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쉽

by 신출내기

언젠가 크게 유행했던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라는 책을 보면 사피엔스가 다른 종에 비해서 여러 부족한 부분을 가지고 있음에도 가장 성공적으로 지구를 장악할 수 있었던 성공을 비결을 크게 두가지로 설명한다. 첫째는 존재하지 않는 추상적인 신념을 공유 하며 믿을 수 있었다는 부분이고, 둘째는 이를 통해 협력의 범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개미, 벌 같은 특수한 곤충을 제외하고 동물의 경우 대부분의 집단은 그 집단을 이끌어 가는 강한 개체의 육체적인 역량에 의존하게 되고, 때문에 그 규모는 50 개체는 넘어서지 못한다고 한다. 하지만 사피엔스는 위의 두가지 특이점을 통해 결국 그 협력의 범위를 늘렸고, 이를 통해 다른 개체가 이룩하지 못하는 고도화된 발전을 거듭할 수 있었다고 한다. 책에서 예시로 설명 되었던바, 오늘날의 기업은 이러한 사피엔스 집단의 전형적인 실제 사례가 된다.

이러한 협력의 범위를 키워 나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리더쉽이다. 우월한 육체적인 능력이나 타고난 혈통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확보되고 계승 되었던 예전과 달리 현대 사회에서의 리더쉽은 후천적으로 습득해야만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대외환경 속에서 그것을 습득하고,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리더쉽이란 무엇인지 정답을 이야기 하기는 힘들겠지만, 함께 했던 리더들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보며, 해야 할것과 하지 말아야 할것을 정리해 본다.


1. 범위와 방향을 명확하게 하고 역량을 집중하기

과거 신분이나 구조적인 제약을 통해서 강제적인 복종을 강요하던 시대와 달리 현대의 회사는 매우 느슨하고 한시적인 집단을 형성하고 있다. 물론 회사가 금전적인 보상을 제공하고, 구조적인 조직의 틀을 통해 일정 수준의 복종을 이끌어 내지만, 결국 리더는 이 작은 단서를 활용하여 그보다 훨씬 높은 협업의 성과를 도출해야만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요즘 같이 평생 직장이라는 상호 신뢰나 회사가 제공하는 월급의 가치가 다른 투자 자산 대비 평가절하된 상황에서 회사가 리더에게 부여하는 권한과 책임의 괴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럴때일 수록 역량과 범위의 한계치와 그것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지 심사숙고 해야 한다. 모든것을 다 할 수 없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먼저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하게 인지해야 한다. 상위 조직에서 요구하는 전략적 과제를 달성하기 위한 하나의 조직으로서 존재하는 하위 조직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이해야 한다. 그리고 본인과 팀원들의 역량과 최종적으로 달성해야 하는 그 목표사이의 차이를 명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명확한 목표아래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을 조직원들에게 맡기고, 리더는 부족한 자원을 확보하고, 필요시 목표를 지속적으로 조정해 나가며 업무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본인의 조직에 부여된 목표 자체가 정확하게 무엇인지,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함께 하는 조직원들의 실질적인 역량은 어떠한지 모르는채로, 본인이 부여 받은 KPI 대해서만 조직원들에게 강요하며, 실질적인 자원 투입 없이 열정만을 강조한다면 결국 아무도 남지 않을 것이다.


