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기록 5) 사랑이라는 이름의 실수

"나쁜 칭찬 vs 좋은 칭찬"

by 혜랑

※ 「작은 인간 데이터 수집기」는 앞 선 작품과 다르게 쓰고 싶었습니다.

다양한 구성의 글에 도전하고자 나름대로 구조를 짜서 글을 시작했습니다.

‘관찰기록 5’까지 쓰고 독자분들의 반응과 개인적인 만족감 등을 모두 고려했을 때 더 늦지 않게 수정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관찰기록 6’부터는 기존의 구성을 대폭 수정하고 대화내용에 더 집중해서 쓸 예정입니다.

갑자기 구성이 달라져 민망하고 부끄럽지만,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노력과 실패의 한 단계들이라 생각해 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엄마, 이모집 갈 때 양말 몇 개 챙겨?”

이제 막 초등2학년이 되는 막내가 오전부터 짐을 챙기며 물었다.

내일은 우리 언니가 사는 지역으로 가서 1박 2일 지내다 올 예정이다.


“두 개 챙겨야지. 하나는 내일 신을 것, 하나는 다음날 신을 수 있게 가방에 챙겨.”

“네~!”

나는 아이들이 어딘가를 갈 때 짐을 싸주지 않는다.

이건 아이들 각자의 성격에 다른 의미로 다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시작은 아이들이 다니는 대안학교의 방침이 학교 여행 시 ‘자기 짐은 스스로 챙기고 정리하기’ 이기 때문이다.

큰 아이들이 이를 통해 많은 성장을 했다.

스스로도 정서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어 가정에서 가는 여행도 나는 짐을 꾸려주지 않는다.


막내는 다음날 입을 옷과 양말을 한편에 챙겨두었다.

그다음 날 입을 옷과 잘 때 입을 옷, 속옷, 양말도 가방에 야무지게 넣었다.


밤이 되었다.

막내를 재우려고 침대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 첫째와 막내가 내가 모르는 새 투닥거린 모양이다.


상황은 이러했다.

미루다 거의 밤이 되어서야 짐을 챙기던 첫째가 양말 한 켤레를 챙겼다.

그 모습을 본 막내가 말했다.

“언니야, 두 개 챙기면 돼.”

“1박 2일인데 양말을 왜 두 개나 챙겨?

하나만 있으면 될 것 같은데?”


막내는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 언니에게 다시 말했다.

“아니, 엄마가 나한테 알려준 거야. 두 개 챙기라고 하셨어!”

고작 양말 때문에 5살 차이의 자매가 투닥거린 것이다.


어영부영 투닥거림이 지나가고 막내가 막 침대에 누웠을 때 첫 째가 노크를 하고 들어왔다.

“엄마, 양말 몇 개 챙겨야 해요? 두 켤레 맞아요?”

“응, 한 켤레는 내일 아침에 신고, 한 켤레는 가방에 챙겨가서 다음 날 신어야지.”

첫 째는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그렇죠? 가방에 챙기는 건 하나죠?”

“그렇지. 왜?”

첫째는 막내를 향해 실쭉거리며 자신의 말이 맞았다고 말하고 나갔다.


언니가 나간 문을 억울한 눈빛으로 보던 막내가 말했다.

“엄마가 두 켤레라고 했잖아.”

“준비할 양말은 총 두 켤레 맞아. 하나는 내일 신고, 다른 하나는 가방에 챙기고.”

“근데 왜 내 말이 틀리다는 거야?”

막내는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아~ 나름이는 다 합쳐서 두 켤레 ‘준비’하면 된다는 말을 한 거네.”

“맞아! 근데 왜 틀려?”

“안 틀렸어.”

“근데 언니가 자기 말이 맞다고 했잖아.”

“네 말도 맞고, 언니 말도 맞아. 둘이 같은 말이야.”


막내는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서러운 울음을 터뜨렸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 엉엉!”

“왜 크게 눈물이 나는 걸까?”

“자꾸 내가 헷갈리는 게 속상해. 엉엉엉”

나는 조금 덤덤하게 말했다.

“그래, 뭐가 막 헷갈리면 답답하고 속상할 수 있지.

