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 살 금쪽이#5
일상에서 나를 살리는 것은 스스로 정해논 루틴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어떤 상황에서도 유쾌하게 대처할 수 있는 여유와 마음의 온도다.
어쩌면 인생은 방대한 목차의 책과 같아서 그중 중요한 한두 목차에만 집중하고 나머지 목차는 ‘적당히’ 넘기는 것이 현명한 독서법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쓸데없이 열심히 살 뻔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적당히 두루루로 사는 것도 힘든데 말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무언가를 결정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어떤 선택 앞에 서면 본능적으로 누군가의 의견을 묻곤 한다.
결정을 스스로 내리는 부분도 있지만 타인의 기준을 빌려 판단을 하며 안심하려는 습관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적당해”라는 말은 그 불안한 마음에 잠시 쉴 곳을 내어준다.
이 말은 마치 살랑한 봄바람 같이
기분이 나쁘지도 넘치지도 않은 적당한 선을 지키는 느낌이며 듣는 순간 마음이 무너지는 것도 과열되는 것도 막아준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세상에 ‘적당함’이란 게 정말 존재할까?
누군가에게는 최선이 누군가에게는 대충이고 어떤 사람의 적당함은 또 다른 이의 무책임이다.
적당하다는 건 결국 기준의 문제이고 그 기준은 언제나 자기 자신에게 얼마나 솔직한가에 달려 있다.
‘적당히 한다’는 건 완벽을 포기하고 현실과 타협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자신이 어디까지 최선을 다할 수 있는지 알고 그 경계에서 멈출 줄 아는 용기다.
진짜 적당함은 게으름이 아니라 자기 통제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하지만 인생을 살아보면
‘적당히 살아온 사람’이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적당한 결핍, 적당한 여유, 적당한 미모, 적당한 근성.
모두 살아가는데 큰 불편은 없지만 그 적당함이 삶을 무미건조하고 형편에 안주하게 만들며 뒤돌아보면 후회할 일들을 산재시켜 놓는다.
만약 적당함을 내려놓고 성공하기 위해 치열하고 뜨겁게 열정적으로 살았다면 후회하는 것들이 극히 일부였을까.
생각해 보면 성장과 도전의 순간은 언제나 적당하지 않았을 때 일어났으며 불안했고 초조했고 잠 못 이루던 그 시절이 결국 나를 확장시켰다.
그러니 인생은 늘 이 두 가지가 싸운다.
적당히 살아야 오래 산다는 이성과
적당하지 않아야 진짜 산다는 본능.
적당함은 평화의 언어고,
적당하지 않음은 성장의 언어다.
오십을 살아내고 오금이를 키우기 위해 선택한 이 시간 속에서 아마 나는 그 둘 사이를 평생 왔다 갔다 하며 살아갈 것이다.
너무 치우치지도 않고 넘치지도 않게.
적당히 웃고, 적당히 사랑하고, 적당히 실패하고, 적당히 성공하며
내 삶의 적당함의 기준을 오직 나만이 정한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오늘도 적당히 잘 살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