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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올게’ 그 당연한 말이 일상이 될 수 있기를

건설현장 끊임없는 중대재해를 보며

by 엔돌핀

아침 출근길 아내에게 인사를 한다.

‘나 간다’라고 하면 왜 그렇게 말하냐고 ‘다녀올게’라고 해야지라며 걱정 섞인 말로 괜히 새벽부터 예민해진다. 그리고 ‘항상 조심해’라는 말은 우리의 아침 일상 인사가 됐다.


끊이질 않는 사망사고.

매일 아침 건설 현장 전체조회 땐 중대재해 사례 공유 시간이 있다. 중대재해라 하면 사망사고를 말한다.

대부분 큰 건설 현장은 아침 조회시간에 중대재해 사례공유를 의무적으로 진행한다. 뿐만 아니라 현장 곳곳에 중대재해 사례를 게시해 노동자들의 인식교양을 한다

건설현장은 정말 아차 하면 죽을 수 있는 삶과 죽음의 경계선과 같은 곳이다. 엄청 높은 곳에서 떨어져야만 사망하는 게 아니다. 중대재해 사례를 보면 1m도 채 안 되는 높이에서 떨어져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려면 기초안전보건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4시간 동안 진행되는 교육의 대부분 시간은 각 경우별 사고(사망사고가 대부분이다)에 대해 교육을 하며 안전규율을 잘 지켜야 한다고 알려준다. 그때는 ‘이렇게 죽는다고?’라고 이해가 안 되는 사례들이 있었는데, 막상 현장에서 일을 하다 보니 ‘아 이렇게도 죽을 수 있구나’라고 생각이 바뀌었다.


건설현장은 주변 환경자체가 위험투성이이다.

철근에 긁히기 일쑤고, 여기저기 부딪쳐 나도 모르게 멍들기 십상이다. 현장에서 같이 일하는 반장님들은 우스갯소리로 ‘우리는 여름에 쪽팔려서 반바지도 못 입는다’고 할 정도로 무릎 주변에는 긁힘 자국 투성이다. 철근에 긁힌 상처는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나무의 나이테 마냥 건설노동자들의 삶이 고스란히 몸에 남아있다.

찔림 방지 캡이 있지만 없는 경우도 많다. 일하다 보면 철근에 찔려 옷이 찢어지기 일쑤고, 옷을 갈아입을 때 보면 몸엔 상처가 한가득이다.

건물을 짓는 초기단계인 골조공사단계(철근, 형틀 거푸집설치, 타설)에서는 특히나 뾰족 올라와 있는 철근들, 높은 곳에서의 작업, 난간 작업, 중장비, 철재 자재 등등 위험한 요소가 더 많다. 그래서 현장에선 아침 조회 때마다 안전에 대해 강조하고, 큰 현장의 경우 안전관리자와 안전순찰팀이 작업현장에 상주하며 안전을 관리하며 노동자들이 일하다 빠지거나 떨어지지 않도록 망을 설치하는 등의 조치도 한다. 뿐만 아니라 안전수칙을 위반하면 경우에 따라 안전교육장에서 재교육을 하기도 하고, 반복되면 현장퇴출과 같은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도 한다. 처음 일했던 현장에서는 계단실 작업을 하는데 안전고리를 안 하고 작업을 해서 1 out으로 퇴출되는 일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끊이질 않는 이유는 뭘까?

주의에 주의를 더해야 할 건설 현장 특성상 하나의 일을 하더라도 안전고리를 건다거나 발판이나 사다리가 넘어지지 않도록 조치를 하고 일을 한다거나 등 노동자들이 최우선순위로 지켜야 할 안전수칙을 잘 지키지 못해서 생기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이는 끊임없이 교육을 통해 인식교양을 강화해 안전이 몸에 베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건설노동자에겐 ‘작업중지권’이 있다. 안전하지 않은 환경이면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권리이다. 하지만 작업중지권이 현실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눈으로 본 적은 없다. 안전장치도 있고, 권리도 있지만 하루에 1명은 다녀온다는 인사를 뒤로하고 돌아오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한다.


초보목수인 내가 생각하는 이유는 ‘도급(하청)’제이다.

건설현장은 수요에 따라 공급이 이뤄지기 때문에 현장의 인부들은 대부분 일용직이 많다. 그래야 고용과 해고가 쉽고 그래야 건설사가 이윤을 더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원청(gs, 현대, 롯데 등 대형 건설사)이 하청(골조, 설비 등의 업체)을 주고 하청업체는 또 ‘오야지(팀장)’들에게 일을 줘 팀단위로 고용을 한다. 원청이 100만 원의 공사비가 있다면 하청에는 70만 원에 계약을 하고, 하청이 재하청을 50만 원에 준다고 했을 때 각각이 돈을 남길 수 있는 방법은 공사기간을 단축하거나 인건비를 줄이는 방법을 쓰는 것이다. 현장에 외국인(불법고용이 대부분이다) 노동자들이 많은 이유도 그래서다. 10명의 인부를 써서 10만 원씩 10일에 끝내면 1000만 원이 들지만 8명의 인부를 써서 8만 원을 주고 8일 만에 끝내면 512만 원이 든다. 500만 원을 절감할 수 있는 것이다. 그 500만 원이 노동자들의 목숨값, 인간답게 일할 환경을 갖출 값이라고 생각한다. 도급제가 아닌 직접고용을 통해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공사일정에도 ‘안전하게 일할 시간’을 포함되어 쫓기듯 일하지 않아도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빨리빨리와 안전하게! 이 두 개는 양립할 수 없다. 하지만 건설사는 항상 2가지를 요구한다. 말로는 안전하게 작업해야 한다고 하지만, 예정된 공사일정을 보면 빨리빨리 할 수밖에 없다. 안전하지 못한 환경은 중대재해를 부르고, 빨리빨리는 부실시공과 같은 후과를 가져올 수 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다면 작업 인원을 충분히 늘리거나 공사기한을 늘리는 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이윤보다는 생명이 우선되는 선진문화로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중대재해가 발생한 건설사에 대한 강력한 처벌(향후 몇 년간 공사 수주 금지와 같은 엄중처벌)과 정부의 안전감독을 강화해 중대재해 ZERO시대를 만들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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