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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미한 소리 Dec 08. 2023

여유도 없고 양심도 없는 운전사입니다.

새벽운동을 마치고 아침 7시 정도에 헬스장 주차장에서 도로로 진입하려고 기다리다가 간격이 생겨서 진입하려고 하는데, 뒤에 오던 차가 제가 진입하려는 것을 보고 뿌앙~ 갑자기 빠른 속도로 달려와서 저를 막고 지나갔습니다. 놀라서 급정거 한 다음에 지나가는 차를 보면서 혼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고작 1대 차이이고, 시간으로 계산해도 고작 몇 초 차이인데,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냐? 너도 참 여유 없이 산다.”

며칠 뒤 저녁 6시 정도에 운전을 하고 있었습니다. 퇴근시간이라 정체가 심해서, 평상시에 10분 정도면 될 거리를 30분 넘게 운전하고 있었죠. 그때 아파트 단지에서 차량 한 대가 나와서 제 앞으로 끼어들려고 했습니다. “퇴근시간이라 이렇게 오래 걸려서 가고 있는데 내 앞으로 들어오려고 하다니 양심도 없네”라고 생각하면서 양보하지 않고 지나갔습니다. 지나가면서 상대 차량 운전사와 눈이 마주쳤는데, 그 운전사의 눈이 제게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고작 1대 차이이고, 시간으로 계산해도 고작 몇 초 차이인데,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냐? 너도 참 여유 없이 산다.” 며칠 전 아침에 욕한 여유 없는 사람이 바로 저였네요. 그리고 생각해 보면 그때 저에게 양보를 안 해준 운전사가 저를 보면서 이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네요. “출근시간이라 이렇게 오래 걸려서 가고 있는데 내 앞으로 들어오려고 하다니 양심도 없네” 아! 저는 여유도 없고, 양심도 없는 운전사였네요!

제 자신이 얼마나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지 새삼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돌아보면 운전할 때만이 아니라 무언가를 평가하고 판단할 때마다 저는 늘 자기중심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 살 터울 동생과 저는 같은 집에서 같은 부모님 밑에서 많은 것을 같이 하면서 자랐습니다. 그런데 어른이 된 지금 동생과 이야기하다 보면 깜짝 놀랄 때가 있는데, 같은 집이고 같은 부모님이고 같은 경험인데, 서로 다르게 기억하고 서로 다르게 평가한다는 점입니다. 각자가 자기중심적으로 기억하고 평가하기 때문이죠.

물론 자기중심적인 태도가 다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자기 주관 없이 남들에게 끌려 다니는 것보다는 나을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다른 이들의 입장과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자기 것만 고집한다면, 어쩔 수 없이 시각이 좁아지고 편견과 왜곡이 심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럴수록 다른 이들과 함께 지내는 일이 어려워지고, 크고 작은 다툼과 갈등이 생깁니다. 어느 가족이 있는데 모두가 자기중심적으로만 생각하고 판단하면서, 다른 가족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자기 눈에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에 티만 비난하겠지요. 끊임없이 서로를 탓하고 원망하면서 싸우겠지요. 나라와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중심적인 이들이 넘쳐날 때 그 사회에는 싸움이 가득하고 분열과 갈등이 넘쳐나게 됩니다. 자기중심적이라도 똑똑하고 논리적이고, 올바르게 행동하면 되지 않냐고요? 아닙니다. 그럴수록 더 심하게 후퇴 없이 차갑게 싸울 뿐입니다.

다행히 우리는 자기중심적인 태도를 멈출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역지사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편견이 사라지고 시각이 넓어져서 보다 더 정확하고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되면, 다른 이들과도 더 사이좋게 지낼 수 있죠. 우리는 늘 정답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막상 실천하는 일이 어려워서 하지 못할 뿐이죠. 시험을 잘 보고 싶으면? 공부하면 되고, 건강하고 싶으면? 운동하면 되고,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싶으면? 적당히 먹으면 됩니다.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알면서도 안 합니다. 그런데 누군가는 합니다. 그래서 시험을 잘 보고, 멋진 몸매로 건강하게 삽니다. 선택은 우리의 몫입니다. 자기중심적인 좁은 시각을 가지고 갈등과 분열 속 좁고 답답한 공간에서 나 혼자 내 마음대로 살지, 아니면 부담스럽고 불편해도 역지사지의 태도를 가지고 시각을 넓히고 삶의 공간을 넓혀서 더 넓고 자유로운 공간에서 다른 이들과 함께 성숙하게 살지도 우리의 선택입니다. 무엇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사진출처 : 구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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