그런데 엄마 생각엔 이렇게 크게 울 일은 아닌 것 같아.

네가 조금 진정하도록 해봐. 엄마가 옆에서 기다릴게.”


막내는 여전히 얼굴을 베개에 파묻고 말했다.

"나는 헷갈리기 싫단 말이야.

그게 너무 힘들어.

안 헷갈리고 정확하게 말하고 싶다고."


“헷갈리는 건 나쁜 게 아니야.

그냥~ 그냥 그런 거야.

엄마도 너도 선생님도 누구도~ 다 헷갈릴 때가 있고,

모를 때도 있어.

그게 당연한 거야.”

“엄마도 그래?”

“당연하지. 헷갈리기만 하겠어?

생각해 봐, 엄마는 맨날 핸드폰 어디 뒀는 지도 잊어버리잖아.

그런 엄마가 안 좋아 보여?”

“아니, 괜찮아.”

“나름이 도 그래.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게 당연한 거야. 완벽한 게 특이한 거야.”


조금은 잦아들었지만 여전히 훌쩍이는 아이의 작은 어깨를 살며시 끌어안았다.

아이는 내 품으로 쏙 들어왔다.

“이 말도 사실 좀 어렵지?”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이것까지도 다 괜찮아. 배워나가면 되는 거야.”


아이는 몇 분 정도 품에서 안정을 느끼다가 이내 잠이 들었다.

이후 남편과 의논을 했다.


유난히 눈썰미가 좋고 기억력도 좋은 데다 똘똘한 막내에게 큰 아이를 키울 때 조심하던 것과 달리 칭찬을 너무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림에 재주가 있던 첫째와 글을 잘 쓰는 둘째에게 우리는 ‘잘한다’는 칭찬을 지양하고 너의 그림(글)이 ‘마음에 든다.’ 라거나 ‘좋아하는 스타일이다.’라고 에둘러 칭찬을 했다.

큰애는 이런 방식의 칭찬을 들으며 매번 새로운 방식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그때마다 ‘엄마, 이 스타일은 어때?’ 라며 자신의 범위를 확장해 갔다.

둘째도 마찬가지였다. ‘엄마, 내 만들기는 어때? 이것도 엄마 스타일이야?’라고 묻는 아이에게 매번 이렇게 다양한 것에 관심을 갖고 노력하는 게 너무 좋다고 칭찬했다.


하지만 막내는 달랐다.

한 편으로는 둘이나 키워봤다는 자만심이 있었고, 한 편으론 막내라 그냥 오구오구~ 하는 마음으로 중요한 걸 놓쳐버렸다.

막내는 타고난 재능에 집중된 칭찬을 받고-물론 과정의 칭찬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현저히 비율이 낮았다-당연하게 다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런 내용을 남편과 공유하고 의논하면서 앞으로라도 아이에게 실수를 하게 하자는 다짐을 했다.

실수도 하고 못하기도 하고 더디기도 한 상황을 만들기도 하고, 가벼운 좌절부터 딛고 일어서고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연습을 시키자는 걸로 부부회의를 했다.


한동안은 왜 자꾸 자신은 언니만큼 오빠만큼 못하는지, 왜 이해는 되는데 전달이 어설픈지에 대해 속상해할 것이다.

하지만 어릴수록 아이들은 탄력적인 생명체다.

이제라도 중심을 잡고 칭찬이 독이 되지 않도록 신경 써야겠다.




결론 : 타고난 재능, 그러니까 노력하지 않아도 잘하는 것에 ‘잘한다’고 칭찬하는 것은 외려 ‘나는 원래 잘하는데 왜 이걸 못하지?’라는 생각이 들어 자존감 성장에 어려움을 주기도 한다.

아이에게 ‘잘한다’는 칭찬보다는 ‘마음에 든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런 생각을 했구나.’ 라거나 ’ 어려웠을 텐데 노력했구나 ‘라는 과정에 대한 칭찬을 하는 것이 좋다.

고래는 칭찬에 춤을 추지만 어떤 칭찬이냐에 따라 춤은커녕 가라앉아버리기도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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