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한옥살이를 하다.
신랑과는 부산-안동 장거리연애 3년 끝에 결혼했다. 사실은 결혼까지 못 갈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다. 30살 넘은 딸이 부모님 집에 얹혀사는 게 민폐라서 대학가 원룸으로 독립한 덕을 보았다. 1년마다 이사를 했는데 당시 남자친구였던 신랑 돈을 빌려서 평수를 넓혀갔다.
"귀요미, 나랑 왜 결혼했어? 매주 부산 내려왔잖아."
신랑 대답이 기가 막혔다. 내가 결혼하자고 해서 노처녀를 구제해 줬단다. 33살 결혼을 했는데 아이가 있는 친구들이 많았다. 이혼하고 재혼한 친구들도 있었다.
공공기관 부산본부를 다니면서 대학원 박사과정을 하였다. 새벽 출근하여 업무를 해치우고 저녁에는 연구실로 나갔다. 전문가가 되고 싶었고 책을 출간하고 싶었다. 그러다 작은 아파트로 이사했고 결혼식을 올렸다.
"귀요미, 기말고사 끝나고 다음날 결혼식장 입장했어. 출장이 많은 시즌이었는데."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분단위로 살았다. 항상 응원해 주는 신랑 덕분인지 힘을 낼 수 있었다. 집안 부모님들은 밥만 먹고사시는 정도라 결혼비용은 우리가 냈다. 양쪽 축의금의 차이가 있어 친정아버지에게 차액을 드렸다.
박사 졸업 후, 경북본부 공사현장을 지원하자마자 발령을 받았다. 회사대출을 잔뜩 받아 30평 아파트에서 같이 사는 신혼생활이 시작되었다. 부동산 재테크 개념은 없었고, 부모님이나 친구들이 놀러 올 때 손님방을 제공해 주고 싶었다. 손님들이 찾아오기 편한 위치의 낙동강변에 있었다.
"귀요미, 그 아파트 지금 3억이 넘었대. 더 비싸게 팔걸."
몇 년이 지나 대구본부 사무직을 발령받았다. 최근 실거래가로 양도하고 신랑을 위한 안동 한옥을 매매하였다. 남은 금액으로 나를 위한 오피스텔 전세를 계약했다. 코로나19 펜데믹시절 몇천만원의 양도소득을 보았다.
다시 대구-안동 주말부부 생활을 하였다. 대구 범어역 근처 신축 오피스텔이었는데 상권이 참 좋았다. 퇴근길에 혼자 맛있는 거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리고 유튜브 학원도 다녀었다.
"귀요미, 대구 오피스텔 집주인이 돌려줄 전세금이 없대. 대신 집을 가지래."
갑자기 부동산 시장이 안 좋아지더니 오피스텔 임대인이 연락을 받지 않고 남편분이 전화 왔다. 순간 화가 나서 경매를 신청하겠다고 했다. 아는 공인중개사, 법무사한테 자문을 구하니 월세 받는 것을 추천하셨다. 하는 수 없이 등기를 치고 임차인을 구해서 지금까지 월세를 받고 있다.
주택수가 늘어나는 것이 싫어서 부산 신혼집을 부동산에 내놓았다. 그동안 전세를 주었는데 작은 아파트라 가치가 전혀 상승하지 않았다. 빨리 팔고 싶은 마음에 최근 최저가를 불렀는데 더 깎아달라는 전화만 왔다. 해당 공인중개사에게 더 이상 거래하지 않겠다고 답변하였다.
"귀요미, 우리 신혼집을 사고 좋은 일이 많았는데. 이제 징글징글하다."
더 이상 거래하지 않겠다고 전했던 공인중개사가 전화 왔다. 원하는 가격으로 내일 당장 계약하자고. 못 이기는 척 아침 일찍 내려가 도장을 찍어주고 왔다. 손해를 보았지만 속이 겁나 시원했다.
부산 신혼집 매매로 인하여 통장에 목돈이 있으니 든든한 마음이 들었다. 역시 현금이 최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신랑을 위한 안동 한옥살이가 꽤 즐거웠다. 층간 소음이 없는 점, 마당 텃밭이 있는 점이 특히 좋았다. 평일 대구 직장생활의 피로가 풀렸다. 주말 안동 시골생활의 즐거움을 발견했다.
"귀요미, 우리 한옥스테이를 한번 해 볼까? 성공할 것 같아."
편안동 감성한옥길에는 많은 주거용 한옥들이 있었다. 종종 폐가가 보이면 개인 사업이 하고 싶었다. 아파트가 별로여서 그런지, 한옥살이에 푹 빠져서인지 한옥체험업을 하고 싶은 꿈이 커졌다. 결국 서울 북촌마을과 유사한 법상윗길의 한옥 2채를 샀다.
내가 경험해 보니 연애와 결혼은 정말 달랐다. 가사일부터 집안행사까지 협의해야 할 것이 무척 많았다. 그중에서도 재테크는 제법 중요한 이슈였다. 우리 부부는 아파트,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크게 관심은 없었다. 돈 많은 부자들의 세상 이야기라고만 보았다. 그런데 한옥에 대해서만 다른 관점을 가졌다.
"귀요미, 한옥 사길 잘한 것 같아. 주거환경이 만족스러워."
한옥살이는 아파트만큼의 큰돈 없이도 편안하고 쾌적하게 살 수 있다. 홈카페뿐만 아니라 바비큐도 해 먹을 수 있다. 고기 빼고는 텃밭에서 자급자족이 가능하다. 또 주변 상가를 보면 카페, 스테이, 레스토랑, 공방 등 다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