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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가 어려운 이유

17. 똥집은 먹어도 똥고집은 버려요

by 골프공작소

다소곳이 앉아 있는 가소로운 볼,

500g도 안 되는 뼈만 앙상한 얄팍한 클럽.

얼마든지 내 맘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드라이버는 300g 정도라니 이거 뭐,

장난도 아니고, 더욱 맘 대로 될 것 같습니다.


비웃는 것 자체가 미안할 정도지만 그래도

비웃으며 최대한 거만하게 휘둘러 봅니다.

순간 등골이 오싹해집니다.

얼굴이 점점 따뜻해집니다.

조금만 거만하게 다시 한번 휘둘러 봅니다.

점점 입술 주름이 짙어지며 입은 오그라들고

흰자위가 넓어지면서 '눈 돌았다'가 되고.
맘 가는 대로 그저 마음만 가 버렸습니다.

내몰린 자존심에 생채기가 났습니다.

귀엽게만 보이던 가소로운 볼은

땅에 박힌 철근처럼 차갑고 단단하고,

뼈만 앙상한 클럽은 느닷없이 무겁습니다.

드라이버의 자태는 그저 경이롭기만 합니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땅, 땅, 땅”

공과 한바탕 전쟁 중인 사람이 보여요.

도착하자마자 활화산처럼 타오르는 듯한

움직임으로 인정사정없이 공을 때려요.

하지만 공은 피식 웃으며 고꾸라지지요.

저기 앞엔 항복 직전인 것 같아.

맥아리가 없는 좀비처럼 움직이고 있어요.

공은 더욱 활짝 비웃으며 고꾸라지지요.

모두가 각자만의 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누가 이기나 해보자 하던 것이

어느덧 어언 10년을 훌쩍 넘겨 버립니다.

결판도 나지 않은 채 말입니다.

허투루 보았던 골프, 힘으로 시작한 골프,

이제는 힘이 없어 못 한다고 너스레를 떨기

시작합니다. 더 할 수 있는데 그냥 힘이 달려서

못 한다고 합니다. 조금만 더 하면 되는데

그저 힘이 바닥 나 못 한다고 합니다.

눈 돌았던 것이 미안합니다.

입 닫았던 것이 아쉽습니다.

귀 닫았던 것이 후회스럽습니다.

모두 그놈의 똥고집 때문입니다.

아닌 동작은 아닌겁니다.

아닌 동작이 되는 동작이 될거라는

막연한 똥고집은 전염병입니다.


골프는 배우는 것도 배워야 합니다.

기본이라는 게 그냥 하는 말이 아니죠.

공이 날아갈 수 있게 하는 기본이고

스윙을 할 수 있게 하는 기본이죠.

기본적으로 기본을 기분으로 치부해 버리면

10년이 지나도 기분이 더럽습니다.

골프는 스윙이지, 공치기가 아닙니다.

스윙은 힘이 아닙니다. 공치기는 힘이죠.

왕년에 힘 좀 있을 때 공치기를 자랑하고

맥아리가 없어지면서 오만 핑계만 남죠.


스윙은 오히려 세월의 때가 묻어날수록
그 멋은 더욱 돋보입니다.


그래도 뒤늦은 후회와 함께 지금이라도

기본을 찾아 헤매는 현명한 분들도 있죠.

공치기 10년도 구력이라고 늦게라도

기본이라는 것이 눈에 들어오고 이해도 되고

서투르지만 동작도 됩니다.


“그때 이랬었더라면 진작에 이랬었더라면

나의 골프를 허투루 버리진 않았을 건데...”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생각 자체를 못해요. 그냥 계속 버리며 살죠.
그래서 지금이라도 제대로 생각하고 제대로

가본다는 거, 당연히 늦지 않은 거죠.

그래도 공치기 10년도 구력이라고 이놈이

아마도 최대한 스윙에 빠르게 적응이 되도록

도움이 될 겁니다.

쓸데없는 고집이 10년을 좌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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