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렇듯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내던 어느 날, 귀국 준비에 필요한 서류를 챙기려고 낮에 집에 들렀다. 보통 문 앞에 앉아 있다가 반갑게 달려오는 히로를 기대했는데, 아무런 기척이 없어서 마당을 둘러봤더니 가을 햇살 아래 둥글게 몸을 말고 단잠을 즐기고 있었다.
혹시 단잠을 깨울까 봐 조심조심 한 걸음씩 다가갔는데, 어찌나 달게 자고 있는지 바로 옆에까지 다가가도 모르고 있었다. 낙엽을 일부러 모아 놓은 것이 아니라 모여 있는 낙엽을 헤치고 자리를 잡았을 텐데 꼭 일부러 포근하게 낙엽까지 모아서 잠자리를 마련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따사로운 가을 햇살과 시원한 바람을 즐기며 단잠에 잠겨 있는 히로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렇게 찾아도 찾을 수 없었던 보람이 슬그머니 스며들었다.
새벽같이 일어나 차가운 차를 몰고 출근해서 밤새 쌓여있는 이메일을 보고, 회신하고, 반짝반짝 나의 메시지를 재촉하는 팀즈 메신저 채팅 창들을 보면서 하나씩 답변을 해주고, 서로 다른 이해관계로 얽힌 업무를 처리하다가 지친 몸과 마음으로 터벅터벅 퇴근하던 일상 속에 찾아도 찾을 수 없던 보람이 여기 한낮의 마당에 히로의 단잠 속에 있었다.
내가 애쓰며 지켜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한참을 바라보았던 어느 가을 오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