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똥 떼기를 아시나요?

초보형틀목수의 노가다 생존기 #4

by 엔돌핀

형틀목수일을 시작한 지 어느덧 7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3번째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고 오피스텔, 고급아파트에 이어 지금은 11개 동이 넘는 큰 아파트를 짓고 있다.

현장에서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글로 담아내봐야겠다고 마음먹고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처음의 포부와는 다르게 얼마 만에 다시 글을 쓰는지 하! 나란 사람;;


변명 아닌 변명을 해보자면 새벽에 집을 나서 저녁에 들어오면 다른 것은 안 하고 싶고 그냥 쉬고 싶다는 생각에 몸이 지배된 시간들이었달까.

1주일에 한 번씩은 써보자에서 한 달에 한 번은 써보자로 하향 조정했으나 브런치를 접속해서 써봐야지 하는 생각과는 다르게 내 손은 넷플릭스, 디즈니 어플을 누르고 있다.

몸이 고되니 머리 쓰는 일은 그만하고 그냥 내 전두엽에게 휴식을 주고 싶었나 보다.

한 해가 가기 전에 그래도 한편은 더 써보자는 생각으로 고상하게 커피 한잔 시켜놓고 글을 쓴다.



건설현장에 만연한 일명 ‘똥 떼기’


이름에서부터 뭔가 구리고 불법적인 느낌이 강하게 들지 않는가?

관행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엄연한 불법인 ‘똥 떼기’는 내가 현장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겪은 일이었다.

모든 일이 수습기간이 있고 일정 기간 경력이 쌓여 숙련되고 전문적인 과정으로 가듯, 목수일도 처음부터 기능도가 높을 순 없다. 그래서 조공(현장에선 ‘데모도’라고 많이 부른다), 준기공, 기공과 같은 등급이 있다. 얼마만큼 하면 준기공이 되고, 또 어느 정도 되면 기공이 되는지 딱 법으로나 기준으로 정해진 건 없다.


건설현장에 기능인등급제가 도입이 되어 일정 기간 이상 일을 하면 기능인등급제에 의해 초급, 중급, 고급, 특급으로 나눠지긴 하지만 아직까진 현장에선 기능인등급제를 통해 등급을 구분하진 않는다. 등급이 나눠진다는 건 임금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초보인 조공이 기공의 하루 단가를 요구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실력을 키우고, 경력을 쌓고 기능도를 높여 자기의 임금 단가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건 기본이다. 그와는 별개로 각각의 단가별로 근로계약서를 쓰면 되는데 문제는 그렇지 않은 현장이 있다는 것이다.


내가 처음으로 일했던 현장에선 조공이라 일당 16만 원을 받았다. 두 번째 현장은 한 달 넘게 현장 경력이 있다고 하니 일당 17만 원을 받기로 하고 팀에 합류를 했다. 그런데 첫 출근하면서 안전교육을 받고 근로계약서를 쓰는데 거기에는 하루 일당이 첫 현장은 20만 원이었고, 두 번째 현장은 23만 원으로 적혀있었다. 이상하기는 했지만 건설현장은 원래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을 했고, 근로계약서를 교부해주진 않아 사진으로만 찍어놨다.

photo_2024-12-31_14-55-20.jpg

두 번째 현장은 나름 공사 기간이 길어 두 달 넘게 일을 하게 되었다. 첫 달은 17만 원을 받았는데 다음 달에는 팀장이 18만 원으로 올려줬다. 감사한 마음으로 더 열심히 일했다. 그리고 9월 추석을 앞두고 팀장이 추석까지만 하고 철수한다고 팀원들에게 다른 현장을 알아보라고 했다. 팀원들 말이 추석 끝나고 현장 못 잡으면 겨울 지날 때까지 일을 못할 수 있다고 해서 절박한 마음에 카페, 밴드, 오픈카톡 등등에 구직글을 올렸다. 다행히 밴드에 올린 글을 보고 지금 팀장님이 연락을 주셔서 3개월째 일을 하며 겨울을 나고 있다.


다른 현장을 구했다고 두 번째 현장의 팀장에게 말을 했더니 갑자기 돌변을 했다. 자기가 언제 다른 현장 구하라고 했냐며, 여기 일도 바쁘니 가지 말라고 했다. 그날 아침까지만 해도 하기 싫은 사람 나가라고, 안 붙잡는다고 카톡방에 감정을 배설하듯 쏟아내더니 내가 그만둔다고 하니 갑자기 안된다고 막 붙잡았다. 이미 다른 현장 가기로 했다고 죄송하다고 했는데 그러면 자기도 임금 칼질을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나고 급여가 들어오는 날 확인해 보니 9월 일당은 16만 원으로 ‘후려쳐’ 깎아버렸다. 너무 화가 나서 지금 일하고 있는 팀의 팀장님께 말씀드렸더니 그게 바로 ‘똥 떼기’라는 거라고 알려주셨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건설현장에선 나와 같은 조공은 팀장에겐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한다.

두 번째 현장의 근로계약으로 설명해 보면 다음과 같다.

나는 두 번째 현장의 팀장에게 17만 원의 일당을 받기로 하고 팀에 합류를 했다. 그리고 근로계약서는 23만 원으로 작성을 했다. 6만 원의 차액이 발생한다. 건설현장은 주 6일 근무에 바쁘면 일요일도 일을 한다. 한 달 기준 24일만 일을 한다고 해도 차액은 144만 원이다. 나 같은 조공이 10명이면 1440만 원이다.

‘똥 떼기’를 검색창에 입력해 기사를 검색해 보니 계약서에 적힌 금액 그대로 지급하고 차액만큼 다시 팀장 계좌로 보내는 방식의 똥 떼기도 있고, 회사와 팀장이 짝짜꿍 해서 차액만큼을 현장 소장과 팀장이 나눠가지는 식으로 똥 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나는 생계를 위해 쉬는 날 없이 출근 가능한 날은 매일 출근을 했다. 내가 열심히 벌어가는 만큼 팀장은 +a 소득이 추가로 발생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다른 현장으로 간다고 하니까 그렇게 붙잡았던 게 아닐까 싶다. 기능공들은 옮겨봐야 어차피 자기에게 떨어지는 게 없으니 붙잡지 않지만 조공은 데리고 있는 만큼 부수입이 쏠쏠하기 때문이다.



똥 떼기는 엄연히 불법이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89329

허위 근로계약서 작성도 문제고, 채용을 도와주며 중간이득을 취하는 것도 법으로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 제9조(중간착취의 배제)
누구든지 법률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영리로 다른 사람의 취업에 개입하거나 중간인으로서 이익을 취득하지 못한다.


그냥 재수 없는 팀장 만났다고 똥 밟았다 생각하고 빼앗긴 권리, 잘못된 관행을 묵과한다면 제2, 제3의 피해자는 계속 발생을 할 것이고, 임금착취 범죄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나는 조만간 노동청에 이 사항을 신고할 생각이다. 내가 받아야 할 정당한 임금을 마치 자기가 주는 시혜적 생각을 가지고 있는 악덕 팀장은 더 이상 건설현장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똥 떼기로 처벌을 받은 팀장은 현장에 다시는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법, 제도적인 장치들도 같이 마련되면 좋겠다.


건설일을 처음 배워보려고 하는 사람들이 이런 팀장들의 '임금갑질'에 발길을 돌리지 않도록 말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숙제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