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게되려나~ 어쩌려나(1)

by 지니

‘아이고 허리야~’ 코로나로 인해 시어머니 생신을 오랜만에 집에서 치르고 나니 병이 도졌다. 여느 날처럼 5개월 동안 2주에 한번 도수치료를 받으려고 동네 정형외과병원을 방문했다. 나의 허리뼈의 수가 유전적으로 보통 사람보다 하나 부족한 데다 잘못된 거북목 자세로 앉아 있다 보니 머리부터 허리까지 근육이 뭉쳐질 때가 있다. 자고 나면 아침에 고개를 맘대로 돌리지 못하고 로봇처럼 목과 얼굴은 같이 움직이게 된다. 거기에다 고통스러운 아픔이 동반되어 치료를 받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는 지경에 까지 된 것이다. 그날도 인사를 하고 치료하는 침대 테이블에 엎드려 누웠다. 치료사 선생님은 어디가 제일 불편한지 물었고 나는 목과 허리를 가리켰다. 그러자 손가락으로 목을 세게 누르더니 “아이고야. 완전 돌덩이네요!”라며 지압을 했다. 눌렀을 때 통증이 함께하니 아픔을 잊어버리려고 무언의 약속처럼 서로 질문을 하기도 하고 받기도 한다. 이런 데서 하는 질문이라는 것이 특별하거나 깊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잠깐이라도 다른 생각을 한다면 아픔이 조금 덜 해지는 것 같은 착각을 가지기도 한다.

치료 기간 중 선생님이 갓 결혼한 신혼이라는 것을 알기에 나는 자연스럽게 말을 꺼냈다. “선생님, 결혼 생활 행복하지요?” 당연한 질문에 행복 바이러스가 전파되겠구나 싶어 답을 기대하는 나에게 대답하지 않고 한숨만 푹 쉰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말을 하지 않고 일주일째 지내요”라고 말한다. “아니 왜요? 깨소금 냄새가 한참 풍겨 날 때에 무슨 말씀이에요?”깜짝 놀라 물었다. “아니 정말 이해하기가 힘듭니다. 여자들의 문제인지 나의 여보가 문제 인지 모르겠습니다.” ‘나의 여보’라니 애정이 듬뿍 묻어나는 사랑싸움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저는 여자들 아니, 나의 여보가 이해가 안 갑니다.”하면서 내 목을 아주 세게 꽉 짓눌렀다.

“아아악~” 왠지 감정을 실은 것인지 처음보다 더 아프다.

정신을 가다듬고 아픈 것을 뒤로한 채 왜 그런지 이유가 궁금해졌다. 얘기인즉슨 청소기를 새것으로 구입해야 하는데 남편은 L사 모델을 사려하고, 아내는 S모델을 사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각자 나름의 이유가 있는데 남편은 L 모델이 ‘가성비가 좋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가격도 저렴한 데다 무엇보다 '디지털 모터의 흡입력'이 좋은 데다 성능도 훨씬 뛰어나니 맘에 든다는 거다. 그렇다면 이유는 타당해 보인다. 거기다 자신의 친한 친구가 S사의 연구원인데 모터 때문에라도 친구 회사의 것을 사지 말고 L사의 물건을 직접 추천해 주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를 다 듣고도 아내는 S사의 제품을 사겠다고 고집을 피운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디자인이 월등하게 예쁘다’는 것이다. 인테리어를 한 신혼집에 예쁜 디자인은 어울릴 뿐 아니라 어울림의 정도가 성능을 감수할 만큼 만족스럽다는 것이다. “아니 서로의 입장과 생각이 다를 순 있어요. 하지만 전문가가 추천하는데, 그것도 모터가 좋으니 상대 회사 것을 사라고 얘기하는데 굳이 왜 S사 것을 사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도 없고 용납할 수도 없어요!”라며 목소리에 못마땅한 감정과 기운이 느껴졌다. 가만 듣고 있던 나는 어떻게 얘길 해야 될지 고민스러웠다. 중립적이면서 맘 상하지 않게 얘기를 해주고 싶었다. “선생님 고민이 좀 되겠네요! 하하하 그런데 제가 궁금한 것이 있는데 누가 더 청소기를 많이 쓰나요?”나는 진정시키고자 차분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 물론 맞벌이지만 아내가 많이 쓸걸요? 제가 좀 늦게 퇴근할 때가 많아 서요!”라며 대답한다. “그럼 수치로 나타내면 어느 정도 될까요?” 생각할 수 있도록 나는 천천히 되묻게 되었다. “아 굳이 말한다면 약 7:3, 8:2 정도 되려나!” 가만히 듣고 있던 나는 다시 말을 했다. “그럼 답이 간단하네요. 아내분 말대로 하세요! 직접 사용하는 비율이 많은 분의 의견을 좇는 것이 이성적이지요! 매번 사랑하는 아내가 청소할 때마다 선생님 욕하면서 청소하면 좋겠어요? 그걸 바라는 것은 아니지요?”라고 질문을 하자 “네? 아아~ 그렇겠네요. 그 생각은 못했습니다.” 라며 무릎을 탁 치며 웃어댄다.

“결혼하니까 좋으시죠?” 나는 처음 했던 질문을 다시금 물었다. “네! 결혼 안 했으면 길 잃은 어린양처럼 아직도 헤 메고 있을 저를 생각하니 천만다행스러워지네요!”한결 부드러워진 내 어깨와 편안해진 선생님의 얼굴에 웃음이 나왔다. 부부가 사는 것은 역지사지의 정신을 기본으로 깔고 가야 평안이라는 복을 얻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려나~ 어쩌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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