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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랑 Nov 19. 2022

부러트릴 수 없는 이름, 가족

해리포터의 탄생이라고 쓸까나

어제 점심에 작가님을 뵙고 왔다. 이름을 밝히면  이상하게 연결 지으려는 분들이 계시니 그냥 작가님이라고 쓰고(맛난 밥도 사주심). 캐릭터 만드는 일이  수월하지 않아 고민을 말씀드리니(캐릭터 엄청  만드시는 작가님이셔서) ... 조언해 주신 부분을 듣고 와서 느낀  아직 내가  순진하다는 생각으로 귀결되었다. 농담을 좋아하지만,  염세주의적인 내면의 문제로 사람에 대한 믿음을  얇게 치부하는 습관이 있다 보니 그게 작품에 그대로 반영되었던  같다.


새벽에 종희 샘과 댓글을 주고받다가... 나도 모르게 그만 울컥해버렸다. 부모 자식 간의 사소하지만 엄청난 문제들은 결국 부모 자식 간의 일로 단순화되어버리고 마는 습성을 갖고 있다.


내가 이십 대 때였나. 사주라고 하는 걸 믿지 않게 된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신내림을 받았다는 점쟁이들도 죄다 내가 살아온 인생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는 아주 뻔한 이유 한 가지와, 내가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의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그게 내 사주에 부모의 이별수가 있다는 말을 들은 뒤부터였다. 우리 패밀리에서는 기정 사실화되어 있는 사건이고(그것을 팩트라 생각하는 게 너무 싫다) 나는 더 명랑하려고 노력했다.


사람은 다 자기가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는 습관이 있지 않은가. 저 이야기를 믿게 되면, 내가 얼마나 불운한 자의 운명을 타고났고 가장 사랑해 주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해 버린 장본인이라는 걸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걸 감내할 용기가 당연히 없었다.


뭐, 그 뒤로는 재미로도 사주를 보지 않았고 그냥 유치하다고 잘라버렸다. 지금도 바뀐 건 아니다. 그러다가 어제 만났던 댑효님께서 작품의 캐릭터 보안 이야길 하시면서 타로 카드를 이용하면 캐릭터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며 타로, 만다라, 별자리를 봐주셨다. 수고스럽게 시간을 내어주셨다. 작품에 도움이 되라고 말이다. 그런데 별자리에 부모의 결별이 들어있다고 말씀하셔서 괜히 또 혼자 뜨끔해져 버렸고 이 밤이 될 때까지 차곡차곡 그걸 몰아내고 있었다. 살아야 하니까.


작품 하나를 끝낼 때마다 산후우울증처럼 마음을 앓는데, 지금이 딱 그런 시기여서일까.


드라마를 좋아하시는 엄마가 볼 무언가를 하나 쓰는 게 내 유일한 목표이다. 책이라는 건 시간 내어 읽는 분이 아니니 그게 내가 엄마를 사랑하고 있다는, 삶에서 해드릴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일 거 같다.


언젠가 엄마가 재밌게 보실 수 있는 드라마를 하나 꼭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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