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오랜 우울에게
안녕, F331!
2021년 그래, 아마 진짜 너를 만났던 건 훨씬 오래 전인 16년도나 17년도일지도 몰라.
그때 나는 반복된 공황발작과 자살충동에서 발버둥 치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네 이름으로 너를 정식으로 만난 2021년 9월을 우리의 첫 만남이라고 생각해.
어느 날 나에게 불쑥 나타난 네가 누구인지 드디어 알게 된 날이었으니까.
나는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며 참 행복했었어.
남편에 대한 서운함, 기대감 다 내려놓고 평온함을 느끼고 있었고
아이들은 아이답게 자라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상하지?
몇 년 전 극심했던 '죽고 싶다'는 자살충동과는 완전히 반대로
나는 '살기 귀찮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버리고 있었거든.
직장에서는 한껏 기운을 끌어올려 깔깔깔 웃고 열심히 일하는 파워 E의 모습으로 지냈어.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면 불 꺼진 빈집처럼 침대 모서리에 걸쳐 누워 그냥 그대로 쓰러져 잠들어버렸지.
이상하다.. 이상하다..
난 죽고 싶지 않은데, 나의 일상이 이렇게 평화로운데, 나는 이제 삶에 아무 불만도 없는데..
근데 왜 나는 살기가 귀찮을까?
애들 밥 하기도 귀찮고
눈뜨기도 귀찮고
하다못해 숨쉬기도 귀찮았어.
친한 친구의 권유로 정신과에 가게 됐어.
그때도 내 생각은 똑같았어.
'이게 우울증은 아니지. 난 우울감이 없다고!'
진료 끝에 우울증이 매우 심각하다는 진단을 받았어.
바로 약물치료가 시작됐지.
그 뒤로 나는 4년 동안 F331이라는 재발성 우울장애, 너와 함께 이렇게 살아가고 있어.
헤어지자고 말하고는 돌아서서 후회하고 다시 재회하는 질긴 첫사랑 그 애처럼.
너는 계속 내 곁을 비우지 않아.
그래서 나는 결심했어.
너를 데리고 살기로.
너를 데리고도 나답게 살아보기로!
이제야 인사해, 반가워. F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