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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미한 소리 Feb 20. 2024

굶주린 동물을 위한 기도

책 <무모한 희망, 사라져가는 동물들과 나누는 사순절 이야기> 

 이번 사순절에는 책 “무모한 희망, 사라져가는 동물들과 나누는 사순절 이야기”와 함께 묵상하고 기도하고자 합니다. 저자 게일 보스는 수백 년 동안 교회가 노아의 방주를 사순절의 상징으로 여겼음을 발견하고, 사순절을 보내는 오늘의 신앙인도 멸종 직전에서 신음하고 있는 동물들을 도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어려운 사람도 많은데, 무슨 동물이냐고요? 노아의 방주를 보세요. 동물들도 엄연한 노아의 방주 탑승객이었습니다. 오히려 탑승 비율에서 사람보다 동물이 훨씬 많았습니다. 그러니 오늘의 방주에 동물을 탑승시키는 일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우리 중에 지극히 작은 자가 예수님과 같은 존재라고 말씀하셨는데, 오늘날 주리고 거처를 빼앗기고 쫓기며 죽어가는 동물들이야말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지극히 작은 자” 중에서도 가장 작은 자들 아닙니까? 그러면 동물은 예수님과 같은 존재, VIP 탐승객입니다. 마지막으로 동물들에게 닥친 위험은 우리를 향한 위험의 경고등입니다. 따라서 동물을 돕는 일은 결국 우리를 돕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 사순절 기간 동안 멸종위기 동물들을 위해 기도하고자 합니다. 


 물론 책 제목처럼 이러한 시도가 무모한 일처럼 여겨집니다. 우리의 노력과 기도로 무엇을 바꿀 수 있을지 자신 없습니다. 그러나 사순절은 죽음과 폐허에서 생명과 부활이 태어났음을 확인하는 은혜의 시간이 아닙니까? 감히 상상할 수 없고, 기대할 수 없는 무모한 일이 일어났음을 믿는 이들이 보내는 절기가 사순절 아닙니까? 무모한 희망을 가지고 마음을 모아서 기도하면 폐허 같은 현실 속에서 놀라운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제 앞으로 여섯 주 동안, 한 주에 네 가지 동물 이야기를 묵상하고 함께 기도하고자 하는데, 이번 주는 굶주린 이들로 붉은가슴도요, 아무르표범, 갈라파고스펭귄, 석산호입니다.    



 붉은가슴도요는 시베리아, 북미 대륙 북부, 그린란드에서 번식하고 서유럽, 아프리카, 남아시아,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남미에서 월동합니다. 아보카도 정도의 몸무게를 가진 작은 새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긴 여정입니다. 그래서 이동 중간에 잠시 쉬고, 곤충과 갑각류의 알을 먹는 장소가 있는데, 문제는 해류와 기류가 따뜻해지면서 그 장소의 생태 환경이 변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매년 갔던 시기에 그 장소에 도착해도 붉은가슴도요가 먹을 것이 없습니다. 이에 세계의 붉은가슴도요 75퍼센트가 사라졌습니다. 


 갈라파고스펭귄과 석산호는 해수 온도 상승으로 인한 백화현상으로 굶주리고 있습니다.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서식하는 크기 50cm 무게 2.5kg인 갈라파고스펭귄은 하루 종일 열심히 바닷속에서 사냥을 하지만 먹이를 얻지 못하는 날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날이 반복되다 보면, 언젠가 가장 희귀한 펭귄인 갈라파고스펭귄은 사라질 수밖에 없겠지요. 연체동물인 석산호는 자신의 세포 안으로 황록공생조류를 받아들이고, 이 조류가 광합성 능력을 활용하여 산호에게 먹이를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색이 입혀져서 알록달록 예쁜 산호가 되는 것이죠. 문제는 수온이 올라가서 조류의 광합성이 방해받고, 이에 석산호의 먹이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아무르표범의 경우는 조금 특별합니다. 러시아와 그 주변에 서식하는 아무르표범은 30마리 전후만 살아남아 멸종 위기에 처했었는데, 환경보호활동가들의 노력으로 2012년 러시아에 ‘표범의 땅 국립공원’이 문을 열고 아무르표범을 보호해 주었습니다. 이에 아무르표범은 거의 3배가 늘어났습니다. 문제는 ‘표범의 땅 국립공원’이 90마리의 표범이 살기에는 공간도 식량도 턱 없이 부족한 점입니다. 


  붉은가슴도요, 아무르표범, 갈라파고스펭귄, 석산호를 보면서 먹고사는 일이 힘겨운 우리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습니까? 붉은가슴도요처럼 우리도 먹고살기 위해서 열심히 달리지만, 원하는 것을 풍족하게 얻기가 너무 힘듭니다. 백화현상이라는 외적 요인으로 어려움을 겪는 갈라파고스펭귄과 석산호의 아픔을 코로나를 겪은 우리도 공감할 수 있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치열하게 생존하는 아무르표범만큼 우리도 비교와 경쟁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갑니다. 따라서 동물을 위한 기도는 곧 우리를 위한 기도입니다. 이번 한 주간 굶주린 이들, 먹고살기 힘겨운 이들을 위해서 마음을 모읍시다.



풍요로운 세상이지만, 여전히 굶주리는 이들이 있습니다. 먹을 것이 넘치는 세상이지만, 여전히 먹고살기 어렵습니다. 굶주린 이들을 보호하시고, 먹고살기 위해서 노력하는 이들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세요. 일용할 양식을 얻은 이들은 감사하게 하시고, 먹고 남은 양식이 있다면 다른 생명과 나눌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을 갖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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