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춘기록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 몸을 그림으로 그려본 적이 있다.
자화상을 그린다는 건 거울 속의 낯선 나를 마주하고 화해하는 과정이라 생각했다.
겉모습 너머 복잡하고 뒤엉킨 내면을 투영하는 거창하고 의미 있는 작업이 되길 내심 기대했지만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이라는 별명답게 완성된 그림은 병명을 진단받기 전 불안과 두려움에 떨고 있는 환자의 진료 기록부에 가까웠다.
머리, 어깨, 무릎, 발, 그리고 골반. 어느 한 곳 성한 데가 없었고 마치 중년 여성의 필수 훈장이라도 되는 양 곳곳에 ‘위험’ 표시가 그려진 그림을 마주하고 있자니 스스로가 안타까워 울컥 눈물이 솟았다.
그동안 나는 왜 나를 이토록 방치했을까.
누구보다 웰니스에 진심이었건만 마음만 앞섰을 뿐 체력은 이미 바닥이었다.
나를 사랑할 마음의 여유조차 없으니 "도대체 난 왜 이렇게 태어났을까" 하는 원망 섞인 질문이 앞섰고 "버티는 게 힘이다"라고 외치면서도 정작 몸을 돌보고 운동하는 일은 게으름과 바쁜 일상 뒤로 늘 밀쳐두었다.
하노이에서도 홈트와 헬스를 시도해 보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으며 기초 체력은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고 만성피로와 자책 사이에서 허덕이고 있었다.
그래서 2026년.
이제야 비로소 '안식년'이라는 이름 아래 내 몸을 아예 개조해 보기로 결심했다.
1단계: 가장 무거운 첫발 "그냥 뛰어!"
도장 깨기를 할 목록이 너무 많아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할 때 나는 스스로에게 외쳤다. "오금아, 그냥 뛰어!"
복잡한 생각을 멈추고 몸을 움직이는 것 그것이 개조의 시작이었다.
이번 달의 타깃은 골반 교정이다.
모든 통증의 근원이자 몸의 중심인 골반을 바로잡는 일에 한 달간 집중해 보기로 했다. 아침저녁으로 루틴을 짜고 "딱 일주일만 버텨보자"라며 나를 다독였다.
하나의 운동에 집중하며 보낸 시간. 몸의 변화는 생각보다 정직했다.
몸의 변화:
처음엔 비명을 지르던 근육들이 서서히 길들여지기 시작했다. 골반이 제자리를 찾아가니 허리를 짓누르던 통증이 옅어졌고 눈을 뜰 때마다 천근만근이던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마음의 위안:
운동은 단순히 살을 빼거나 근육을 만드는 과정이 아니었다. 나를 괴롭히던 통증의 '도장'을 하나씩 깨트릴 때마다 미워했던 내 몸에게 사과하는 기분이 들었다.
"고생 많았지, 이제 돌봐줄게."라는 깨달음은 그 어떤 보약보다 큰 위로가 되었다.
앞으로 나아갈 길:
회춘(回春)은 나를 사랑하는 기술
나의 '회춘기록'은 단순히 젊어지는 비법을 적는 일기가 아니다. 망가진 나를 다시 조립하고 내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자아 복구 프로젝트'다.
서두르지 않을 것이다.
골반 다음엔 어깨 그다음엔 무릎... 하나씩 도장을 깨 나가며 내 몸 그림 위의 붉은 통증들을 서서히 지워나갈 것이고 갱년기라는 거친 파도에 휩쓸리는 것이 아니라 그 파도를 타고 넘는 서퍼가 되기를 희망한다.
오늘도 나는 거울 속의 오금이에게 말을 건넨다.
"오금아, 오늘도 고생했어.
우리 조금씩 건강하게 다시 봄을 맞이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