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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미한 소리 Oct 13. 2023

뒷발차기 하기 전에, 악수를 먼저 합시다.

 말은 크고 예쁜 눈으로 정면과 좌우 330도를 볼 수 있습니다. 사람과 비교할 수 없는 넓은 시야입니다. 다만 사람이 고개나 몸을 돌려서 부족한 시야의 사각을 쉽고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반면, 말은 보이지 않는 후방 30도를 쉽게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볼 수 없는 후방 30도 안으로 누군가가 들어오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뒷발차기로 공격합니다. 문제는 들어온 존재가 적이 아니라 동료 말이나 자신을 돕기 위한 사람일이지라도 확인하지 못하고 무작정 공격한다는 점입니다. 말에게 뒷발차기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해야 하는 필요한 행동이지만, 어떤 경우에는 굳이 할 필요 없는 오히려 하면 손해인 행동이니까, 무작정 뒷발차기를 하지 말라고 알려 줄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말을 거의 만날 일이 없는 제가 할 필요 없는 참견이라고요? 맞습니다. 그러면 우리라도 뒷발차기를 무작정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도 말처럼 보이지 않을 때 겁이 나서 뒷발차기를 하기 때문입니다. 


 말과 달리 사람에게는 거울이나 카메라처럼 좁은 시야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과 도구가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에게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하는데, 미래와 타인입니다. 과학과 여러 가지 학문으로 다가올 미래를 어느 정도는 예측할 수 있다고 해도, 자신의 미래를 정확히 볼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말의 후방 30도처럼 미래는 우리의 깜깜한 사각지대입니다. 사각지대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고, 몰라서 불안하고, 불안해서 뒷발차기를 합니다. 알 수 없는 미래를 보겠다고 점쟁이를 찾아가기도 하고, 꽃길만 있는 미래를 만들겠다고 돈과 성공을 잔뜩 모으기도 하고, 미래는 위험하다고 생각하면서 한 발자국도 앞으로 가지 않거나 과거에 꽁꽁 숨기도 합니다. 이 모든 행동이 불안해서 보이지 않는 후방 30도에 무작정 날리는 말의 뒷발차기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뒷발차기는 타인이라는 사각지대에서도 계속됩니다. 오지를 비롯한 세계 곳곳을 다닌 국제구호활동가이자 작가인 한비야 씨가 예전에 ‘방문한 곳 중에서 어디가 가장 새롭고 놀라웠습니까?’라는 질문에 중동국가라고 답한 것을 보고 반가워한 적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저 역시 방문해서 가장 놀란 장소가 중동국가 중 하나인 이란이었기 때문입니다. 왜 이란이냐고요? 방문하기 전에 상상했던 모습과 실제 방문해서 경험한 모습이 가장 급격하게 달랐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제가 이란에 대해서 잘 몰랐던 것이죠. 아니 왜곡된 정보로 이란을 잘못 알고 있었습니다. 이란은 제게 후방 30도에 있는 사각지대였고, 저는 그 이란에 무작정 뒷발차기를 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방문한 이란은 도시도 사람도 참 멋지고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저처럼 다른 사람이나 대상에게 뒷발차기를 한 적이 없으십니까? 잘 몰라서 낯설어서 달라서, 그래서 오해하고 왜곡하고 미워하며 뒷발차기를 날린 적은 없나요? 내 마음대로 판단했다가 나중에 틀린 것을 알고 후회하거나 놀란 적은 없나요?  


 말의 뒷발차기가 자신을 보호하는 행동인 것처럼, 우리의 뒷발차기도 모르는 사람과 위험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행동이고,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기도 합니다. 다만 바로 무작정 뒷발차기를 할 필요 없습니다. 우리는 사람이니까요! 고개와 몸을 돌려서 사각지대를 볼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뒷발차기 대신에 먼저 악수를 건넬 수 있으니까요! 보이지 않는 미래에 믿음으로 악수를 건넵시다. 그러면 미래는 더 이상 불안한 사각지대가 아니라 희망 가득한 현재의 연속이 됩니다. 잘 모르는 사람과 대상에게도 악수를 건넵시다. 나를 공격할지 모르는 낯선 괴물은 사라지고, 나를 향해 웃어 주는 멋지고 아름다운 친구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뒷발차기 전에 악수를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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