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신의 한 수

< a stroke of genius >

by 지니

#1

지나고 나니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 신의 한 수가 맞겠다. 고3 아들을 제주도에 보냈을 때는 몰랐다. 죽어가는 볼멘소리로 매번 힘들어 죽겠다며 ‘학교를 다니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둥 ‘머리가 좋지 않아 공불 해도 머릿속에 안 들어간다’는 둥 입만 열면 불평불만이 가득했다. 아이들이 그렇듯 고3이 되면 학업과 진로에 대한 스트레스로 더 예민해지고 힘들어서 그러려니 했다. 고3 모두 겪는 문제니 당연히 견디어 낼 줄 알았다. 하지만 이 녀석은 1학기 기말고사를 일주일 앞두고 새벽에 안방 문을 두드리더니 ‘얘기 좀 할 수 있겠냐’며 자는 나를 심각한 얼굴을 하고는 거실로 불러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엄마 저 학교 그만둘래요. 숨 쉬기가 힘들어요!”라며 울먹거린다. 순간 당황했다. 조용한 침묵의 공기가 흘렀다. “난 공부도 못하는 데다, 엄마가 생각하는 것보다 그림실력도 없고, 또 그림에 대한 열정도 없어서 대학을 간다 하더라도 의미가 없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 말에 나는 놀라 어찌할 바를 몰랐다. 순간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아이가 숨 쉬기 힘들다는데 나는 아이의 이런 상태를 왜 눈치 채지 못했나, 힘든 것을 보면서 나 스스로 애써 외면한 것은 아니 었나 라는 자책마저 들었다. 어찌 됐건 지금 생각해도 아들의 표정의 심각함에 얼마나 아찔했는지 지금도 기억이 눈앞에 선하다. 나는 힘들었을 아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는 ‘입시는 생각하지 말고 얼마 남지 않은 학교만 졸업하는 것을 목표’로 하자며 초점 없는 멍한 눈을 한 아들을 며칠 동안 사육하다시피 맛있는 밥만 해주며 지켜보기만 했다. 그러다 가장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물었고 ‘제주도에 가고 싶다’는 말에 혼자 보낼 수 없어 큰딸에게 휴가를 내게 하고 귀차니즘에 빠진 둘째까지 억지로 끼워 삼 형제를 비행기에 태워 3박 4일 제주도에 보냈다.

제주도에 가서 어떤 특별한 일은 한 것은 아니다. 다만 지혜로운 누나와 형이 집에 오기 전 일부러 제주대 예술학과의 건물을 탐방하고 근처 맛있는 식당을 찾아 밥을 먹고 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주 잘했다는 생각은 다녀온 뒤 이틀 후부터다. 그렇게 자유를 누리고 와서인지 아니면 제주대학이 좋아서인지 여행은 터닝 포인트가 되어 고3 아들은 매일 10시간씩 그림에 매달리게 되었다. 장시간 한 자세로 그림을 그리니 어깨와 목이 뭉치고 허리가 아파 저녁마다 끙끙 댔다. 입시는 둘째치고 고등 졸업에만 목표를 둔 녀석인데 입시를 준비하니 지켜보는 부모로서 대견하고 감사했다. 나는 아침마다 180센티의 덩치 좋은 아들을 엎드려 뉘인 채 ‘쳐보지도 못한 골프공’을 옆집 언니한테 얻어와 아들 등에 굴리면서 한 시간씩 마사지를 해줬다.

“아니 좀. 아니 휴~ 거기 말고요. 위예요. 아니 그게 아니라 휴~” 갑자기 드러누운 녀석은 일어나 공을 뺐더니 “아니 이렇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3-4센티 정도로 좌우로 밀으라고요!”라며 짜증 섞인 말과 함께 시범을 보인다. ‘아니 이런 싸가지! 내가 무슨 마사지 전문가도 아니고 여태 살면서 남편 어깨 한번 제대로 주물러 준 적 없는데, 자식한테 핀잔까지 들으며 할 일은 아니지 않나!’라며 때려치우고 싶었지만 개과천선한 아들. 그것도 고3인데 ‘참자 참어’ 라며 마음을 다 잡았다.

“엄마가 처음이라 그렇지. 아이고 세상에 얼마나 아플까 쯧쯧! 뼈와 근육이 따로 노네”라며 혀까지 차가며 진정시켰다. 정말 상전도 그런 상전은 따로 없었다.


#2

“푸하하하!!!!” 왜 웃냐고? 웃으면서 얘기하는 나를 보며 짐작했겠지만 고진감래라고 결과는 수시 합격이었다. 50명 되는 아들의 학원 클래스에서 고3 현역이 수시 실기전형으로 유일하게 합격한 것이다. 미술실기 입시는 워낙 재수, 삼수생이 많아 현역은 실기전형으로 합격하기 힘든데 2관왕이 된 것이다. 가족들이 축하해주고 피자에 치킨까지 시켜 축하 파티를 했다. 아들은 합격을 하니 마음이 들떠 계속 웃으며 말한다. 문제가 난해해 주제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조금 어려웠는데 평소 책 읽기를 좀 한것이 구성을 하는데 도움이 된 거 같아. 스토리가 가닥이 잡히자 주제에 맞게 미친 듯이 그렸지! 내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알아? 나 진짜 열심히 했어!” 라며 계속해서 눈을 크게 뜨고 믿어달라는 눈빛이다. 계속 듣다가 나는 속에 있는 얘기를 해댔다.

“야. 아들,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랬다고 니 잘나서 합격한 거 아니다. 니 골프공 내동댕이 치며 집어던지고 싶었는데 몇 번이나 참았다. 네 엄마 잊지 마라 ㅋㅋ. 물론 어느 정도까지는 네가 노력한 부분에 대해 주어진 결과일 수 있지만, 이것은 너의 능력 100프로는 아니라는 것 알지?”

“아 알아요. 그때는 제가 좀 예민했어요. 죄송해요”라고 사과한다.

“그렇다고 내 덕도 아니고. 넌 운이 좋았어. 네가 잘나서 절대 아니야. 행운이 뒤따랐고 이건 은총이야. 은총 알지? 무상으로 주는 자비 같은...”

“알아요. 정말 모두 고생 많았고 감사해요.”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출발을 위해 건배하고 합격 기념으로 일주일간 둥이 산책 네가 해라."

“알았어요! 우리 귀요미 둥이. 힘들 때 진짜 위로됐어요. 일주일간 제가 할게요”라며 흔쾌하게 응한다. 엄마 맘도 이해하고 맘까지 넓어진 아들 녀석 뒤에 일주일간 둥이의 산책에 해방된 나머지 4인 가족은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게 제주를 선택한 신의 한 수는 승리의 결과로 행운을 붙잡았고 신의 은총 아래 아이가 가진 꿈을 향해 비상할 수 있게 되었다. 제주여행은 정말 잘한 신의 한 수였다.

로켓, 시계, 인간 진화 제시어:우주여행 제시물을 이용. 제시어에 맞게 디자인하시오. 학부 34명 909명지원

브로콜리, 주사기 제시물을 이용하여 기초디자인하시오. 13명 모집 335명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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