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2일.
새 학년의 새 학기 첫날에 맞춰 주소만 보고 찾아간 곳에는 간판하나 없는 상가 건물이 있었다.
'이게 학교라고?'
긴가민가한 마음으로 조심조심 유리창 너머 안쪽을 보았다.
몇십 명의 아이들이 동그랗게 둘러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낯선 풍경에 주춤거리며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아이들이 하나같이 씩씩하게 외쳤다.
"안녕하세요!"
처음 만난 사람에게도 자신 있게 인사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를 했다.
이내 다른 선생님들이 손짓하는 곳으로 들어갔다.
문이 없는 교무실 같은 공간이었다.
한 선생님이 의자를 내어주고 편히 앉아도 된다고 말했다.
쭈뼛거리며 한쪽에 앉았다.
아이들은 몇 가지 주제로 토론을 한 후 함께 장자의 글을 낭송했다.
그리고 갑자기 우르르 일어났다.
아이들은 10분 정도 깔깔거리며 같이 아침체조를 했다.
기나긴 조례가 끝이 났고 아이들은 우르르 각자 수업할 교실로 향했다.
그제야 선생님들이 모두 내가 있던 공간으로 모였다.
나를 초대했던 선생님이 다른 선생님들께 날 소개해주었다.
그리고 잠시 둘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선생님, 시간 되면 2층 초등교실에 가셔서 수업하시면 됩니다!"
"에? 어떤 수업이요? 뭘 어떻게 해야 하죠?"
그러자 그 선생님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이 늘 하던 거. 그냥 애들이랑 노는 거! 그거 하시면 돼요."
결혼 전 나는 이상한 어느 미술학원에서 담임강사로 근무를 했었다.
그곳은 그림을 '가르쳐' 주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의 수업을 했다.
첫째를 임신하며 결국 그만두었었다.
그때의 원장선생님이 이제 애들 다 컸으니 일해보자며 연락이 왔던 것이다.
수업은 오전 2시간짜리 수업이었다.
늘 하던 것을 하라 하니 도통 의도를 알 수가 없었다.
작품을 만들지, 마냥 놀아버릴지 긴가민가했다.
나는 무거운 걸음을 이끌고 2층 초등교실로 올라갔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아이들은 하나같이 밝은 얼굴로 조잘조잘 말을 걸었다.
몇 년 만에 만난 반가운 이모를 대하듯 반겼다.
"이제 선생님이 우리 담임 선생님이에요?!"
"선생님, 저는 6학년이에요! 얘도 6학년이에요! 왜 이제 오신 거예요~ 이제 중등 가야 하는데!"
"선생님, 선생님, 저는 그림 좋아해요!"
우르르 몰려든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을 소개하느라 바빴다.
아이들은 순수했고 예뻤고 다정했다.
초등교실에 들어가서야 '여기가 내가 있을 곳이구나.' 싶었다.
수업은 늘 새로웠다.
그날그날 하고 싶은 걸 했다.
시간표가 있었지만 무엇이든 바뀔 수 있었다.
수학시간에 문제집을 풀다가 색깔대로 블록을 나누고 그 블록을 똑같이 나누어 그림을 그렸다.
미술시간에 그림을 그릴 때 같은 색친구들끼리 분류하기를 했다.
비 오기 전날 학교 밖 바닥에 그림을 그리고 다음날 지워지는 걸 구경했다.
친구들에게 영어 이름을 지어주고 글을 써서 동화책을 만들었다.
나는 점차 아이들에 대해 깊이 알아가게 되었다.
저마다 어떤 성향인지 어떤 고민이 있는지 어떤 행복을 느끼는지 알게 되었다.
어느새 나에게 그 아이들은 학생 이상의 의미가 되어갔다.
나는 대안학교의 선생님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