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을 타고 출퇴근을 하다 보니, 많은 인파에 치이게 되는 어려움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운전할 필요가 없이 몸을 맡기면 된다는 장점이 있다. 해외에서 띄엄띄엄 접근성이 떨어져서 거의 이용하지 못했던 대중교통이나, 자차를 이용할 때 극심한 교통체증에 시달리던 때와 비교해 보면 새삼 한국의 쾌적하고 정확하고 촘촘한 대중교통은 한국 생활의 주요한 이 점 중의 하나다. 더욱이 학창 시절에 꿈꿔왔던, 내릴 정류장에 대한 사전 안내까지 자동으로 된다니 정말 이용하기가 너무 편해졌다.
아무 생각할 필요 없는 아침과 저녁의 시간이 생기다 보니 그동안 따로 챙겨서 듣지 못했던 것들을 찾아보게 되었는데, 요새는 피아노 연주곡들에 푹 빠져있다. 클래식 음악 듣기와 연주하기를 즐겨하는 아내 덕분에 옆에서 함께 하다 보니 곁에서 자연스럽게 들었던 곡들을 출퇴근길에 하나씩 찾아서 듣고 있는데,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선사하는 안도감과 만족감은 하루를 마무리하게 해 주는 충분한 위로가 된다. 익숙한 멜로디의 속에서 연주자의 손끝을 통해서 울리는 그 정확하고도 미세한 당김과 늘림은 어쩌면 그렇게도 완벽한 하모니를 만들어 내는지. 나도 모르게 숨죽이고 귀를 기울이다가 깊이 심호흡을 하며 그 세계에 빠져든다.
조금씩 나이가 들어갈수록 점점 더 세계와 민감하게 상호 반응하게 되는 것 같다. 좋은 것을 보고, 듣고, 먹어도 그 미세한 차이를 몰랐었다면, 이제는 그것들의 미묘한 차이가 느껴진다고나 할까. 섬세하게 다듬어진 거장의 연주, 긴 세월 동안 잘 숙성되고 준비된 정찬, 평생의 고민과 사색을 통해 쓰인 문장. 여전히 일상생활 속에서 보통의 것들과 함께 지내는 것에 대한 불편함은 없지만, 만약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이제는 더 깊은 것들을 고르게 된다.
얼마 전에 근처 공원을 산책하다가 들렀던 도서관에서 읽었던 코스모스의 서문 중에 한 문장이다. “코스모스를 정관 하노라면 깊은 울림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다.” 고요하고 진지하게 바라보면 언제나 존재했지만 인지하지 못했던 세계를 발견하게 된다. 이제는 더 이상 바쁘고, 급하게, 쫓기며 유일하게 나 혼자서 해 낼 필요가 없으니 다시 돌아온 한국에서 그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내 곁의 우주를 찾아볼 시간이다. 조급할 필요는 없다. 삶의 정수와 고전들은 늘 있어왔던 것이고, 내가 익어가는 만큼 그 맛을 알아가게 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