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기록 4) 사춘기 초입의 첫째 딸 훈육의 정정

관찰기록 1) 이후의 대화. 제대로 맞은 뒤통수?!

by 혜랑

1. 상황


- 관찰대상자 A : 이오름(만 12세)

사춘기 초기 진입. 최근 감정 표현 방식의 부정적 변화가 자주 관찰됨


- "대화" 상황 : 대상자 A는 지난 대화 며칠 뒤 갑자기 대화를 요청함.

늦은 시간이었지만 스스로 요청하는 대화의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곧바로 대화를 시작함.


2. "대화"내용


딸 : 엄마, 나 엄마한테 얘기하고 싶은 거 있어.

나 : (졸려서 자려고 하다가 일어나서) 응, 어떤 이야기인데?


딸 : (잠시 고민하다가) 엄마한테 부탁할 게 있어.

엄마한테 내가 아직 어리게 느껴진다는 것 알아.

그런데 나는 내가 많이 컸다고 생각하거든, 물론 어른만큼은 아니지만.

나 : 그렇지. 네가 많이 크긴 했지. 엄마 눈엔 여전히 아기 같은 것도 맞고.


딸 : 그게 문제야. 엄마가 나를 아기처럼 대하는 것.

나 : 아, 혹시 불편했어?


딸 : 응.. 엄마랑 지난번에 얘기할 때 이 말을 하고 싶었는데 엄마가 충격받을까 봐 못했어.

나 : 오.. 조금 무섭긴 한데. 어떤 말이야? 충격 안 받게 마음먹고 들을게.


딸 : 나는 있잖아. 엄마가 생각하는 그런 애가 아니야.

엄마가 나한테 '방에서 생각해 보고 다시 이야기하자.' 하면 나는 방에서 생각 거의 안 했어.

그냥 핸드폰 잠시 보고, 노래도 듣고, 글도 쓰고 그렇게 한참 딴짓하다가

5분 정도 문득 생각나면 생각다 했다고 하고 방에서 나온 거야.

나 : 잘했네. 30분 내내 생각하라는 뜻은 아니었어. 딴짓하면서도 너는 생각을 한 거야.


딸 : 그래? 아무튼, 그때 속으로 엄마한테 심한 말도 했어.

나 : 설마 욕?


딸 : 그런 적도 있긴 하지. 자주는 아니지만..

나 : 오, 그랬군. 그럴 수도 있지.


딸 : 그러니까 나는 엄마가 생각하는 착한 딸은 아니라는 거야.

엄마를 계속 속이기 싫어서 얘기하는 거야.

내가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라는 것도 말하고 싶었고.

나 : 엄마가 너를 계속 어린아이처럼 대하는 게 너는 마음이 상해?


딸 : 당연하지. 난 컸는데 애 취급하니까.

나 : 그랬구나. (잠시 말을 고민하다가) 맞아. 그럴 수 있을 것 같아.

엄마가 생각하기엔 네가 아직 어리지.

엄마는 너를 떠올리면 아기 때 응애응애 울던 것부터 다 연결되거든.

그래서 여전히 너를 보면 작은 아기 같고 안쓰럽고 기특하고 막 그래.

근데, 네 입장에서 이 부분을 생각해보진 않은 것 같네.

말해줘서 고마워. 안 그럼 엄마는 계속 헛다리 짚었을 거야. 하하


딸 : 엄마는 내가 이런 얘길 해도 맨날 그럴 수 있다고 해.

나 : 그럴 수 있는 게 맞으니까. 네 말이 다 이해되는 걸.

앞으로 엄마가 네 입장에서, 그러니까 곧 중학생이 되는 네 입장에서 생각해 볼게.

그런데 너도 이해해줘야 할 게 있어.


딸 : 뭔데?

나 : 엄마는 결코 네가 자라는 속도보다 빠를 수가 없어.

네가 어떤 방향으로 어떤 속도로 클지 미리 알 수가 없거든.

그래서 엄마는 늘 네가 이만큼 크면 뒤따라 가고, 더 크면 또 그만큼 뒤따라가고..

자꾸 지각할 수밖에 없어.

그런 엄마의 속도에 대해서는 네가 알아줬으면 해.

일부러 늦게 가는 게 아니라 그게 엄마의 속도라는 거.


딸 : 알겠어.

나 : 고마워. 또 이렇게 필요할 때 솔직하게 얘기해 줘.


딸 : (기분이 가벼워진 듯 몸을 들썩이며) 응!!

나 : 좋아, 이제 자러 갈까?


딸 : 아니 근데, 엄마. 내가 또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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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 새벽까지 대화가 이어짐)


3. 아이가 요청한 솔직한 대화를 통해 관찰자가 발견한 것.


- 사춘기 자녀와의 대화에서는 엄마뿐만 아니라 자녀도 연기를 함.

- 아이가 입을 여는 순간을 절대 막지 않아야 함.

- 아이의 솔직한 고백에는 훈육보다 공감이 먼저임.

- 잠깐의 대화라도 자주 했다면 아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음.

- 아이가 원해서 하는 대화에서는 대화 주도권이 아이에게 주는 것이 좋음.


4. 연구 결과 요약

본 사례를 통해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함.


(1) 사춘기 자녀가 요청하는 대화는 '옳고 그름'으로 파고들면 안 된다.

(2) 훈육에서 대화를 끌어가는 주체는 부모여야 하지만, 이럴 때는 입보다 귀를 더 써야 한다.

(3) 무엇인가를 가르치겠다는 마음 말고 '아이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일지' 진심으로 궁금하게 여겨야 한다.

(4) 온갖 방향으로 대화가 널뛸 수 있다. 집중하지 않으면 대화 안 하니만 못하다.

(5) 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얘기하는 것은 드물다. 이 시간에 집중해야 추후 훈육상황에서 아이도 집중한다.

(6) 아이가 이런 말을 시도한다는 자체가 대화를 잘 이어왔다는 증거. 스스로 뿌듯해해도 된다.


5. 결론


아이에 대해 내가 아는 모습뿐이라고 단정 짓지 말자.

속으로 욕도 하는 줄은 몰랐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나도 속으로 엄마 흉본 날이 많다.

흉본다는 말을 대놓고 하는 게 더 건강한 거다.

그냥 아이는 그 나이에 맞게 크는 중이다.


무엇보다 그렇게 얘기를 다 들어준 날 이후 아이는 말이 많아지고 밝아지고 집에서 더 안정적이고 편하게 지낸다.

나이스!


6. 주요 키워드

#대화형양육 #엄마도사실은잘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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