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시급 15,000원에도 사람이 안구해지는 이유
“너무 힘들어요” “이건 아닌 거 같아요”
우리 매장 동료들이 하나둘 일을 그만두고 있다.
3년간 일한 동료는 ‘번아웃’이 와서 5월 말까지만 일하고 그만두기로 했다면서 패스트푸드점 일이 최저시급 받고는 할 일이 못 된다고 그동안 쌓인 감정을 쏟아냈다. 다른 한 동료도 쉬는 시간에 하는 말이 ‘일이 너무 힘들다고, 진짜 최저시급 받고 할 일은 아니라고’ 불만을 쏟아냈다. 코로나로 인력은 감소했는데, 각종 행사상품과 신메뉴 등으로 매출은 꾸준히 지속되고 있고 노동강도는 매우 극심하다. 활기차게 출근했던 동료의 눈빛은 2시간 정도 지나고 나면 웃음기는 사라지고 넋이 나갈 정도로 극도로 피곤한 상태로 변하고, 퇴근을 앞두고는 다시 눈빛이 살아난다. 마치 탈출하는 기쁨처럼.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시급 15,000원으로도 아르바이트 구하기가 어렵다는 사업주의 고충을 담은 기사가 많이 나오고 있다. 2022년 최저시급 9,160원으로는 애초에 불가능해 시급을 인상해가면서까지 사람을 구하고 있지만, 문의조차도 없다고 한다. 왜 그럴까?
가장 큰 이유는 노동강도가 극심하기 때문이다.
내가 일하는 패스트푸드점만 놓고 봐도, 노동강도 세기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최악이다. 그렇게 힘들게 일해도 법정 최저시급을 받는다. 쉬는 시간 말고는 쉬지도 못하고 계속 일을 해야 한다. 시간에 쫓기고, 주문에 쫓기고, 마감에 쫓기면서 시쳇말로 ‘자신의 육체와 영혼까지 갈아 넣고 있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스타벅스 파트너들이 '리유저블 컵' 행사로 엄청난 인파의 고객이 몰리면서 극심한 노동강도에 대해 호
소하며 트럭 시위를 통해 스타벅스 노동 현실을 고발한 일을 다들 기억할 것이다. 대면 아르바이트에서 벌어지는 고객과 사용자의 갑질은 이제 일상이 되어버렸다. 오늘도 난 매장 동료에게 천 원짜리를 던지는 '손놈(손
님을 낮춰 부르는 말)'을 봤다. '우리는 일회용 소모품이 아니다'라는 알바 노동자들의 절규는 현재진행형이
다. 근무환경이 개선되지 않고 지금과 같은 노동강도를 유지하면서 ‘구인’을 하려고 한다면 구인난은 계속될 것이고, 설사 알바를 채용했다고 해도 얼마 못 가 그만두는 일이 속출할 것이다. 이미 우리 매장 동료들은 일이 너무 힘들어 계약기간만 채우고 그만둘 거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고된 노동강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영업자들이 일시적으로 시급을 올리는 것으로는 구인난을 해결할 수 없음을 이번 ‘최저시급 15,000원에도 구인난’ 현상이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영세자영업자들의 고된 노동강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노동자도, 자영업자도 모두 힘든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 지금의 경제 현실, 노동 현실이다.
코로나 장기화와 경제 위기 속에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상생’이 시대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불평등체제를 극복하는게 절박한 사회적 과제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노동자와 사용자가 알아서 하라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이다. 인간다운 삶을 누리고자 하는 노동자들에게는 노동환경 개선과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업 부진에 곤란한 소상공인들에게는 지원대책으로, 정부가 상생을 주도해야 할 때이다.
문제는 지금의 윤석열 정부에게 이러한 역할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부터가 2022년도 법정최저임금인 190여만 원보다 훨씬 낮은 150만 원을 받고도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으니 더 말해 입만 아프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조장하는 ‘노동 포기, 민생 포기’ 정부에 맞서 노동자와 소상공인이 힘을 합쳐 상생할 수 있는 환경과 구조를 만들어나가자. 그것이 우리가 살 유일한 길이며 가장 빠른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