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보내며

by 신출내기

이제 앞으로 10일 이후면 5년 반동안의 해외생활을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1년전에 독일에서 이곳으로 옮기게 되며 겪었던 마지막 헤어짐의 시간을 다시 또 보내고 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업무속에서, 생활속에서 새롭게 만들어 졌던 인연들을 마지막 이라는 이름으로 인사를 나누고 정리하는 기간 입니다. 어떤 것은 속 시원하기도 하고, 어떤 것은 아쉽기도 하고, 어떤 것은 귀찮기도 하고. 오래된 서랍속을 정리하듯 쌓여왔던 인연들을 돌이켜 보며 마무리를 합니다. 어떤 사람들과는 시끌벅적한 분위기에서, 누군가와는 숙연하게, 누군가와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긴 시간이 아니었는데, 이렇게도 많은 관계들이 생겨났을 줄이야.


삶의 흐름을 이야기 할때 길이와 굵기로 표현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굵고 짧게 또는 가늘고 길게. 결국 실 이라는 길게 이어진 어떤것으로 표현된 그 묘사가 살면 살수록 정확한것 같습니다. 갑자기 시작되어서 언제까지 풀려나갈 수 있을지 모르는 실타래를 가지고서, 끊어질 듯 위태롭게, 때로는 바람에 하늘 하늘, 비가 오면 비에 젖고, 나뭇가지에 엉키기도 하면서 이어 나가는 모습이 정말 실 같습니다. 실과 실이 만나는 그 짧은 순간에 누군가와는 평생 이어져 나갈 매듭이 지어지기도 하고, 그냥 스쳐 지나가기도 합니다. 평생을 지나도 한번도 이어지지 못할 수 많은 실들은 또 얼마나 많을지.


마지막을 아름답게 지켜 나가는 일은 참 어려운 일 입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해오던 일들이 마지막을 앞두고 나서는 마냥 귀찮고 의미없게 느껴집니다. 결국 끝나버릴 일이고 인연인데.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는 일인데. 내가 아무리 노력하더라고 그 결과는 결국 나와는 상관 없는 일인데. 어린시절 마지막 순간에도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그 철학자의 잠언이 위대하게 느껴집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마음을 몇번이고 다잡지 않으면, 얼마 남지 않은 여러 마지막들은 금방 망가져 버릴겁니다.


마지막은 이렇게 오늘의 일상을 의미없게도 만들지만, 한편으로는 마지막이 있기에 나의 하루가 의미가 있어지는 것도 같습니다. 결국 모든 삶의 순간과 인연들은 마지막을 맞이하게 될 텐데, 아무도 그 마지막이 언제라는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오늘이 소중해 지는 역설 입니다. 어찌 보면 마지막은 신이 우리에게 허락한 허무를 이기는 마지막 지혜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늘 출근하며 바라보던 풍경이 새삼스럽게 새롭고, 한참 많은 시간이 있을거라 생각해서 가보지 못했던 곳들이 아쉽습니다.


이렇게 하루가 또 흘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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