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무모한 희망, 사라져가는 동물들과 나누는 사순절 이야기>
사순절 기간 동안 사라져 가는 동물들을 묵상하고 기도하고 있는데, 이번 주에는 독살당한 이들입니다. 1988년 8월 27일 버지니아 주 테이즈웰 카운티 460번 도로에서 유조 트럭이 전복되었고, 이에 고무 제조에 사용되는 약 5,300리터의 화학 혼합물이 클리치 강으로 쏟아져 들어갔습니다. 목격자들은 사고 직후 강물이 눈처럼 흰색으로 변했다고 말했는데, 안타깝게 그 흰색 강물 속에서 많은 생명의 불이 꺼졌습니다. 금색물결무늬홍합은 무려 전체의 절반이나 죽었습니다. 유독 이 민물홍합이 많이 죽은 점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들이 강물 속에 있는 독소를 걸러내는 정화 역할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화학약품의 공격에 더 많이 노출되었던 것이죠. 사고가 만든 너무나 아픈 일입니다.
그러나 아픈 일을 만드는 원인은 사고만이 아닙니다. 하와이 군도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미드웨이 섬에는 새끼를 위해 헌신하는 레이산알바트로스 부모들이 있습니다. 엄마가 사냥을 하기 위해서 바다로 나가면, 아빠가 아이들을 지키고, 엄마가 사냥에서 돌아오면, 이번에는 아빠가 바다로 날아갑니다. 주로 오징어와 물고기 알을 사냥해서 삼키고, 집에 돌아와 아이들에게 먹입니다. 문제는 밤바다에 반짝이는 오징어인 줄 알고 사냥에서 삼켰지만, 오징어가 아니라 낚시용 루어, 플라스틱 병마개, 골프공인 경우도 있다는 점이죠. 플라스틱 낚시 줄에 물고기 알이 많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물고기 알과 함께 플라스틱도 함께 삼킨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은 열심히 엄마 아빠가 사냥한 오징어와 물고기 알과 함께 플라스틱도 먹게 됩니다. 이 끔찍한 일은 왜 일어났습니까? 막을 수 없는 사고, 예상하지 못한 실수라기에는 너무나 명백한 사람들의 잘못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잘못은 지하 동굴에 숨어 지내는 용처럼 신비한 동물도 아프게 합니다. 슬로베니아 포스토이나 석회암 동굴 지하 공간에는 울름(동굴도롱뇽)이라는 동물이 사는데, 길이 약 30~40cm, 옅은 분홍빛 피부, 올챙이 같은 꼬리, 짧은 다리, 피부 속에 감춰진 눈 등 매우 특이하고 신비한 친구이지요. 그래서 17세기 올름을 처음 발견한 사람들은 울름을 새끼 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용처럼 신비로운 올름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석회암 구멍을 통해서 지하 동굴에 물이 흘러 들어오고, 그 물을 기반으로 올름이 살아가는데, 그 물속에 공장 폐기물, 광산 쓰레기, 오물, 화학 비료 등이 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많은 올름이 죽어 가고 있습니다.
답답하고 화가 납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요? 당장 눈앞에 있는 이익 때문입니다. 아마존 강의 훼손되지 않은 숲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나라 가이아나에는 자이언트 수달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곳에서 태어난 수달은 눈이 없거나, 살이 벗겨졌거나, 여러 가지 병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유전병인데, 병을 만든 원인은 수은이었습니다. 임금에 굶주린 3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금을 합성하기 위해 수은을 강 침전물에 붓고, 다시 그것을 강 속에서 씻고, 얻은 금을 정련하기 위해서 수은을 공기 중으로 태웁니다. 이런 과정에서 물과 땅에 그리고 공기와 식물 안에 수은이 들어갔고, 수달은 유전병을 얻었습니다. 금이라는 이익 때문에 얻은 병이지요. 그런데 과연 수달만 아플까요? 사람은 금을 얻었으니, 돈을 벌었으니, 괜찮은 걸까요?
우리는 사고와 실수를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익과 편리함 때문에 다른 생명과 자신을 병들게 하는 일은 막아야 하고, 막을 수 있습니다. 금색물결무늬홍합을 보면서 2007년 겨울 태안 만리포해수욕장 근처 해상을 지나던 유조선에서 원유가 유출된 사고가 떠올랐습니다. 이 사고로 태안군 바다 전체가 기름으로 뒤덮였습니다. 정말 끔찍한 사고였지만, 동시에 희망을 발견하기도 했었습니다. 누가 시킨 일도 아니었는데, 전국에서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태안으로 와서 기름을 제거했었죠. 저도 가족과 지역아동센터 학생들과 함께 태안에 가서 며칠 동안 자원봉사를 했었습니다. 한 개인은 힘이 약하지만, 함께 하는 우리는 힘이 강하다는 것을 느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추운 겨울 바닷가에서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수많은 이들과 함께 기름을 제거했던 추억은 지금도 마음을 따뜻하게 만듭니다. 순서만 바꾸면 지금도 할 수 있습니다. 기름 유출과 같은 사고가 난 다음에 힘을 모으지 말고, 사고가 나지 않도록, 더 이상 독살당하는 생명이 없도록 먼저 힘을 모으면 됩니다.
: 사람의 욕심과 탐욕, 무심함과 어리석음이라는 독 때문에 죽어가는 많은 생명들이 있습니다. 심지어 사람 본인도 그 독으로 아파합니다. 다행히 사람 안에 이미 해독제가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해독제를 꺼내서 생명을 회복하게 해 주세요. 사고가 난 후에 처리하기보다, 사고를 막기 위해서 먼저 힘을 모으는 지혜를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