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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랑 Nov 08. 2022

19금, 언제 봐?

애로의 순간

가끔 이래도 되나 싶을 때가 있는데 기분이 좋지 않을 때 19금 영화를 찾아본다. 약간의 흥분감이 엔돌핀을 촉진하니 감정 끌어올리기에 나쁘지 않다. 그런데 이게 중독까지 가면 위험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긴 한다만, 이성이 나름 잘 작동하니 컨트롤을 잘 하면 나쁠 것 없다고 생각한다.


님들 많이 가는 P 사이트에 갈 때도 있는데 그때 느끼는 감정은 좀 복잡하다. 뭐랄까, 걔들은 거리에 있는 여자들은 다 성적 대상이야. 심연의 어두운 면을 잘 건드리니 그만큼 몰입할 수야 있겠지만, 그런 영상물은 이성적 훈련이 잘 되어있어야 사고가 안 생긴다.


‘여자를 위한 도시는 없다’에서의 어떠한 구절도 생각이 나더라. 도시의 모든 거리는 여자를 창녀로 대상화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견해 차이가 있으니 주장으로는 이해했다.


P 사이트 말고 그냥 어떤 애로 영화를 보고 막 웃음이 터져버렸는데, 메이저 영화로 갔으면 행인 정도의 배역을 맡았을 남자가 엄청난 미남으로 설정되어 나오더라.


“너 저런 남자는 어떠니? 엄청 잘 생겼네. 결혼 생활이 권태롭지 않아?”


그때 남자의 얼굴이 클로즈업 된다.


“어머, 얘. 우리 남편이 들을까 무섭다.”


그리고 그 남자와 여자는 그 건물 화장실에서 만나 열심히 뜨거운 정사를 치른다. 본래 불륜 관계였던 거.


그런데 아무리 손을 가리고 영화를 본다 해도 미남이라고 상상할 수 없는 외모의 사람을, 감독과 작가, 상대 배역 눈이 있다면 이건 도저히 말이 안 된다고 주장을 했을 법도 한데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호탕함이 너무나 재미있던 거.


어쨌든 엔돌핀은 솟았으니, 유익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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