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되는 기업분석
구수하고 친근한 아저씨 이미지로 음식점 사장이지만 연예인 같은 백종원이 4,500억원대 주식 자산가가 되었다고 한다. 흑백요리사에서 심사위원을 하고, 골목식당을 누비고, 마이리틀텔레이전에서 음식은 설탕을 많이 넣어야 맛있다고 얘기하던 그가 갑자기 그렇게 부자가 되었다니 무슨 일인지 싶다. 그가 대표이사이자 최대주주로 있는 ‘더본코리아’라는 기업이 상장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업을 대표하는 사람을 대표이사 그리고 기업의 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한 사람을 최대주주라고 한다. 그리고 그 기업을 시장에서 내다 팔 수 있도록 등록하는 행위를 상장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의 아내 소유진이 부럽지 않다. 왜냐하면, 그 돈은 기업의 돈이지, 개인의 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백종원은 기업의 대표이사인 동시에 최대주주이지만, 반드시 둘이 일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대표이사가 기업의 돈을 개인에게로 가져오는 합법적인 방법은 월급 밖에 없다. 당연하게도, 대표이사가 본인의 월급을 많이 받아가면 기업의 이익이 줄어 든다. 최대주주가 기업의 돈을 개인에게로 옮겨오는 방법은 배당뿐이다. 배당이란 기업이 주주들에게 주는 돈이다. 배당은 선별적으로 할 수가 없다. 최대주주가 배당을 받기 위해서는 1주를 가진 주주에게도 주당 동일한 금액을 배당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또한, 배당은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일년에 한 번 혹은 두 번 가능하다. 그리고, 기업이 사업을 해서 남는 돈이 있어야 배당을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기업이 국가에 세금을 내고, 은행에 이자를 내고, 근로자에게 임금을 주고, 기업의 기계 및 공장 수리비를 지불하고 나서 남는 돈이 있어야 주주들에게 배당을 할 수 있다. 주주가 배당을 받는 만큼 기업은 다음 해 사업을 위해서 쓸 수 있는 돈이 줄어 든다.
배당금이 기업의 이익의 몇 퍼센트에 해당하는지를 계산하여 배당률이라 부르고, 이러한 배당률을 미리 정하는 것을 배당정책이라 부른다. 아예 배당을 하지 않는 것도, 이익을 모두 배당하는 것도 가능하다. 보통 성장하는 기업의 경우 배당을 하지 않고 돈을 남겨 다음 해 사업을 위해서 사용한다. 성장이 멈춘 기업이라면 주주들에게 배당을 상대적으로 많이 하게 된다. 이러한 배당정책은 주주들의 회의인 주주총회를 통해서 결정이 된다. 기업의 1주를 가진 사람도 주주총회에 참석할 수 있다.
흔히 하는 오해는 대표이사나 최대주주는 생활비를 기업의 돈으로 쓰고, 기업이 비용 처리한다는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대표의 부인 김혜경님이 정치자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해서 문제가 된 적이 있는 것처럼, 대표이사나 최대주주가 기업의 돈을 사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다. 기업의 비용이 늘면 이익이 줄어 세금을 적게 낸다. 비용을 적절하지 않게 기록한 것이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발각되면 과징금을 낼 뿐 아니라 고의적이라는 것이 밝혀지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최대주주가 기업을 통해서 돈을 버는 방법은 주식을 파는 것이다. 주식의 다른 말은 가치가 있는 증권을 뜻하는 유가증권이다. 기업이 주식을 쉽게 팔기 위해서는 먼저 상장이라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상장이란 기업이 발행한 주식에 주식거래소에서 매매거래가 될 수 있는 대상이 되는 자격을 부여하는 것을 말하며, 그 자격을 부여받은 주식을 상장주식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주식거래소는 상장 절차의 엄격성에 따라 두 개로 나뉘어 진다. 더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 하는 시장은 코스피이고, 덜 엄격한 시장은 코스닥이다.
상장을 통해 기업의 내부자가 아닌 일반투자자를 주주로 맞이하게 되면, 기업의 운영은 더욱 복잡해진다. 일반투자자들의 자산이 주가의 변동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어머니 노릇을 하기 때문이다. 상장 기업은 기업의 상태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는 의무를 가진다. 기업은 투자자관리부서, 일명 Investor Relations (IR)과 공시담당부서를 마련하고, 투자자들의 질문에 답변한다. 기업의 투자자관리부서 직원은 분기 실적 결과가 나쁘거나 주가가 급락하는 경우 투자자의 항의 전화를 받고 욕을 먹기도 한다. 그리고, 주주총회에 참석하는 주주의 수도 늘어나게 된다. 투자자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못하거나 실적이 부진한 상태가 오래 지속 되면 상장기업은 관리 종목으로 지정되고 그 이후에도 개선이 되지 않으면 상장 폐지 수순을 밟게 된다. 상장 폐지가 된다고 해도 기업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상태가 나아지면 재상장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최대주주가 주식을 팔기는 어려워진다. 기업의 소멸은 해산과 청산 절차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더본코리아는 이번 상장으로 기업 자본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권리를 일반투자자에게 넘기고, 반대 급부로 천억원을 벌었다. 자본이란 기존의 주주들과 새로운 투자자들이 투자한 금액을 말한다. 자본은 투자이기 때문에 주주들은 원금 손실의 위험이 있다. 기업은 자본이라고 이름 붙여진 돈을 사용해 운영에 필요한 자산을 사거나 임대한다. 자산은 기업의 사무소, 물건을 만드는 기계, 기계가 있는 공장, 공장을 새로 지을 땅 등으로 기업이 사용해서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 된다. 기업은 자산을 살 때 매입하는 자산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도 있는데, 이를 부채라고 한다. 다시 말해, 자산은 자본과 부채의 합이다. 기업이 자산을 살 때 주주의 돈으로 샀는지 타인에게 빌려서 샀는지에 따라서 자본과 부채로 나누어진다. 기업이 소멸하는 경우, 자산을 팔아 먼저 부채를 가진 은행에 돈을 돌려주고, 남는 것이 있으면 주주들에게 준다. 자산을 제 값에 팔지 못해서 남는 것이 없으면 주주에게 돌아가는 것은 없다.
