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미한 소리 Oct 27. 2023

가짜노동으로 가득 찬 가짜하루에서 탈출하자.

“가짜노동: 스스로 만드는 번아웃의 세계”을 읽고

 학창 시절 수업시간에 교복 안으로 이어폰을 넣어서 라디오를 들은 적 있으신가요? 교과서 사이에 만화책을 넣고 읽은 적은요? 교과서 여러 쪽에 그림을 그린 다음 책장을 빨리 넘겨 움직이는 만화를 만든 적은 없나요? 너무 오래전 이야기인가요? 인터넷 강의는 음소거, 두배속하고 몰래 유튜브 본 적 있으신가요? 회사 컴퓨터로 일하는 척하면서 인터넷 쇼핑을 한 적은요? 일하는 척, 공부하는 척하면서 카톡으로 수다 떨거나, 전날 스포츠 경기 하이라이트를 본 적은 없나요? 해야 하는 일을 하는 척하면서 다른 일을 한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사람이 어떻게 딴짓을 하나도 안 하고 100% 집중할 수 있겠습니까? 그럼에도 책 “가짜노동: 스스로 만드는 번아웃의 세계”(데니스 뇌르마르크, 아네르스 포그 옌센. 이수영 역. 자음과 모음)이 말하는 가짜 노동은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책 내용을 제 마음대로 아주 단순하게 정리하면, 가짜 노동을 3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중요한 일은 제쳐두고, 부수적인 일에 목숨을 거는 가짜노동입니다. 책에 나오는 한 교수는 학교와 기관이 원하는 수업계획서, 평가서, 보고서 같은 서류 준비를 하느라 정작 학생을 직접 만나서 상담을 하거나 수업준비하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을 했는데, 예전에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할 때 보건복지부 평가를 준비하는 시기가 되면 센터 아이들은 거의 돌보지 못하고 계속 서류만 준비했습니다. 평가와 서류도 나름 역할이 있겠지만, 학생과 아이들을 직접 만나는 일보다 어찌 중요하겠습니까? 


 두 번째는 남들이 하기 때문에, 경쟁에서 지지 않으려고 하는 가짜노동입니다. 한 회사가 어떤 마케팅이나 프로젝트로 성공하면, 많은 회사들이 비슷한 일을 합니다. 한 학생이 어느 학원에 다녀서 성적이 오르면, 많은 학생들이 같은 학원에 등록합니다. 한 교회가 특정 전도법으로 부흥하면, 많은 교회들도 그 전도법으로 전도합니다. 다른 경우의 결과는 잘 모르겠지만, 다른 교회의 전도법을 따라 해서 부흥했다는 교회 소식은 들은 적이 없습니다.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일을 남들이 한다고 해서, 남들에게 지기 싫어서 하는 일은 거의 다 가짜노동입니다. 


 마지막은 의미와 목적 없이 하는 가짜노동입니다. 먹고살기 위해서 일하는 것이지, 일에서 무슨 목적을 찾느냐고 할 수 있습니다. 하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 일이지, 무슨 의미를 찾느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많은 사람이 의미와 목적 없이 먹고살기 위해서 일하고, 하기 싫어도 억지로 일합니다. 그래서 일은 늘 재미없지요. 문제는 하루 중 대부분을 이 재미없는 일을 하면서 보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쌓여서 우리 인생이 되는데. 그러면 인생의 의미와 목적은 어디서 얻을 수 있나요? 오늘 우리가 보내는 하루에 의미가 없다면, 오늘 내가 하는 일에 목적이 없다면, 우리 인생의 의미와 목적도 없습니다. 반대로 우리가 하는 일에서 의미를 찾는다면?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내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일을 한다면, 우리 인생의 목적은 분명해지고, 오늘 보내는 하루는 더 의미 있어집니다.  


 제 안에 있는 가짜노동을 살펴봅니다. 굳이 할 필요 없는 일, 오히려 중요한 일을 방해하는 가짜노동은 줄이거나 버려야겠습니다. 남들이 해서 나도 하는 일, 남들을 이기려고 하는 일은 용기 내서 멈춰야겠습니다. 제가 하는 다양한 일들 속에서 비록 작더라도 의미를 발견해야겠습니다. 대단하지 않고 소소할지라도 목적과 목표를 품어야겠습니다. 그러면 지금보다 조금은 더 재미있는 하루를 보내겠죠. 여러분의 하루도 조금 더 재미있어 지길 기도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찬공기와 더운 공기가 만나 비를 만든다 사람도 그렇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