2. 빈틈을 메꾸고, 조직간의 문제를 해결하기

리더는 조직원들에 비해 좀더 많은 정보에 대한 접근 권한이 있고, 문제해결을 위한 조직 內 권한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 하지만 많은 리더가 이러한 본인의 정보와 권한을 활용하기 보다는 상부의 지시를 그대로 전달하고, 조직원들이 알아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거나, 혹은 해결을 위한 모든 해결책을 만들어 가져올 때까지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리더의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 회사에서의 수많은 미팅과 공식 회의, 자료는 그것을 잘 참여하는 것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그 정보들을 잘 소화해서 조직원들에게 적합한 형태로 다시 알리고, 이를 통해 업무의 결과와 방법에 대해서 미세한 조정작업을 거쳐야 하는 정보의 빈틈 을 메꿔야 하는 책무가 주어지는 것이다. 아무리 작은 조직이라도 사람이 함께 지내는 곳에는 오해와 편가르기가 생길 수 밖에 없다. 리더는 조직원들과 최소한 업무에 대해서는 깊이있는 소통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바, 이를 통해 조직원들같에 발생할 수 있는 관계의 빈틈 을 메꿔야만 한다. 또한 동시에 조직간의 빈틈 을 메워야 한다. 많은 조직의 KPI 는 상호대립 관계 이다. 재무조직의 수익성 목표 달성은 영업활동을 위축시킬 수 밖에 없고, 적극적인 영업 활동은 이를 수행해야 하는 운영조직에게는 운영안정석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리더는 조직간에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이해관계의 차이속에서 얼마만큼 양보하고, 받아와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해야 하고, 조직간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정하고 해결 해야 한다.


3. 잘 듣고 배우고, 전문가가 되기

원래부터 잘 알고, 잘 해왔던 분야의 프로젝트를 하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상당히 많은 경우에 한번도 경험해 보거나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던 과제를 이끌어 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가장 기본은 겸손한 자세이다. 내가 모른다는 것을 명확하게 자각하고, 처음 업무를 배웠던 그 순간처럼 듣고 배우는 것이 집중해야 한다. 물론 리더에게는 다년간의 경험이 있고, 어떤 경험은 다른 분야에서 운 좋게 일맥상통하는 역량으로 활용될 수도 있지만, 대부분 각 분야에서 철저하게 세분화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는 어설픈 경험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리더가 처음 오게 되면 여러 형태의 업무 보고를 진행하게 되는데, 안타깝게도 대충 흘려버리고, 끝까지 듣지 않고, 본인의 개인적인 소개나 성공담이나 본인이 원하는 방향성에 대해서만 일방 전달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잘 듣지 않고 배우지 않는 리더의 성향을 파악한 조직원들은 그 후로 소통을 멈춘다. 크고 넓게 보면 사실 프로젝트와 업무는 쉽고 단순해 보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결국 업무의 성패는 깊이 있고, 세분화되어 있고, 전문적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사소한 것들로 인해 갈리게 되는데, 그것은 결국 그 일을 지속적으로 수행해 왔던 현장의 전문가를 통해서만 파악될 수 있다. 그 어느 조직원도 본인이 속해 있는 팀의 프로젝트가 실패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경청을 통해 배우고 이해하고, 전문적인 수준에 도달하기 전에는 이미 존재하는 전문가의 조언을 따르기만 해도 실패를 피할 수 있는데, 많은 경우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우선순위에도 맞지 않는 엉뚱한 일을 하며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4.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되기

회사에서 부여된 조직 체계의 위계 관계를 떠나서도 함께 어울리고 싶은 괜찮은 사람이 되는 것은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인간적으로 함께 하기 조차가 힘든데, 과연 그 사람이 리더로서 조직원로 하여금 본인을 믿고 따르게 할 수 있을까?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고 싫어 하는 범주는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일견 어려워 보일 수 있지만, 조직원들이 리더에게 원하는 “인간성” 의 기준은 크게 높지는 않다. 어차피 회사에서 일시적으로 주어진 관계이기 때문에 나에게 불쾌감이나 손해를 끼치지만 않으면 되는데, 생각 보다 이러한 리더를 찾기는 쉽지 않다. 업무와 상관없는 일로 귀찮게 하지 않기. 비용이 발생하는 부분은 본인이 상대방의 부분까지 부담하기. 내 시간보다 상대방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기. 위에서 받은 과중한 스트레스를 아래로 내리지 않기. 무슨일이 있어도 절대로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기… 기본적인 사람 대 사람의 예의만 지켜 나가도 될텐데, 많은 경우 윗사람의 기분과 본인의 상태에 따라서 함부로 조직원을 대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직접적인 영향력은 위에서 오겠지만, 결국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은 개인이 아닌 함께 모인 조직의 힘이다.


