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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무이한 자의 기록

by Decenter

나는 나의 존재 이유를 '사유'에서 찾는다. 뭐 대단한 존재로 태어났다고, 뭔가 이루어야만 존재의 이유가 있을까. 나는 아이에게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가르치지만 정작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믿어본 적도 없고, 그렇다고 무엇도 되지 않을 꺼라 생각해 본 적도 없다. 무언가 의미 있는 일, 아니 더 어렸을 때는 영향력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아득바득 제법 애도 썼다. 하지만 결국, 내가 하는 일로 나의 존재 의미를 찾는 일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라는 걸 깨닫고 말았다. 특히 타인의 목적을 이루는데 동원되는 월급쟁이가 일에서 보람을 느끼기란.


그렇다면 남은 것은, 사유, 이것뿐이다. 내가 나로 존재하는 것은 나름 의미가 있다. 세상 어디에도 똑같은 둘이 존재하지 않는 유일무이한 존재, 인간. 인간을 유일무이하게 하는 것이 바로 사유가 아닐까 싶다. 똑같은 자리에서 똑같은 것을 경험해도 이미 받아들이는 자의 그릇이 천차만별이라, 이론적으로는 어느 것 하나 같게 받아들여질 수 없다.


하지만 이것은 자의식 과잉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맛있는 과일을 먹고 느끼는 느낌이 달라봤자 거기서 거기지. 전 세계 80억 인구가 유일무이 한들, 맛있는 과일을 먹고 느끼는 느낌이 80억 가지 일까. 그러니 개인의 사유라 해봤자 뭐 그리 특별할까, 생각할 수 있지 않은가.


하지만 특별하다. 단 한 가지의 느낌은 일치할 수 있지만 100가지의 느낌이 일치할 수는 없다. 가장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감정을 공유한다 해도 우리가 느끼는, 생각하는 대상은 헤아릴 수 없이 많고 그 모든 감각이 모두 일치하리란 불가능하다.


그래서, 가장 보편적이라 할지라도 나는 나만의 사유를 하고, 그것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것은 유일한 존재의 사유를 기록한다는 최소한의 의미를 가진다. 특별할 것 없는 나의 생각도 하나하나 쌓이면 결국 유일무이한 존재로써의 나를 드러내줄 것이다. 필요한 것은 성실한 기록. 글을 쓸 때 가장 제정신인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일인 글쓰기를 오늘도 이렇게 한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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