 생각이 없네, 지만 생각하네 이럴 수 있지만 뭐, 내 인생의 목표를 말해보고자 했던 것이다.


하지만, 웬걸

얼씨구나 좋다고 외쳤던 것은 남편이었다. 남편도 축산 관련(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사양 및 사료 분야) 석사학위 코스를 밟은 인재였으므로 자신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발판이라나 어쩐다나


여하튼 그렇게 결정이 된 후, 부모님과 끊임없이 이야기하며 우리의 꿈을 이룰 수 있게 해 달라고! 말은 못 하고, 그냥 은밀하게 우리만 아는 밑밥 작업을 부모님에게 시작하기로 했다.


1. 생활비를 받을 거냐 안 받을 거냐

2. 집은 얻을 거냐, 부모님과 같이 살 거냐

3. 축사의 명의는 아빠 명의 그대로 갈 것이냐(아빠한테 소정의 돈을 지불하기로 함. 우리도 양심은 있으니까)

4. 나는 1남 3녀의 셋째 딸이다.(중요한 부분인데 이유는 나중에 설명하도록 하고)


결론. 서로 상처만 남긴 채 없던 이야기로 됨. 왜냐하면

1-1. 부모와 자식 간의 계약서 체결이 어려움

(소 한 마리를 팔면 약 00% 돈을 주겠다.라고 말하기도 그렇고...)

2-1. 따로 사는 게 서로가 좋으나 우리가 돈이 없음(결혼할지 모르고 결혼 전까지 돈 펑펑 써댐)

3-1. 바꿔주는 거야 어렵지 않은데...

4-1. "하고 싶은 사람이 해야지"라고 부모님은 말했으나 아들이 했으면 하는 작은 아주 아주아주 작은 바람이 깃들어있었음. 말투에

(결론은 아들이 했으면 좋을 거고, 다른 형제들은 허락할 것인가)


열외로, 우리의 의지가 적어 보인다고 생각하시는 듯



6개월 동안 어떤 것들을 서로 상의했냐고 물어보면 4가지의 내용이 다인데, 힘들었다. 그래서 그냥 회사를 열심히 다니는 게 서로의 의를 상하지 않게 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더불어 부모님도 주위 사람들한테

"자식들이랑 같이 살면 어떠한가요?"라고 물었을 때

"좋수!"라고 단 한 명도 이야기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무조건


"절대 자식이랑 같이 사는 거 아니다."라고 조언해줬다는 이야기만...


그런데 두둥!! 아빠가 몸이 안 좋아지기 시작하셨다. 축사를 가로채기위한 계략아니냐고, 진짜 말도 안 된다 하겠지만 70을 바라보는 아빠가 한 해 한 해 다르다더니 일이 버겁기도 하고, 축사 운영을 하네 마네 이야기가 나오고 나니 더욱더 기운이 사그러든건지...

아무렴.. 축사도 운영하고, 논농사도 하고, 가을 되면 볏짚도 모으러 다니고(소한테 볏짚을 주기 위해)...

이 모든 것을 혼자 잘 해오셨는데(해온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긴 하지만) 버거우셨는지 축사를 다른 사람한테 팔아야겠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귀농의 이야기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기회는 지금이다 싶었다. " 아빠, 당장 아빠의 건강을 생각해서 우리가 내려가지 않으면 안 되겠어. 다른 사람한테 팔지 마. 우리가 내려갈게. 우리를 믿어봐."라고 같은 말을 매일 전화로, 주말마다 찾아뵙는 것으로 그렇게 귀농이 결정됐다. 이제까지 이야기했던 모오오오오오든 것들은 내팽겨진채


역시 기회가 오면 잡을 줄 아는 것도 실력이라고 했던가?라고 말하면 웃기고, 지금 생각해보면 아빠와 엄마가 고단수였던 것 같다.

짧은 나의 생각으로는 축사를 판매하기는 어렵고, 판매하자니 우리가 운영을 해보고 싶다고 선언은 했으니 여차여차 믿어보고 운영을 시켜보자고 생각한 것일까?라고 막연히 짐작만 해본다.


뭐가 되었든 우리는 아빠의 건강 회복과 축산 운영을 위해서 바로 다음날 회사에 퇴사와 휴직 이야기를 꺼냈다.

(회사에 이야기하고 난 뒤, 부모님께 연락했다. 이제 더 이상 축사 운영을 해보네 마네 번복할 수 없게끔)





귀농을 위한 step 1단계가 간단해 보이지만 귀농인을 위한 팸플릿을 보면 주의사항으로 가족들과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귀농의 실패를 줄이라고 조언한다. 우리는 조언을 개똥으로도 안 들은 것 같지만

어찌 되었든 귀농을 위한 1단계는 이렇게 끄읕! the end, end!!!!

이라고 말하면 좋을 텐데...


- 다음 편에 계속




off the record

귀농한 사람에 의하면, 귀농은 빽 없고 돈 없으면 하지 말라는... 말을... 전했다...(우리한테 한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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