5. 일관성과 개연성

프로젝트의 진행이 처음에 계획했던 대로 술술 풀려나간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A+B=C 라는 단순한 공식으로 풀 수 없는 수 많은 내/외부의 변수를 여럿이 복합적으로 풀어 나가는 과정이다. 업무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분명히 방향은 바뀔수도 있다. 외부의 상황이나 회사의 전략적 방향성이 변경될 수도 있고, 때로는 중요하게 추진하던 일을 완전히 처음부터 다시 진행해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이러한 변화무쌍한 상황속에서 효율적으로 대처하려면 각 구성원들의 능동적인 업무가 필수적인데, 여기에서 중요한 것이 일관성과 개연성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조직원들이 리더의 일관성 없는 업무 지시로 인해 많은 스트레스와 업무 비효율성을 경험한다. 그리고 변경된 방향성에 대해서 문의하는 조직원들에게 많은 리더들이 마치 본인은 한번도 그런 말을 한적이 없었다는 것처럼 식언을 하는 상황을 현장에서 자주 보게 된다. 우선 한번 결정된 사항에 대해서는 최대한 일정 정도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최소한의 가능한 시간을 부여하여 마무리를 짓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불가피하게 방향이 바뀌거나 번복되는 경우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상황과 이유에 대해서 간단하게라도 설명하고 같이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설명과 이해라는 기본적인 의사소통의 과정에서 리더와 조직원은 더욱더 서로를 알게 되고, 이는 팀웍의 가장 기본적인 상호 신뢰의 밑바탕이 된다.


6. 익숙하지 않은 상황을 피하지 않기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익숙하지 않은 불편한 상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많은 리더가 본인이 익숙한 업무와 익숙한 사람들을 통해서만 일을 하려는 것을 본다. 특히 본인 스스로가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있는 직위, 즉 무엇을 하고 누구를 만날지 결정할 수 있는 높은 직위에 있는 리더일수록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진다. 생산 분야에서만 업무를 했던 사람은 모든 신규 프로젝트를 생산을 기반으로 하여 추진하려고 하고, 한국인들과 주로 소통했던 사람은 해외 고객사나 파트너를 만나는 것에 대해 꺼려한다. 이렇게 리더의 영역이 줄어들게 되면, 결국 그 만큼 프로젝트의 계획과 실행은 이미 정해진 그 좁은길로만 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본인의 전문적인 분야와 그동안 구축한 인맥을 완전히 무시하고 늘 새로운 출발선상에만 서는 것은 당연히 비효율적이지만, 막다른 골목에서 마주친 익숙하지 않은 어색한 상황을 피해서는 안 된다. 연속적인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마주친 상황이라면 분명히 그 맥락안에서 리더인 본인에게 까지 연결된 이유가 있을 것이고, 이것을 리더가 회피한다면 결국 거기서 프로젝트의 범위는 제한되는 것이다. 막상 만나서 이야기 해보고, 마주해 본다면 어려운일은 전혀 없다. 개인적인 취미, 선호, 성향과는 무관한 동일한 업무적인 이해관계에서 발생한 상황인만큼 할 수 있는 만큼만 전진하면 된다.


리더쉽이란 결국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좋은 사람이 되는 것 이라는 생각이 든다. 좋은 리더쉽은 어느 순간 갑자기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리더가 되기를 굳이 바라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더쉽은 반드시 필요하다. 함께 어울려 가는 사회속에서 우리는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수 많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게 되는데, 그 안에서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우리는 어딘가 에서는 리더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취미활동을 위한 모임에서, 그리고 갑자기 마주 하게 된 그 어떤 상황에서.

3번째 주재원 생활을 다시 마치고, 다시 본사 복귀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나는 과연 지난 5년여의 시간 동안 함께 했던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이었는지 생각하게 된다. 과연 해야 할 일들을 했고, 하지 말아야 하는 일들을 하지 않았는지.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다시 내가 만났던 사람들과 함께하게 되는 순간이 된다면, 그때 보다는 더 좋은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다시 시작하는 한국 생활속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팀을 이뤄 멋진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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