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털어내는 과정
언젠가부터 멍한 눈의 나를 발견하곤 했다. 무슨 생각을 갖고 사는 거지?
프랑스 철학자 폴 발레리의 말처럼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라는 말이 실감 나는 때였다.
무엇을 하든 아직은 때가 아니라 생각하며, 아이 입시가 가장 우선순위인 나에게 면죄부를 주듯 아무것도 시도조차 하지 않은 시간을 스스로에게 허용했다.
나는 늘 생각이 많았다.
해야 할 일도 이루고 싶은 꿈도 머릿속에는 늘 차고 넘쳤다. 하지만 그 생각들은 언제나 현실로 옮겨지지 못한 채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처럼 이내 스르르 사라져 버렸다. 그러면서 환경이 준비되지 않았다, 시간이 없었다, 돈이 부족했다며 늘 누군가의 탓, 상황의 탓을 하며 내 무능함을 가려 왔고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사실은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었다.
그러나 세월은 내 변명과 상관없이 흘러갔다.
“지금은 때가 아니야.” 그렇게 미루다 보니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지나가 버린 날들이 쌓였다.
문득 뒤돌아보니, 내 삶에서 가장 아쉽고 안타까운 것은 실패가 아니라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시간들이었다.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생각만으로는 내 인생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 실행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당연한 진실. 완벽해야 한다는 집착을 내려놓고 부조리하고 타협적인 완벽한 게으름주의자의 모습을 하나 둘 털어내기 시작했다.
첫 번째 과정은 아주 작은 실행부터 해 보기로 했다. 하루 30분 책을 읽고, 글 한 줄을 쓰고, 작은 목표라도 실천하는 것. 이 행동들이 보잘것없어 보였지만 그 작은 움직임들이 쌓여 조금씩 나를 바꾸기 시작했다.
실행은 생각보다 위대했다.
무겁게 쌓인 후회와 자기 비난이 조금씩 벗겨지고, 작은 성취감이 내 안을 채웠다. 나는 더 이상 과거의 나를 원망하지 않는다. 대신 오늘의 나를 선택하고, 내일의 나를 만들어 가기 위해 낯선 길 위에 서기로 했다.
그리고 그 길의 이름은 셀프안식년이었다.
세월 속에 묻어 둔 나를 다시 찾기 위해, 멈추어 서서 나를 정리하고 새롭게 날 정리하는 시간. 그것이 내가 선택한 안식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