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가 이렇게 무거운 것인 줄 몰랐어요. 날아갈 것 같아요. 깃털처럼 가벼워요."
언젠가 방영했던 나의 해방일지에서 서브 주인공이 너무나 밝은 표정으로 했던 대사다. 늘 불평과 불만이 가득하던 그녀가 그 모든 감정에서 벗어나면서 했던 말. 생각해 보면 나의 해방일지라는 드라마 자체가 어쩌면 증오하는 마음으로부터 벗어나는 것, 그렇게 자신을 해방시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증오의 감정은 너무도 무거운 것이라고. 일분, 일초 모든 시간을 지배하고 그렇게 인생 전체를 짓누를 수 있는 아주 무겁고도 강력한 힘, 증오. 그래서 잠시라도, 그 증오를 느끼지 않는 순간들을 하나씩 모아서 그렇게 숨 쉬고 살아간다고.
증오만 그럴까. 혹은 부정적인 감정만 그런 걸까. 하긴, 긍정적인 감정은 '오랜 시간 잔잔하게 지속'되기가 더 어려운 것도 같고. 이 세상을 향한 분노. 누군가 사람을 향한 분노. 혼란스러움. 증오. 혹은 불안함, 무료함, 우울감, 이런 감정들은 너무도 오랜 시간 잔잔하게 지속되면서 삶을 짓누를 수 있는데. 기쁨, 즐거움, 행복함. 이런 것은 가능한가? 아니면 평안함, 감사함 이런 것은? 전자는 어렵겠으나 후자는 가능할지도.
이제는 몸이 가장 먼저 반응한다. 부정적인 감정이 지배하고 있을 때는 그것이 해결되지 않는 한 자꾸 온몸을 아프게 한다. 뻐근한 정도가 몸살이 되고, 머리가 지끈거리는 정도가 편두통이 된다. 분명 스트레스를 풀겠다고 이것저것 안 한 것도 아닌데, 해결되지 않은 응어리들은 기어코 몸 어딘가 한 군데를 고장내고야 만다.
그러니 이제 가장 필요한 것은 무던함. 좋든 나쁘든 극으로 치닫는 감정은 몸에 해롭다. 무거워서. 그 이유는 무거워서가 가장 적당한 듯하고. 더 이상 무거운 감정들을 소화시킬 수 없는 몸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은 이제 흘려보내기다. 위로든 아래로든 감정이 치솟는 그래프가 유지되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무던함으로 중심을 잡는 것. 사실 무슨 일인지가 중요하겠는가. 결국 감정의 그래프를 그리는 것은 온전히 받아들이는 나의 몫인걸. 좋아도 잠깐, 화나도 잠깐, 힘들어도 잠깐. 불안해도 잠깐. 그저 무탈하게, 그렇게 무던하게 하루하루를 지낼 수 있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