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안식년, 나에게 준 가장 빛나는 선물
오십이 되면 내 인생은 달라질 줄 알았다.
원하는 바를 척척 해내고, 여유로운 미소를 머금은 채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우아하고 품위 있게 살 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은 의외로 담담했고 오십이란 나이는 내게 거대한 문턱처럼 다가왔지만 정작 그 문턱을 넘어오니 어제와 크게 별반 다르지 않음을 느꼈다.
몇 년 전부터 습관처럼 나이를 세는 버릇이 생겼고 일기를 쓰거나 계획을 짤 때면 어김없이 그 숫자를 계산하고 적어 넣었다.
“46…47…48…49…”
마흔을 넘기고 또 마흔 중반을 넘기고 그렇게 오십에 다가가며 숫자는 매년 바뀌었지만 난 그 시간을 뇌리에 각인시키듯 늘 같은 다짐이 따라붙곤 했다.
“자, 이제라도 잘해보자. 오십이 멀지 않았다.” 라며 마치 스스로를 다그치며 채근하듯 시간을 새겼다.
그리고 드디어 오십이 되었고
나는 나의 오십을 다르게 살아보겠다고 결심하며 몸소 셀프 안식년을 선물했다.
오십이란 나이는 묘하다. 무게감과 두려움이 따라오지만 동시에 내려놓음과 평안함도 함께 찾아온다. 하루에도 몇 번씩 감정이 교차하고 불안과 안정 초조와 여유가 뒤섞이며 인생의 한가운데서 균형을 잡기 위해 “아, 인생 한 번쯤은 정리할 때가 되었구나” 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언니, 나 셀프 안식년 보내려고 하노이에 가요.”
한국 최고의 로펌에서 일하다가 지금은 로스쿨 교수로 지내는 스펙도 화려하지만 언제나 우아하고 기품이 있으면서도 선한 인상에 귀엽기까지 한 언니였다.
“어머, 왜? 무슨 힘든 일 있어?”
“아니요, 그냥 오십을 조금 다르게 살아보고 싶어서요.”
언니는 잠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응, 그렇구나. 나도 그랬어 오십이 넘으니까 다 정리하고 새로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잘 다녀와, 응원할게.”
그 순간 이상하게 마음이 놓였다. 나만 특별히 유난스러운 줄 알았는데 언니 같은 사람도 비슷한 갈림길에 섰던 적이 있었다니 그 사실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다.
이제 나의 셀프 안식년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다. 그것은 분주히 달려오느라 놓쳐버린 나 자신을 다시 만나러 가는 시간이다. 그동안은 늘 숫자에 쫓기듯 허겁지겁 살아왔지만, 이제는 차분히 내 안의 금쪽이를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 금쪽이는 이미 내 안에 있었지만, 바쁘게 살아온 시간 속에서 묻혀 있었고 이제야 마음의 여백을 만들고 삶의 결을 다듬으며 그 빛을 꺼내어 보려 한다.
그러니 두렵지 않다.
나는 지금 내 안의 금쪽이를 만나러 가는 길 위에 있다. 그 만남을 통해 나는 나를 다독이고 응원하며 이렇게 말할 것이다.
“괜찮아, 이제 진짜 네 시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