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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날의 구황삼치 Sep 22. 2020

콩철이 한창인 지금, 풀과 새들의 전쟁

저희는 소를 키우면서도 논에 콩을 심어 가을이 끝나갈 무렵, 부수입을 얻습니다. 농협과의 계약재배를 통해 생산된 물량을 판매하여 수입을 얻는 구조입니다. 요즘은 쌀(벼)보다는 타작물을 논에 심도록 많이 장려합니다. 그만큼 쌀소비량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그중 하나로 택한 작목이 저희는 콩입니다. 


콩을 심은지 3년째입니다. 2년동안 수확량이 좋지 않아 재미를 보지 못했습니다.(예상금액의 반밖에 되질 않았습니다.) 작년은 특히나 수확량이 적어 문제점을 물어보니 거름이 적어서랍니다. 거름을 "이래도 되나 싶을정도로 뿌려야한다"는 관계자의 말대로 올해는 더 열심히 거름을 뿌렸습니다. 



2020년도 콩심기 절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4500평 콩 심기 절차            


금액 및 비고 

1월

▶ 콩 심을 농가 수요조사(농협 주체)

3월

  (황태-메주콩 5kg 20개), 비료 2종류, 보충 비료 1종류

   (50% 보조)

4~5월

  (논 가장자리 포크레인으로 물길 내기)

  : 콩을 심는 첫 논에서만 실시됨

    "이래도 되나 싶을정도로 많이 뿌리기"

  : 막로타리(분뇨와 땅 조금 깊이 있는 흙을 섞어주는 과정)

6월

▶ 비료 살포기로 비료 뿌리기 

   (평탄화 작업 후 1~2일 이내로 콩파종 실시해야함)

  : 조류 및 구서 기피액을 콩과 함께 섞어주는 작업 실시

▷ 기피액이 빨간색인 관계로 콩이 빨갛게 염색됨

▶ 콩파종 실시(이제서야...)

▷ 콩파종기로 콩파종 실시(농협관할)

  : 콩 발아 시간까지 다른 씨앗들이 발아를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

초기작업 완료 


콩파종 이후 

파종 이후 3~5일 이내에 물을 주면 콩 싹이 나기 시작함 

▷ 풀과와도 전쟁(콩이 너무 어릴땐 콩이 죽기때문에 제조체도 뿌릴 수 없음)

절차상으로는 간단해 보이지만, 콩만 심는게 아니기때문에 바쁩니다. 콩을 심고 난 후 , 이맘때쯤에는 항상 비가 오지 않아 해지는 저녁마다 물을 줘야 합니다. 아침이나 낮에 주면 잎이 타버리기 때문에 해지는 저녁에 물을 주어 애들에게 생명수를 공급합니다.


생명수 공급의 방법은 두가지입니다.


첫번째로는 논에 물길을 열어두면 배수로에 물을 들어올 수 있게 하는 방법


두번째로는 첫번째 방법으로도 물이 부족하다면 양수기를 농협(혹은 면사무소)에서 대여하여(농협은 하루 10,000원, 면사무소는 무료(고장날 시 자체수리 및 정해진 기간이 조건) 물을 줍니다. 더불어 농어촌공사에 전화해서 수문을 열어달라고 요청도 드립니다. 


올해는 다행스럽게 콩을 심고 난 후 잦은 비로 좀 살만합니다만, 비가 오지 않을 때는 일주일 내내 한시간 정도씩 생명수를 뿌리기 위해 시간을 투자해야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복병은 새(비둘기)입니다. 


새(비둘기)와의 전쟁


새들은 자라난 콩 이삭을 똑! 똑! 부러뜨리고 갑니다. 콩의 생명은 그걸로 다한 것이기 때문에 다시 그 자리에 콩을 직접 사람이 심어줘야 합니다. 문제는 이걸 두세 번 반복한다는 것입니다. 미쳐버릴 노릇입니다. 다시 심어야 하는 콩이 한두개가 아니기때문입니다. 아무리 수입을 얻고자 했지만 땡볕 아래 콩을 땜빵하고 있자니 부아가 치밉니다. 

(전에는 새를 쫓기 위해 타이머에 맞추어 공포탄을 쏘기도 했었지만 올해부터는 금지라고 들었습니다.)


논에 줄을 쳐놓고 새를 쫓는 방법 시전중


예컨대, 참새도 마찬가지입니다. 참새가 벼를 쪼아먹으면 그 부위에서는 벼의 이삭이 맺히지 않아 허실이 많아집니다. 공존이 중요하긴 하지만 농사짓는 입장에서는 수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여러모로 불편한 새들의 행위입니다.  



저희는 아빠와 남편이 같이 축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역할분담이 되어있습니다. 


※ 아빠 업무: 콩, 벼 등 논 및 밭 작업 등
※ 남편 업무: 전반적인 축사운영(인공수정, 사료관리, 차량관리 등)
※ 나의 업무: 경영 관리(전반적인 수입 및 지출 관리)



보시다시피 콩과 관련된 업무는 아빠가 주로 맡고 있기 때문에 70을 넘기신 아빠는 하기 싫어하십니다. 일이 너무 많고, 신경쓸 일이 많다는거죠. 물론 벼를 심으면 상대적으로 편합니다. 대신 돈이 덜하죠. 내년에는 다른 작물을 하길 원하시지만 일단 내년까지는 해보자고 설득중입니다. 


매년 콩을 심으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모든 농사는 손이 많이갑니다. 하지만 정직하기도 하죠. 

이 때쯤 시골에서는 새벽 5시 전후부터 경운기 소리, 오토바이 소리가 즐비하게 납니다. 늦잠을 잘 수 없는 구조입니다. 또한 정기적으로 냄비를 두드리며 호~이! 호~이! 하며 새를 쫓는 할머니의 소리도 들립니다. 


콩 수확은 10월달입니다. 아직 몇개월의 시간이 남아있습니다. 그때까지 새와 풀과의 전쟁은 이어질 것입니다. 수확 후 올해는 웃기를 바라며 열심히 오늘도 물을 주고, 풀을 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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