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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미한 소리 Oct 20. 2023

찬공기와 더운 공기가 만나 비를 만든다 사람도 그렇다

 “차가운 공기와 따뜻한 공기가 만나 오늘 하루 종일 비가 내리겠습니다.” 차 안에서 들은 라디오 일기예보처럼, 그날은 하루 종일 비가 내렸습니다. 그리고 제 안에서는 여러 생각들이 하루 종일 내렸습니다. 



 차가운 공기와 따뜻한 공기가 만나면 비가 내리고, 비가 내리면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것처럼, 서로 다른 성질이 만나면 늘 불편한 일이 생기는 걸까? 한 모임에 정반대 성격의 사람이 같이 있으면 묘한 긴장감과 갈등이 생기고, 괜히 주변 사람들까지 불편함을 느낀다. 여당 정치인과 야당 정치인이 만나서 토론하면 고성과 막말이 오가고, 그 모습을 보는 국민들은 울고 싶어 진다. 하마스와 이스라엘처럼 종교와 체제가 충돌하면 전쟁이 일어나고, 죄 없는 아이들이 고통받는다.  


 서로 다른 성질이 만나서 불편한 일이 생긴다면, 서로 같은 성질이 만나면 괜찮을까? 아니다. 비슷한 유전자와 성질을 물려받은 형제자매도 명절에 만나면 싸운다. 같은 당에 있는 정치인끼리 경선을 해도 고성과 막말은 여전하다. 같은 신을 믿는 한 종교 안에도 갈등이 있고, 한 체제 안에서도 다툼이 있다. 공기와 달리 사람은 같은 성질끼리 만나도 비를 만드는 재주가 있다. 


 다른 성질이 만나도 비가 내리고, 같은 성질이 만나도 비가 내리면 혼자 있어야 하나? 아니다, 그 반대다. 누구든 만나서 비를 만들어야 한다. 비가 내리면 불편하고, 비가 많이 오면 피해를 주지만, 비가 와야 새싹이 자라고, 곡식이 익고, 열매가 맛있어진다. 비가 내려야 시냇물이 흐르고, 천을 이루고, 강이 되고, 바다로 이어진다. 비가 없으면 사람도 동물도 살 수 없다. 비가 내려야 생명이 산다. 사람도 그렇다. 사람도 혼자서 살 수 없다. 같은 성격의 사람을 만나면 꼭 나 같아서 답답하고, 다른 성격의 사람을 만나면 이해할 수 없어서 화나고, 만나며 다투고 피곤하지만, 그래도 만나야 한다. 비와 물 없이 생명이 살 수 없는 것처럼, 사람도 혼자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창밖에 내리는 가을비를 봤습니다. 제법 분위기가 있어서 커피 한잔을 내려 마십니다. 그러면서 제가 만드는 비도 분위기 있는 가을비 같았으면 좋겠다고 바랍니다. 저와 아내가 만드는 비가 아이들을 건강하게 자라게 하는 비였으면 좋겠다고 바랐습니다. 저와 동생을 키워주었던 부모님께서 내린 비처럼 말이죠. 다른 사람과 만남을 통해 제가 내리는 비가 조금은 따뜻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지 못하고 불편하게 비가 내릴 때에는 그 비를 성장의 거름으로 삼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비를 막아주는 우산처럼,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하면서 함께 살 수 있도록 해주는 우산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이 내리는 비는 어떻습니까? 누구와 만나서 비를 내립니까? 비슷한 사람? 다른 사람? 그 비는 어떤 비입니까? 가을비? 소나기? 장마? 태풍? 봄비? 여우비? 이슬비? 장대비? 여러분의 비가 예쁜 비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지 못할 때에는 우산이 있어서 비를 막아주길 바랍니다. 우산도 없을 때에는 비를 맞으며 뛰어노는 아이의 마음이 있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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