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게 되려나 ~ 어쩌려나(2)

by 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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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이어 예약한 도수치료를 받으러 병원에 갔다. 선생님은 여느 날처럼 묻는다.

“일주일은 어떠셨어요?”

“아. 네 여전히...” 일주일 내내 아파 고생했다는 말을 한마디로 표현하기 힘들어 말을 흐렸다.

몸의 힘을 뺀 체 얼굴은 바닥을 향하고 손은 턱 하니 힘을 빼고 치료 침대에 누웠다.

“아이고야, 쯧쯧 여전히 어깨가 돌덩이네요! 오늘 끝나고 가시기 전 집에서 간단히 스트레칭하는 법 좀 알려드리도록 할게요 ”선생님은 혀를 차며 놀라 말했다.

“그나저나 여쭤볼 게 있어요 “ 하며 운을 뗀다. 다리 뻗고 누우니 나도 편해져 주저 말고 말해보라 했다.

“저희 집은 아들만 둘인데 동생이 먼저 결혼해 둘째 며느리를 먼저 봤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제가 결혼해 첫째 며느리를 보게 되니 어머니가 너무 좋아하세요.” 그는 행복한 웃음소리를 내며 말을 한다.

“아 네. 그러시겠네요!”

“둘째 며느리는 모두 맘에 드는데 단 한 가지 신앙생활을 하지 않아요. 저희 집은 모태신앙인데 그 부분을 어머니가 얘길 못해 아쉬워했는데 우리 여보는 신앙이 좋으니 어머니가 너무 좋으신가 봐요. 그래서 하실 얘기도 많은 데다 신앙 얘기까지 편히 말할 수 있어 딸처럼 좋아하세요.” '우리 여보'라는 말이 여전히 낯설었지만 신혼이 묻어나 귀엽게 느껴졌다.

“그래서 말인데 어머니가 매일 전화를 하니 며느리 입장에서 조금 어려워하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제가 엄마한테 전화 좀 그만해요!라고 하면 서운해할 것 같고, 그렇다고 우리 여보가 스트레스가 많아지면 좋을 게 없는데 어쩌지요? “ 라며 걱정스레 묻는다. 하지만 나라고 특별한 수가 없는데... 하지만 관록이 묻어나고 나름 해피한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선배임을 알고 묻는 것이리라!

“아내분이 많이 힘들어 할 수도 있겠네요!”

“네 그렇다고 우리 여보가 막 싫다고 내게 얘기하진 않지만 서서히 피곤함을 느끼는듯해요!”

“주 며칠이나 전화가 오나요?”

“오육일? 주말 빼고 평일은 매일 오는 것 같아요!” ‘헐, 시어머니가 정말 좋아하시나 보다.

“통화시간은요?” 놀라 물었다.

“약 1시간 정도 하는 것 같아요. 정말 가운데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고민스럽게 얘기하는 것을 보니 나름 걱정이 많은 게 느껴졌다. 누가 봐도 좀 심한데도 엄마맘이 상할까 봐 고민하는 착한 아들에다 또 아내 생각까지 하는 속 깊은 사람이다. 아무리 결혼 초라해도 주당 대여섯 시간을... 아내 속이 편하지는 않을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네. 그런데 오 육일은 좀 심한 듯 한 데요. 시간도 짧지 않고요!”

“운이 좋은 게 우리 여보는 처가 쪽도 딸 둘이라 수다에는 익숙해져 있어서 무척 다행이지요.”

‘아니 뭐래. 그 수다와 이 수다가 같나! 허참 너무 순진한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솔로몬 같은 지혜를 줘야 하는데... 그는 내 답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자 무릎과 종아리 사이의 근육 정확한 이름은 뭔지 모르겠지만. 근막이 형성된 곳에 통증이 가해졌다. ‘아 얼른 말하라는 것인가!’ 너무 아프게 누르신다. 나는 입을 떼었다.

“요일을 정하는 것은 어떨까요?”

“네? 요일을요? 어떻게요?”

