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하자는 굳은 다짐을 하고 마지막 출장을 다녀왔다. 한국으로 돌아갈 날을 이제 겨우 몇일 앞두고서 더 이상 불편한 비행기를 타고 업무를 위한 출장을 피하고 싶었지만, 누군가는 해야하는 일 이기에 꾹꾹 참으며 짧은 출장을 또 다녀왔다. 더욱이 이번 출장은 한국과 유럽에서 합류하는 임원들을 같이 수행해야 하는 일정이었다. 요즘은 시대가 많이 변해서 많은 리더들이 예전과는 다르다고는 하지만 대기업에서 수십년을 근무한 그 분들을 모시기는 여간 쉽지 않은 일이다. 한때는 그분들의 예전 경험담을 듣고, 출장지에서 우연히 만나게된 옛 인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상황이 흥미로웠던 적도 있지만, 이제는 그 분들의 경험이 지금의 상황과 맞지 않고, 한두 마디의 조언으로 해결되지 않는 복잡한 일들이 대부분이다. 누군가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리더쉽의 변화를 스스로 만들어 나가지만, 대부분 옛날의 영광 스러운 기억을 고집스럽게 붙잡고 있을 뿐이다.
오랜 시간동안 쌓인 사람의 행동은 습관이 되고, 그것을 상황에 맞게 맞춰간다는 것이 어렵다는 전제로 볼때 과연 이 분들이 회사를 떠나서 혼자서 살아 내실수 있는지 걱정스럽다. 비행기나 호텔의 예약이나, 공항에서 물을 사거나, 체크인을 하며 내일의 모닝콜을 부탁하거나, 식당에서 주문을 하거나 , 택시를 불러서 이동을 하는 일상적인 일들까지도 자연스럽게 누군가에게 지시하는것을 보면 과연 아무도 없을때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업무에 대해서도 배경에 대한 상세한 설명, 전체 방향성에 대한 전략, 미팅 상대방에 대한 대응, 최소한으로 확보해야 하는 마지노선, 그리고 미팅을 마무리한 이후에 후속 대응 방안까지도 의존해야 만 하는 분들이 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일상적인 생활이나 새로운 업무에서나 홀로서기 할 수 있을까? 하다 하다 준비된 음식이 불만 스럽다며 본인의 미식 습관을 자랑 하는 모습을 보니 머리가 아파온다.
불편함을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건 중요하다. 몸의 불편함을 만들고 극복해 나가며 운동이 되고, 새로운 것을 이해하고 배워나가는 과정에서 성장이 있다. 혼자서 계획을 세워서 여행도 다닐 수 있어야 하고, 식당에서 밥도 먹을수 있어야 한다. 기본적인 요리는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도 모르는 새로운 곳에서 주변 사람들을 알아가고,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줄도 알아야 한다. 스스로 불편한 과정 속에서 그나마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에 맞춰가며 적응해 갈 수 있고, 함께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어려운 일을 마주했을때 피하지 않고,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결론을 내고 그 과정을 직접 겪어 갈때 성장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한번 해 보고 나면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해하고 고마워하게 된다.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공동체는 서로 서로 함께 엮여 있는 일들을 주고 받으며 지내는 곳이다. 그 무엇도 당연히 받을 수 있는 것은 없는 것이다.
이제 곧 맞이하게 될 새로운 시작은 분명히 많은 불편함과 어려움을 동반할 것이다. 5년이 넘는 시간동안에 한국은 또 회사는 얼마나 많이 변했을까? 분명히 시간 시간이 어색할 것이고, 과정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다. 어려움 속에서 그냥 누군가에게 문제 그대로 넘기고, 해결된 결과물을 받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을 피하거나 짜증내지 않고 천천히 스스로 해결해 나가야지. 불편함을 통해서 배우고 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