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골프도 근육을 원해요
몸을 키우기 위해서만 헬스장을 찾았습니다.
몸을 빵빵하게 만드는 목적이 아니면
근력운동을 할 뚜렷한 이유가 없었죠.
오스트랄로피테쿠스도 따로 근력운동을
하지 않았어요. 그냥 빠른 놈은 좀 더 살고
느리거나 가만히 있는 놈은 먼저 죽었죠.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당구를 치기 위해서 근력운동을
한 적이 없습니다. 탁구도 테니스도 볼링도
야구도 축구도 모두 마찬가지였죠.
그냥 빠른 놈이 우위를 선점하고 느린 놈은
항상 바닥이었죠. 실상이 이럴지인데 골프를
한다고 근력운동을 한다는 건 언감생심입니다.
고작 공 하나 친다고 근력운동을 한다는 것은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닌가요.
그런데 우리가 한 가지 간과한 점이 있어요.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삶 자체가 긴장이고
살기 위해 자주 뛰어다녔을 것입니다.
우리가 당구, 탁구, 축구 등을 한창 즐길 때는
젊었죠. 젊음은 빠릅니다.
특히 근 회복력이 순식간에 이루어지죠.
2박 3일 동안 짜장면과 라면으로 허기 때우며
당구에 전념해도 다음 날 거뜬히 또 쳤죠.
스스로 에너자이저로 착각하며 살아왔죠.
작대기로 가만히 놓여 있는 공 하나 치는데
무슨 근력운동이 그리도 필요하단 말인가,
그런데 말입니다,
막상 클럽을 잡았을 때, 대부분은 늙었죠.
늙었다는 것은 젊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 점을 우리는 생각하지 못한 겁니다.
모른 척했을 수도. 누구에게나 기본으로
깔려있는 근력은 시간이 가면 소실되고 말죠.
젊은 근은 그 소실 속도가 더디지만
늙은 근은 하루하루가 눈에 띄게 다릅니다.
더군다나 늙은 근은 주제 파악도 못 해요.
늙은 근은 ‘왕년에’를 외치며 그때 그 시절의
기억에 갇혀 지금도 왕년인 줄 알고 있어요.
늙은 근은 늙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볼 한 개 치고 ‘어 이상하네, 왜 이러지'
또 한 개 치고 ‘어 이상하네, 왜 이러지'를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그저 외칠 뿐이죠.
볼 한 개 칠 때마다 휘청거리는 걸 몰라요.
클럽을 휘두를 때마다 벌러덩 뒤로 물러나는
것도 못 느낍니다. 오히려 멋으로 착각하죠.
처음처럼 한결같이 골프를 얕보는 겁니다.
투어프로들은 300g도 안 되는 드라이버를
휘두르기 위해서 상, 하체 근력운동과
스트레칭, 코어 운동을 매일매일 거칩니다.
그들보다 자랑할 거라고는 나이 많은 것,
지방 덩어리뿐인 우리가 도사도 아니면서
클럽만 붙잡고 어찌해 보려는 건 너무 지나친
욕심 아닐까요.
오히려 우리가 더욱 근력운동에 매진하고
내친김에 심장에도 근육 붙이고 간에도 근육
붙이고 마음에도 근육 붙여야 하지 않을까요.
18홀을 버티는 근 집중력에 집중해야 합니다.
골프를 위한 운동을 해야 합니다. 약골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