상장기업의 대표자나 최대주주를 포함하는 임직원과 주요주주들은 기업의 중요한 내부자이기 때문에, 중요한 정보를 미리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내부자가 투자자의 투자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를 공시하지 않고 부당하게 이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증권거래법 등은 내부자가 주식매매를 통해서 돈을 버는 것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그 규제 중 하나로, 내부자가 주식을 팔 때는 매번 한국거래소에 신고를 해야 한다. 이 신고는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서 공공에게 알려지며, 삽시간에 뉴스로 퍼진다. 그들이 주식을 팔았다는 것은 당연히 기업의 전망이 어둡다는 것을 의미하며, 주가 하락 요인이 되어, 주식 자산 가치를 떨어뜨리게 된다.
상장기업의 주가는 내부자 주식 매각이 아니라도 급변하는 일이 많다. 더본코리아가 상장이 된 후 며칠 만에 주가가 하락하여 주식의 가치가 천억원 이상 떨어지기도 했다. 이렇듯 백종원이 가진 4,500억원의 주식 자산은 그 가치의 변동성이 높고, 원할 때 팔기도 어렵다. 대표이사이자 최대주주가 보유한 기업의 주식은 자산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왜 이렇게 기업의 돈이 개인에게 가기 어렵게 되어 있을까?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기업은 법인이다. 법인이란 사전적 의미로 자연인에 의하여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사업을 수행할 수 있게 하기 위하여 사람의 결합이나 특정한 재산에 대하여 자연인과 마찬가지로 법률관계의 주체로서의 지위를 인정한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자연인은 법인의 반대되는 개념으로 사람을 말한다. 정의에서 볼 수 있듯이 같은 사업도 법인을 만들어 할 수도 있고, 개인사업자로 할 수도 있다.
대표자 혹은 최대주주가 개인의 돈을 넣어 법인을 만들면 그렇게 들어간 돈은 자본이 된다. 그 자본은 월급이나 배당 외로는 다시 개인에게 돌아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인을 만들어 사업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책임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법인은 사업을 하면서 여러가지 계약관계에 들어가게 되고, 계약에 명시된 의무를 해야 한다. 그런데 만일 의무를 다하지 못해 법인이 파산을 하게 되면, 해산과 청산을 통해 소멸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법인은 자산을 팔아 부채를 갚고, 남은 돈을 주주에게 주는 것으로 끝이 난다. 대표자나 최대주주가 처음에 법인에 넣었던 자본금이 한 푼도 남아 있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고, 부채를 갚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지만 자연인인 대표자나 최대주주가 부채에 대해서 책임을 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애초에 투자한 자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것으로 그들의 책임은 끝이 난다. 이렇게 위험 적기 때문에 법인을 설립해서 사업을 하는 것이다.
결국 기업이란 법인으로도 운영이 가능하고 개인으로도 가능하다. 기업의 사전적 정의는 영리를 얻기 위하여 재화나 용역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조직체이다. 영리란 재산상의 이익을 꾀함을 말하고, 이익이란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보탬이 되는 것이다. 흑백요리사의 흑수저가 하는 중국집을 예로 들어 보자. 규모가 작기는 하지만, 자장면을 팔아 돈을 번다는 점에서 보면 기업이다. 집 앞의 문구점도 마찬가지이다. 기업이라고 부르기에는 왠지 어색하지만, 물건을 팔아 영리를 남기는 점에서 기업이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정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정부도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조직을 운영하여, 공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기업이라고 부를 수 있다. 대한민국 정부에서 걷어 들이는 세금이 너무 많고 내가 제공받는 서비스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국민은 정부 서비스의 소비자가 된다. 비슷한 맥락으로 병원이 있다. 개인 병원 중에서 피부과나 성형외과는 돈이 잘번다고 해서 기업이고, 대학 병원은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기업이 아니라고 생각하는가? 그렇지 않다. 병원이라는 조직도 결국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다.
심지어, 걸어 다니는 중소 기업이라 불리는 장윤정, 유투버나 인플루언서와 같은 개인도 서비스를 제공해 이윤을 남기기 때문에 기업이라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기업은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보탬을 얻기 위해서 활동하는 모두이다. 길을 걷다가 보이는 상점들이나, 직장이나 병원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기업이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을 바라보는 안목을 키워 경제관념을 높이는 것이 나의 돈과 자산을 지키는 방법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기업의 가치를 알아보는 눈을 높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