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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미한 소리 Oct 28. 2022

사용한 마스크에서 나는 냄새를 없애는 방법

 가끔 가족이 썼던 마스크를 제가 썼던 것으로 착각해서 쓸 때가 있습니다. 같은 제품, 같은 색 마스크가 비슷한 장소에 놓여 있기 때문이죠. 제품도 같고, 색도 같다면 어떻게 그 마스크가 다른 가족의 것인 줄 아냐고요? 마스크에서 나는 냄새 때문입니다. 사람이 사용한 마스크에 그 사람의 냄새가 배기 마련이고, 그래서 가족이 썼던 마스크에서 냄새를 맡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의외인 점은 자신이 썼던 마스크의 냄새는 본인이 맡지 못한다는 점이죠. 



  마스크를 막 쓰기 시작할 시점에 이일로 아내와 다툴 뻔한 적이 있었습니다. 아내가 제 마스크를 잘못 쓰더니, 냄새난다고 버리고 새 마스크를 쓰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썼을 때에는 아무런 냄새도 안 나는 거예요. 살짝 기분 나빴지만, 또 삐쳤다고 할까 봐 그냥 넘어갔습니다. 원래 제가 잘 삐치거든요. 그리고 며칠 뒤 이번에는 제가 아내 마스크를 잘못 썼는데, 아싸! 아내 마스크에서 냄새가 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마스크에서 냄새난다고 버리고 새 거 쓰라고 당당히 말했죠. 아내는 자신의 마스크 냄새를 맡아보더니, 아무 냄새도 안 난다며, 며칠 전에 말한 걸 가지고 아직도 삐쳐서 유치하게 그러냐고 한 마디 하더라고요. 저는 억울해하면서 아니라고 냄새난다고 말했고, 둘이서 상대방의 마스크 냄새와 자신의 마스크 냄새를 번갈아가면서 맡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자기 마스크의 냄새는 익숙하기 때문에 자신이 맡지 못한다는 점을 말이죠. 반대로 익숙하지 않은 타인의 냄새는 바로 알아차리고, 대부분 불쾌하게 여긴다는 점을 말이죠. 이 일 후로 저와 아내는 서로의 마스크의 교체 시기는 각자에게 맡기고, 그저 자신의 마스크를 찾는 용도로만 서로의 냄새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문득 겁났습니다. 내가 쓴 마스크에서 나는 냄새를, 다른 사람들은 단박에 알아차리는 그 냄새를 정작 나는 맡지 못하는 것처럼, 스스로에 대하여 둔감한 면들이 또 있으면 어떡하죠? 제가 하는 말과 행동이 누군가를 불쾌하게 만들었는데, 정작 제 자신만 모르고 있으면 어떡하죠? 제 마음과 생각에서 불편한 냄새가 풀풀 나는데, 정작 저만 그 냄새를 맡지 못하고 괜찮다고 착각하며 살고 있으면 어쩌죠? 아니면 반대로 제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 눈 속에 있는 티를 보면서 손가락질하고 있으면 어떡할까요? 단지 제게 익숙하지 않은 것뿐인데, 그것을 불쾌하게 여기며 폄하하고 있으면 어쩌죠? 너무 별로인데 말이죠.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여러분의 냄새를 잘 맡고 계십니까? 상대방의 냄새에 어떤 반응을 하고 계신가요?



 마스크의 경우처럼 자신의 말과 행동의 냄새는 본인에게 잘 나지 않습니다. 마음과 생각에서 나는 악취를 정작 본인은 잘 맡지 못합니다. 따라서 기억해야 합니다. 내가 맡지 못할 뿐이지, 내 마스크에서도 냄새가 나고, 내 마음과 생각 그리고 말과 행동에서 불쾌하고 불편한 냄새가 날 수 있다는 것을 말이죠. 그렇게 기억하며 집중하면 맡을 수 있고, 자신의 냄새를 맡으면 그 냄새를 향기로 바꿀 수 있습니다. 상대방에 대해서도 동일합니다. 다른 사람이 풍기는 냄새가 나에게 익숙하지 않을 뿐 나쁜 냄새가 아님을 기억할 때, 우리는 그 사람에게서 좋은 향기를 맡을 수 있습니다. 


 

 이 역시 선택입니다. 불쾌한 냄새 속에 살 것인지 아니면 상쾌한 향기 속에 살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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