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보고 싶다고 연락하는 동생 같은 친구가 있다. 내일 만나 밥 먹자, 했다. 만나자마자, 점심에 뭐 먹었어? 물었더니 라면이라고 했다. 맛있는 밥을 사주고 싶었다. 근처에 불고기 맛있게 하는 데 있다는데 갈래? 했더니, 좋아요, 그런다. 쌀밥에 불고기를 상상하고 찾아간 집은 식당이 아니라 술집이었다. 이런. 검색할 때 리뷰를 꼼꼼히 살폈어야 했는데. 그냥 들어갔다. 배도 고프고, 근처에서 식당 찾기도 어려워 보이고, 주차하느라 동네를 서너 번 돌고 난 후였다. 1인분에 300g. 배 터지겠군. 혼잣말하다가 피식 웃었다. 꼭 배 터진다고 말해야 해? 배부르다고 말하면 안 돼? 귓가를 스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배부르면 남기지, 뭐. 했는데 거의 다 먹었다. 일어나 카페에 갔다. 위스키 스트레이트 한 잔이 생각나는 밤이었다. 드립 커피를 주문했다. 친구가 묻는다. 브라우니도? 배 안 불러? 후식 먹을 배는 따로 있으니까요. 또 웃었다. 배 터져.. 카페 특별 블렌딩 드립 커피는 맛이 싱거웠다. 음악은 맛있었다. 중2 겨울 방학. 교지 편집하러 학교 가던 길을 뎁혀주던 노래. 앳 세븐틴. 제니스 이언. 친구와 함께 웃었다. 한 사람에겐 추억이고 또 한 사람에겐 낯선 노래. 다른 시간을 살지만 웃음을 나누는 사이. 그거면 됐지, 뭐. 그럼. 충분하지. 카페를 나오면서 내가 말했다. 가끔 니가 생각나. 왜 그런지는 모르겠어. 그냥 같이 밥 먹어야지 생각해. 버스 정류장에 친구를 내려주고 혼자 또 웃었다. 쓴웃음이었다. 잘못 말했다. 밥 먹듯이 니 생각을 해. 왜 그런지는 모르겠어. 그랬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