“지금 아내분 직장도 다니고 있으니 가장 한가한 요일을 이틀 정도 정하세요. 대신 선생님이 넌지시 어머님께 바쁘다 얘기를 한 후 이틀 정도만 가능할 것 같다고 얘기해 놓고요. 그러다 보면 약간의 거리를 두게 되면서 통화하게 될 거고요.” 그러자 그는 내게 물었다.

“어머니가 서운해하지 않을까요?”

“서운해 할 수 있지요. 하지만 서로 피곤해서 관계가 나빠져 서로 피하고 욕하게 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요? 각자 살림을 차렸으니 서로의 입장이나 관계를 존중해야지요. 특히 개인의 시간을 뺏는 것은 사실 조심해야 해요. 나만 좋은 것이 사랑은 아니잖아요. 서로가 좋아야 관계도 오래가는 법이고, 또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좋은 며느리는 될 순 있지만 절대 딸이 될 순 없잖아요.”

“아. 그런가요? 어머니는 우리 여보를 딸처럼 생각하는데...”

‘그래요? 하지만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에서 딸처럼 생각한다는 그 확신은 어디서 어떻게 나온 거예요?’라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논쟁의 여지가 있는 데다, 말만 복잡해질 것 같아 생각만 하고 꾹 참았다.

뭉쳤던 근육들이 조금씩 풀어지는 것 같다. 특히 뻣뻣했던 목이 오른쪽과 왼쪽을 반대로 비틀어대니 '뚜두둑' 소리와 함께 시원해진다.

“선생님은 가운데서 참 잘하실 것 같아요! 며느리를 딸처럼 생각하는 집들 보니 남편들이 중간에서 잘하더라고요. 사실 사위노릇도 어렵지만 며느리 노릇은 더 어렵거든요. 아들로서 원하는 효도는 꼭 직접 하시고 아내에게 짐을 주지 않더라고요. 살아보니 그게 지혜고요. 잘한다 못한다를 떠나 무조건 아내 의견에 존중하는 게 가장 우선이고요.” 나는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침을 삼키며 발음을 더 똑똑히 했다.

“아 네. 결론은 남편이 잘해야 된다는 거지요? ㅎㅎ” 뻔한 답이라 생각해서인지 잘해야 된다는 중압감에서인지 약간 씁쓸한 눈치다.

“성경에도 나오잖아요. 아브람에게 본토 아비 집을 떠나라고. 아비 집을 떠난다는 것은 그냥 몸만 떠나는 것이 아니라 독립된 하나의 개체가 되어 떠난다고 저는 이해했어요. 이젠 하나의 가정이니 아내와 연합하고 아내의 말에 적극적으로 도와야 어머님 과의 관계도 훨씬 더 좋아질 거예요. 아내 분은 지금은 신혼이고 어려워서 말을 못 할 수도 있고,.. 어쨌든 뭐든 지나치면 넘친다는 말 있잖아요. 조금 통화를 줄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아 네. 우리 여보와 진지하게 한번 얘길 해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치료 후 일어나 목을 천천히 오른쪽으로 한번 또 반대쪽으로 한번 돌렸다. 옆구리를 돌리고 다시 반대쪽으로 돌린 후 발끝을 모아 벽과 붙인 후 스쾃 자세로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면서 균형을 유지했다. 선생님은 집에 가서 계속하라고 내게 권고했다.

부부가 산다는 것은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남편과 25년을 살고 있지만 많은 시간을 서로의 부모님을 포함해 기본 6명이서 사는 착각을 가질 때가 많다. 거기다 달달한 신혼 때에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기싸움과 말다툼이 많았던 것 같다. 해결해야 할 작은 문제들 앞에 본인이 생각했던 결과든, 그렇지 않은 결과든 수용하고 받아들이면서 하나씩 조율하며 같이 사는 것. 그것들을 참 어려워했다. 오른쪽과 왼쪽, 위와 아래 그리고 허용의 범주 안에서 균형을 맞추며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며 사는 것. 어쩜 이 행위가 우리가 사는 모습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시어머니가 25년째 매번 하시는 말 중 좋아하는 말 하나이다.

“큰며느리랑 어딜 가면 사람들이 모두 딸이냐고 물어봐! ㅎㅎ" 나는 아무 말하지 않고 매번 씩 웃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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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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