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무모한 희망, 사라져가는 동물들과 나누는 사순절 이야기>
이번 사순절 여섯 주간 동안 사라져 가는 동물들을 묵상하고 기도하는데, 이번 둘쩨 주에는 아픈 동물들입니다.
먼저 만나볼 친구는 참 부러운 코알라입니다. 코올라는 하루에 20시간 동안 유칼립투스 나무에 가만히 앉아서 나뭇잎을 먹고 쉬고 잡니다. 심지어 다른 동물들은 유칼립투스 나뭇잎을 먹지 않기에 경쟁할 필요도 없습니다. 거기에 귀여운 외모 덕분에 하는 일 없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습니다. 얼마나 부럽습니까? 그러나 가까이 가서 보면 마냥 부러운 일만도 아닙니다. 다른 동물들이 유칼립투스 나뭇잎을 안 먹는 이유는 독이 있기 때문이고, 20시간이나 가만히 있는 이유는 그 독을 해독하고 소화시키기 위함입니다. 놀고먹는 것이 아니라 코알라도 우리처럼 먹고살기 위해서 엄청 애씁니다. 그래서 우리처럼 스트레스를 받고, 스트레스 때문에 병도 얻습니다. 호주 개척자들과 함께 대륙에 들어온 양을 통해 클라미디아라는 박테리아가 생겼는데, 이 클라미디아가 평소에는 코알라 몸속에 잠자고 있지만, 코알라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깨어나 활동하고, 그렇게 되면 코알라가 병에 걸립니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스트레스가 모든 병의 원인이네요. 스트레스받지 않아야 하는데, 어떻게 스트레스 없이 살 수 있나요? 그리고 동물들에게는 사람이 스트레스이기도 합니다.
파나마금개구리는 아이의 엄지손가락 길이도 되지 않는 샛노란 개구리입니다. 파나마 산속 시끄러운 개울 물소리에 청각능력이 약해진 개구리는 수어로 소통합니다. 사람만큼이나 똑똑합니다. 그런데 똑똑한 파나마금개구리도 적응하지 못한 점이 있는데, 포자 형태로 잠입하는 ‘항아리곰팡이’입니다. 파나마 숲에 들어온 수집가의 가방이나 토목기사의 장화를 통해서 이 곰팡이가 들어왔고, 안타깝게도 수많은 파나마금개구리가 그 곰팡이로 병에 걸려 죽었습니다.
북미에서 사는 인디애나박쥐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습니다. 박쥐는 수백 마리가 함께 동굴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공동생활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박쥐 공동체를 보기 위해서 동굴로 모이는데, 이때 사람과 함께 들어온 균이 박쥐에게 치명적인 병을 만들어 냈습니다. 2006년 2월 뉴욕 주 올바니 인근 동굴에서 동굴 탐험가가 동면하는 박쥐의 사진을 찍었는데, 그 박쥐들의 코가 이상하게 흰색 가루칠이 되어 있었습니다. 동굴 탐험가들의 장비에 붙어 유럽에서 균이 들어왔고, 이 균이 박쥐를 병들게 한 것이죠. 그해 겨울 인근 네 개의 동굴에서 수 백 마리의 박쥐가 코에 흰색 가루를 묻은 채 죽었고, 10년 동안 31개 주에서 아홉 개 종 7백만 마리의 박쥐가 죽었습니다.
사람의 방문으로 동물이 죽었다니 가슴이 아픕니다. 그러면 사람과 동물은 서로 만나지 말고, 단절되어야 할까요? 오히려 반대입니다.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고, 함께 잘 살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마지막 동물인 검은발족제비는 미국 와이오밍 주 북쪽 대초원에서 삽니다. 호기심 많고 재빠른 검은발족제비가 잘 살 수 있었던 것은 프레리도그가 초원에 함께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검은발족제비는 프레리도그를 잡아먹기도 하고, 비어 있는 프레리도그의 집을 피난처로 이용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족제비는 그 초원이 부양할 수 있는 규모로 프레리도그 군락을 도태시켰습니다. 그래서 백만 마리의 검은발족제비와 수억 마리의 프레리도그가 거의 백만 년 동안 초원의 주인으로 함께 번성하며 살았습니다. 그러다 미국에 개척자들이 들어왔고 초원이 경작되기 시작했습니다. 초원이 사라져서 살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든 것도 문제지만, 사람의 집에서 나온 벼룩이 더 문제였습니다. 이 벼룩이 디스템퍼라는 병을 만들었고, 이로 많은 프레리도그가 죽었습니다. 그리고 프레리도그가 병에 걸리고 죽자, 족제비들도 빠르게 죽었습니다. 그다음은 누구일까요? 초원에 들어와서 함께 살기 시작한 사람 차례가 아닐까요? 다행히 농부들과 목장주들이 프레리도그를 보호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 초원에 다시 프레리도그가 많아지고, 그래서 검은발족제비도 뛰어놀고, 곁에서 사람도 행복하게 그렇게 다음 백 만년 살아가기를 소망합니다.
호주, 미국, 파나마에서 사는 동물이 아픈 것이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사람에게 대수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실은 가벼이 볼 문제는 아닙니다. 지구라는 생명 공동체 안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죠. 어느 사람이 왼손을 다쳤을 때, 오른손은 자기가 다친 것이 아니라고 다행이라고 모른 척할 수 있을까요? 왼 손의 고통과 병은 어쩔 수 없이 오른손에게 영향을 줍니다. 왜냐하면 사람의 몸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죠. 손이 다치면 발도 고생이고, 장이 탈 나면 위도 영향받습니다. 사람과 동물도 그렇습니다. 지구 공동체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동물의 아픔은 우리의 아픔이고, 동물의 병은 우리의 병입니다.
: 손과 발이 눈과 귀가 장과 위가 서로 연결되어서 서로의 병과 아픔도 연결된 것처럼, 동물의 병과 아픔이 우리와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해 주세요. 동물의 병을 돌보고, 동물의 아픔을 위로해서, 함께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 주세요.
참고 : 게일 보스 <무모한 희망: 사라져가는 동물들과 나누는 사순절 이야기> 터치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