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옥이와 코왁 아저씨

정다운(?) 이웃의 소리

by 조이

내가 사는 아파트는 층간소음에 매우 취약하다.

"카옥! 카옥! 카옥!"

아마도 11층에 사는 비숑인 것 같은데 울음소리가 특이하다. 우리 식구는 이 개의 이름을 '카옥이'라고 부른다. 가끔 엘리베이터 점검 중이라 계단을 오르면 카옥이가 귀신같이 알고 짖어댄다. 그래도 카옥이는 양반이다. 낮에만 짖으니까. 문제는 코왁 아저씨다.


'코왁 아저씨'는 아마 옆라인에 사는 사람인 듯하다. 우리 집 화장실과 그쪽 화장실이 마주 보고 있는 구조인지 실시간으로 생생하게 소리가 공유된다.


코왁 아저씨가 코왁 아저씨인 이유는,

24시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코와아아아아~악"거리기 때문이다. 온 에너지를 모아 가래침을 뱉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상당히 비위가 상한다. 그런데 너무 자주 많이 코왁 코왁거려서 이러다 아저씨 목에서 피나는거 아닌가 하는 걱정까지 든다. 일반적인 사람의 범위를 벗어나서 너무 자주 가래를 뱉는다. 남편과 나는 코왁 아저씨가 사실은 아저씨가 아니라 기저질환이 있는 할아버지가 아닌가 하는 추측도 해보았다. 그런데 가끔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추정되는 딸내미의 지랄발광하는 소리로 미루어 봤을 때 역시 40~50대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렇게 카옥이와 코왁 아저씨와 함께 생활하다 보니

이젠 오히려 이 소리가 안 들리면 이상할 정도이다.

추석 연휴 때 일주일 정도 여행을 갔는데, 숙소가 너무 조용해서 어색했다. 집에 돌아와서 오랜만에 "카옥 카옥 카옥!" "코와아악~!" 소릴 들으니 카옥이도 코왁 아저씨도 모두 잘 있었구나 안심이 되고 웃음이 나왔다.


참고로 남편은 아침마다 양치할 때 내장을 뱉어내는 것처럼 "우웨~~~엑"거린다. 그도 아마도 다른 집에서는 우웩 아저씨라고 불리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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