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차를 운전하는 시간이 좋다.
내 차는 자그마한 경차다. 출퇴근용 차량이 필요했고, 온 가족이 아닌 혼자 주로 탈것이었기 때문에 경차 이외의 옵션은 없었다. 하루에 왕복 50km여를 반복해서 출근하던 시절, 그렇게 조그마한 경차가 나의 차가 되었다.
경차의 장점을 꼽자면 뭐랄까, 일상적으로 느낄 수 있는 소소한 편의다. 우선, 차가 작아서 운전이 쉽다. 좁은 골목길이든 코너든 하다못해 차선 변경 할 때도 차폭이 좁고 길이가 짧은 경차는 슝슝 잘 간다. 그리고 요즘은 저공해 차가 많아져서 도드라지는 장점은 아니지만, 경차의 할인해택은 제법 쏠쏠하다. 도로비가 비싼 길도 부담 없이 갈 수 있고, 주차비나 자동차세 혜택은 덤이다.
대표적인 단점은 물론 좁은 것이다. 옆자리에 한 사람만 타도 부쩍, 좁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이 단점은 나에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누군가를 태울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혼자 운전하기에 경차의 공간감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뒷자리에 짐을 둬도 손 뻗어 찾기 좋고, 트렁크가 작다한 들 운전석 말고는 모두 쓸 수 있어 불편이 없다.
사실상 실제 내가 느끼는 단점은 껍데기가 얇은 것(?!)이다. 경차 안에서 통화를 하거나 음악을 들으면, 지하 주차장 같은 공간에서는 거의 그대로 밖에 다 들린다고 보면 된다. 조금 크게 틀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바로 옆에서 나는 소리인 양 느낄 정도라 생각 없이 소리를 높이다 보면 놀란 시선들을 마주할 수 있다. 그 얇은 껍데기는 비올 때도 굉장하다. 좀 굵은 빗줄기나 우박 같은 비가 오는 때면 마치 양철통에 물 받는 것 같은 소리가 서라운드로 울린다. 이 정도 얇기니 어디 툭 부딪히기라도 하면 옴팡 우그러지는 것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혼자, 나의 경차를 몰고 운전하는 시간을 좋아한다. 쌩쌩 달리는 도로가에서는 크게 눈치 볼일 없으니 좋아하는 플레이리스트를 맘껏 틀고 달리면 차 안은 오롯이 혼자만의 공간이 된다. 가만히 앉아있을 때보다 산책하는 것이 생각하기 더 좋듯, 나에겐 운전석의 시간이 생각하기에도 가장 좋은 시간이다. 혼잣말을 해도, 이불킥 마냥 지나간 사건에 후회의 사자후를 내질러도 누구 하나 눈치 볼 것 없는 나의 공간.
아. 글 쓰다 보니 드라이브 가고 싶다. 한 이 삼십분만, 멍하니 음악들으며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커피라도 한 잔 살 핑계를 만들어야 할까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