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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미한 소리 Nov 30. 2022

나는 쓰레기 없이 산다!

비 존슨의 <나는 쓰레기 없이 산다>에 대한 독후감 혹은 반성문


 5년 전 <나는 쓰레기 없이 산다>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저자 비 존슨의 4인 가족이 1년 동안 1리터 정도의 쓰레기만 배출한다는 점에 충격받았었고, 저자의 가족이 쓰레기를 줄인 뒤 생활비가 40%나 절감됐고,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도 체질 개선되면서 몸과 마음은 건강해지고, 삶의 질은 높아졌다고 고백한 점에는 도전받았었습니다. 저자가 비결이라며 제시한 쓰레기를 없애는 다섯 가지 R : Refuse 거절하기 / Reduce 줄이기 / Reuse 재사용하기 / Recycle 재활용하기 / Rot 썩히기에 대해 칼럼을 쓰기도 했습니다. 


 그 후로 5년이 지났는데, 쓰레기 없이 살고 있냐고요? 1년 쓰레기 배출량이 1리터가 되기는커녕, 1년 동안 1리터라도 줄였는지 모르겠습니다. 머리로 알게 되었다고 해도. 뜨거운 감정을 느꼈다고 해도, 말이나 글로 이야기를 했다 해도, 실제로 행동하지 않으면 변화가 없다는 점을 새삼 부끄럽게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반성하는 의미와 새롭게 하려는 다짐으로 다시 한번 ‘다섯 가지 R’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Refuse(필요하지 않은 것은 거절하기) : 일회용 컵, 식기류, 비닐봉지, 빨대, 사용하지 않을 것이 뻔한 증정품, 우편으로 받는 고지서. 편리하고 익숙해서, 혹은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물품들입니다. 그러나 텀블러, 장바구니, 이메일 등을 통해서 얼마든지 사용하지 않을 수 있고, 그럴 때 그만큼 쓰레기를 줄일 수 있습니다. 필요하지 않은 것은 거절합시다.  


 Reduce(필요하며 거절할 수 없는 것은 줄이기) : 음식과 주방도구, 의류와 욕실용품 같이 나중에 쓰레기가 된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만 하는 생활용품들이 있습니다. 단 줄일 수는 있습니다. 각자 집 안을 떠올려보세요. 그중에서 하루, 일주일, 한 달 아니 일 년을 살아가면서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는 물건은 없습니까? 그것들은 필요하다 여겼지만 충분히 줄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줄일 수 있는 것들은 줄여봅시다.


 Reuse(거절하거나 줄일 수 없는 것은 재사용하기) : 재사용은 이미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아끼고, 고치고, 다른 용도로도 사용하면서 최대한 오래 사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최근에는 버려지는 물건에 디자인과 가치를 더해 새롭게 무언가를 만드는 새활용(UP-Cyling) 제품도 나오고 있습니다. 창의력과 끈기를 발휘하여 각자 물건을 재사용하며 오래 사용합시다. 


 Recycle(거절하거나 줄이거나 재사용할 수 없는 것은 재활용하기) : 현재 쓰레기의 80% 정도가 재활용으로 수거되는데, 문제는 수거된 쓰레기 중 실제 재활용되는 비율은 30%가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분리배출을 한다는 행위 자체에 만족하지 말고, 분리배출 한 쓰레기가 재활용될 수 있도록 보다 정확하게 분리배출을 해야 합니다. 물론 그보다 먼저 거절하고, 줄이고, 재사용하려고 노력해야겠습니다.     

  

 Rot(나머지는 썩히기) : 저자가 제시하는 썩히기는 음식물 쓰레기의 퇴비화를 말합니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이 실천하기 어려운 주제이지요. 대신 음식물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하거나, 그보다 먼저 채식이나 유기농으로 건강하게 먹으려고 노력할 수 있겠지요. 



 다시 보아도 참 좋은 '다섯 가지 R'입니다. 그리고 문득 이 '다섯 가지 R'이 단지 집 안의 쓰레기를 없애는 일뿐만 아니라 나와 내 일상 안의 쓰레기를 없애는 일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절하기(남의 기대가 아니라 내 만족을 위해 살자) : 의도적으로 거절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집 안에 쓰레기가 쌓이는 것처럼, 마찬가지로 우리가 막지 않으면 가족의 기대, 타인의 요구, 사회적 기준 따위가 순식간에 우리 마음과 일상을 채워 버립니다. 용기 내어 거절합시다. 그때 만족과 뿌듯함이 우리 마음과 일상에 피어납니다.  


 줄이기(더 가지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단순하고 가볍게 살자) : 모든 욕심과 욕망을 내려놓고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더 많이 가져야 만족하고 더 높이 올라가야 행복할 것이라는 착각은 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오히려 줄이고 단순해질 때, 우리는 더 가벼워지고,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재사용하기(낯선 시선으로 그 안에 숨겨진 잠재력과 가능성을 발견하자) : 버려지는 쓰레기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고, 창의력을 발휘하면 그전보다 더 훌륭한 가치를 지닌 새물건으로 변신하는 것처럼, 자기 자신도 그리고 주변 사람들도 새롭게 바라보면 숨겨진 잠재력과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익숙한 것들을 낯선 시선으로 살펴봅시다. 


 재활용하기(내 말과 행동, 그리고 감정의 분출이 쓰레기가 되지 않도록 잘 배출하고 처리하자) : 사람이 생활하는 공간에는 어쩔 수 없이 쓰레기가 생기는 것처럼, 살다 보면 우리 마음과 생각에도 어쩔 수 없이 쓰레기처럼 불편하고 부정적인 것들이 생겨납니다. 이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대신 어떻게 처리할지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내 안에 생겨난 쓰레기들을 아무렇게나 배출해서 주변 사람들과 속한 공동체에 불편함을 줄 수도 있고, 잘 분리배출해서 불편함을 최소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어떤 선택이 더 쾌적한 삶의 공간을 만들어 낼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썩히기(바꿀 수 없는 것들은 쿨하게 인정하고 소화시키자) : 성숙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실수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사람이 아닐까요? 긍정적인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부정적인 면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부정적인 면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아닐까요? 썩히고 익혀서 나오는 발효식품이 건강한 음식인 것처럼,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일수록 더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5년 전 비 존슨의 <나는 쓰레기 없이 산다>를 읽으면서 느꼈던 감정과 말과 글로 했던 다짐들은 실질적인 행동과 변화가 없어서 다 사라져 버렸습니다. 만약 5년 뒤쯤 <나는 쓰레기 없이 산다>에 대한 세 번째 글을 쓴다면, 그때에는 쓰레기를 많이 줄여서, 거의 쓰레기 없이 살고 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거절하고, 줄이고, 재사용하고, 재활용하고, 썩히는 '다섯 가지 R'을 실천해 보시길 권합니다. 그래서 생활비도 아끼고,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고, 삶의 질도 높아지시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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