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데이트하기 vs 딸과 데이트하기"
우리 집 삼 남매는 매달 한두 번씩 엄마(나)와 데이트를 한다.
아이가 셋이라 엄마를 오롯이 차지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생긴 날이다.
나이차도 있고 성별차도 있다 보니 세 아이 모두 데이트 유형이 다르다.
막내는 아이쇼핑과 카페를 좋아해서 길거리를 몇 시간씩 걸어 다녀도 끄떡없다.
시장이든 백화점이든 상관없이 구경을 좋아하는 나와 취향이 똑같다.
첫째는 아이에게 필요한 것을 사러 가거나 아이가 가보고 싶어 하던 장소에 간다.
한동안 데이트를 거절하다가 최근 들어 다시 요청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좀 크다 보니 그 관심사가 나와 겹치는 부분이 조금씩 생겼다.
덕분에 딸과 알콩달콩 어린 올리브에서 립밤이나 블러셔를 구경하는 재미를 만끽하는 중이다.
둘째는 좀 많이 다르다.
일단 내 의견을 묻지 않는다.
첫째와 막내는 데이트 계획을 잡을 때 내 의견도 반영한다.
“엄마는 어디 가고 싶은데?”
“엄마는 뭐 하고 싶어요?”
당연한 질문이다.
하지만 둘째는 그런 질문을 잘하지 않는다.
외려 내가 좋아하는 소품샵이나 액세서리 가게에 눈길만 줘도 곧바로 단속을 한다.
“엄마, 안돼. 거긴 가지 말자.”
“아니, 엄마 저거 궁금해. 뭔지 잠시만 보고 가자.”
“안돼, 안돼. 엄마 이쪽에 가자. ‘주머니괴물’ 가게가 이쪽에 있어.”
매번 데이트마다 이런 식이니 하루는 엄마답지 않게(?) 부아가 치밀었다.
“다름이 너 커서 이렇게 데이트하면 상대방이 싫어해.”
“왜~?”
“다름 이와 엄마의 데이트인데, 다름이 좋아하는 것만 하잖아. 데이트는 서로 배려하면서 해야 하는데 말이야.”
“엄마가 좋아하는 거 나는 재미없단 말이야.”
“알아. 하지만 함께 보내는 시간은 서로의 관심사를 존중해 줘야 해.”
“왜 그래야만 해?”
“그래야 두 사람 모두 이 시간이 즐거울 수 있어.
엄마가 왜 ‘주머니 괴물’ 가게에 즐겁게 가는 줄 알아?”
“음.. 잘 모르겠어요.”
“엄마는 거기서 행복하게 웃는 널 보는 게 좋아서 그래.”
“아~ 나 이해했어! 그럼 엄마는 지금 뭐 하고 싶어요?”
“엄만 다리가 너무 아파서 일단 좀 앉아서 잠시 쉬고 싶어.”
“좋아! 음.. 그럼 엄마가 좋아하는 커피 마시러 갈까?”
“와~! 딱 좋아. 정말 고마워!”
이 대화는 약 1년 전쯤 아들과의 데이트에서 있었던 것이다.
당연히 데이트는 지금도 아이 중심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둘째는 이제 내 컨디션을 살펴 중간에 쉬는 텀을 갖자고 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도 혼자 보지 않고 지금은 나에게 설명도 곁들여준다.
그럼 나는 즐겁게 듣는다.
사실 ‘주머니 괴물’의 이름은 들어도 들어도 헷갈린다.
그래도 괜찮다고 한다.
아이는 ‘이뻐 죽겠다.’는 표정으로 경청하는 내가 좋은 것 같다.
마음에 쏙 드는 데이트다.
이번 달, 첫째와 막내는 1:1 데이트를 했다.
1월이 가기 전에 있을 둘째와의 데이트가 기대된다.
결론 : 자녀가 많은 집에 꼭 추천하는 각 부모와 1:1 데이트! 물론 가족들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거의 10년이 다 되도록 해온 결과, 아이들은 셋임에도 엄마를 오롯이 차지하는 시간이 있기에 지나친 질투를 하며 사이가 멀어지는 일이 없다.
그리고 데이트를 할 때 아이가 어느 정도 나이가 있다면 부모가 아이와 하고 싶은 게 뭔지도 함께 이야기 나누는 게 필요하다. 부모와의 데이트가 부모의 카드와 하는 데이트로 전락하지 않도록, 중요한 것은 서로의 시간을 공유하는 탄탄한 관계 쌓기다.
부모도 즐거워야 한다.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