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의 꿈>
김혜진
하드 하나 입에 물고 낡은 슬리퍼를 지익 끌며 느긋하게 산책하고 싶었다.
졸리면 자다 일어나 다시 누워 뒹굴거리고 싶었다.
먼지가 허공을 떠다니고 방바닥 옷가지로 발 디딜 틈 없어 까치발로 다녀도
설거지 통에 쌓인 그릇을 보고도 게으르게 소파에 누워 시집이나 읽고 싶었다.
내 몸 사방이 방어 가시로 채워져 있다.
죽지 않고 살아 있어 외로운 정원을 미치도록 떠나고 싶었다.
그때였다. 삼 년이 지나 내게 빨간 꽃대가 올라오더니 우울한 내 삶에
몽글거리며 간질거리는 살갗이 노란 꽃이 피었다.
있는 그대로 조용히 사랑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