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조기대선에 바란다
6.3 조기대선을 앞두고 각 정당의 후보들이 결정되고 대선 행보가 한창이다.
후보들의 각 분야별 주요 정책들이 발표가 되고 있고, 그 정책에 영향을 받는 사회 구성원들의 목소리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그중 하나가 근무시간 단축과 관련한 노동정책이다.
민주당은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주 40시간인 법정근로시간을 주 36시간(주 4.5일제)으로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주 32시간(주 4일제)을 시행해 노동시간을 줄이겠다고 한다.
국민의 힘은 주 40시간은 그대로 둔 채 월~목요일까지 1시간씩 더 일하고(1일 9시간) 금요일에 오전만(4시간) 일하는 근로시간 유연화에 방점을 둔 4.5일제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국민의 힘의 주장은 윤석열이 주장했던 주 120시간 노동정책과 궤를 같이한다. 조삼모사 같은 거다.
2023년 OECD국가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1742시간이다. 한국은 1874시간으로 132시간 더 일을 한다. 하루 근무시간을 8시간으로 했을 때 16.5일을 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일을 더 오래 하는 만큼 급여가 높은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2025년 기준 10,030원으로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저임금이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이 우리나라 노동의 현주소이다. 최저임금으로는 생계유지가 어려우니 많은 노동자들이 투잡, 쓰리잡을 하고 있어 사실상 주 40시간(연장근로 포함 주 52시간) 이상의 시간을 일하는데 쓰고 있다. 과로공화국이다.
건설노동자들도 아침 7시부터 일을 시작해 저녁 5시까지 장시간의 노동을 하고 있다. 말이 아침 7시지만 7시까지 출근하기 위해서는 4-5시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 그리고 건설노동은 주 6일제가 기본이다. 건설노동자에게 주 4일제는 꿈같은 이야기며, 주 5일제라도 시행되면 좋겠다는 게 바람이다. 하지만 현실은 언제 끊길지 모르는 불안정한 건설경기에 하루라도 더 일하려고 하고, 야간에 철야까지 해서 24시간 풀로 일하는 노동자들도 있다. 누구인들 그렇게 몸을 혹사하면서 일을 하고 싶을까? 하지만 일용직 노동의 특성상 벌 수 있을 때 벌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기에 더 많은 시간을 일하고자 하고 이런 심리과 노동자들의 처지를 건설사들은 이용한다.
그런데 대선을 앞두고 건설사들은 건설업에 대한 주 52시간제까지 폐지해 달라고 주장한다. 주 52시간제 때문에 공사기간이 30개월 걸리던 것이 38개월 걸린다며 그만큼 적자라는 것이다. 암암리에 이뤄지던 연장, 일요일 초과근무를 이제 대놓고 하겠다는 것이다. 최단기간에 최소한의 지출로 최대의 이윤을 내겠다는 발상이다. 그렇게 일을 하게 되면 노동자들은 더욱더 과로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중대재해가 가장 많은 업종인데 더 노동자들을 쥐어짜게 되면 안전사고의 위험 노출이 커질 수밖에 없다.
주 4.5일, 주 4일제의 핵심 취지는 일과 삶의 균형(워라벨)을 맞춘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근무시간이 줄더라도 임금은 보장이 되어야 한다. 이는 기업이 혼자 감당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닐 것이다. 증세를 통한 세수 확보가 필요할 것이고 기본소득과 같은 사회적 임금이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닐 것이다.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첫 발을 내딛을 수 있고,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같이 살자’
최저시급을 인상하고, 근무시간을 단축하고, 5인 미만 사업장도 근로기준법이 전면 적용되도록 하자는 주장을 하면 기업들은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그런데 이미 노동자들은 죽을 맛이다. 죽지 못해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쪼달리는 생계비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급기야 생활고에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는 비극의 시대에 종지부를 찍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것도, 기업이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것도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이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와 사용자의 갈등으로 치부하며 소극적인 대처를 하는 정부가 아닌 노사정이 함께 사회적 대화를 통해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할 의지와 철학을 가진 정부가 절실하다.
윤석열 3년. 건설노동자들은 하루아침에 폭력배로 몰려 범죄자 취급을 당했고, 양회동이라는 건설노동자는 윤석열 정권의 횡포에 분노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땀 흘려 일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땀과 노력이 멸시당하지 않는 사회, 사회를 지탱하고 떠 매고 나가는 기둥으로서 노동자가 존중받는 사회.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우리 사회는 그 당연한 것들이 ’ 빨갱이요 ‘, ’ 종북이요‘로 매도당하는 슬픈 현실이다.
이런 사회를 바꾸고 대 전환, 대 개혁의 시대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이번 6.3 대선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