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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망효과로 삶을 버티다

by 페이지 성희

조망효과 (Overview Effect)혹은 성찰효과는 미국의 작가 프랭크 화이트가 만든 심리학 용어다.

높은 곳에 올라가 발아래 펼쳐지는

풍경을 내려다보며 일상과

현재의 삶이 사소하게 느껴지고

힘든 고민이 대단치 않게 여겨지는 마음상태를 말한다.


특히 지구를 벗어나 우주를 경험한 우주인들이 우주여행 후 창백한

푸른 점이란 지구를 보고 이런

마음을 강하게 느낀다고 한다.


시야가 확 트인 높은 곳에서 가장 광대한 세상을 바라보면

마음속에 품었던 가치관과 세계관,

인간관까지 달라지고 삶이

저절로 겸허하게 바뀐다고 한다.

한마디로 세상살이 인간살이가

아이들이 갖고 노는 장난감 같이

하찮고 가볍게 여겨진다는 의미다.


세상에는 조망효과가 필요한

사람이 많다.

나의 슬픔이 크고 비극적이라

인생 전부가 무너진 듯해도

사실 멀리서 바라보면

누구나 겪고 사는 그저 그런

별일이 아닐지 모른다.

그러니 살면서 하나를 잃었다고

마치 열을 잃은 듯 세상이 무너진 듯

너무 슬퍼할 일은 아니다.


때로 한 발 물러서서

자신의 삶을 바라보라.

내가 겪고 있는 행복이나 불행을

내일이 아닌 남의 일처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받아들여 보자.

그래야 행복이나 불행에 쉽게 휩쓸리거나 그것들에 물들지 않고 나로서 온전히 살아간다.


우리는 삶을 너무 붙잡고 의미를

부여하고 삶과 사람에게 매달린다.

삶에 집착하면 정반대로 죽음을 생각할 확률이 높아진다.


기차역에 앉아서 우리가 타고 갈 기차를 기다린다고 생각해 보자.

기차가 오는 시간까지 시간이 남아

있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무엇을 하든 자유다.


타야 할 기차는 반드시 오고

그때까지 뭘 하든 마음대로

시간을 보내면 그만이다.

기차는 인생의 마지막을 의미한다.


어찌 보면 살아 있다는 건

특별한 게 아니다.

벌레나 인간이나 지구 표면에서

생명활동을 하는 유기체일 뿐이다.

인간만이 과도하게 발달된

의식 때문에 삶에 끊임없이

의미부여를 하고 매달린다.

45억 년 지구의 역사를 놓고 봐도

인간이 존재한 시간은 찰나이다.

그런 존재가 만물의 영장이라고 으스대며 지구의 주인이라 외친다.

소행성 궤도 하나 틀어지면 한순간에 전멸할 나약한 존재다.



좁은 시야의 안경을 쓰고

나에게만 집중하면

나와 가족 내 주위만 보인다.

보이는 게 세상의 전부이고

이것만이 소중하다고 느낀다.

내가 만든 세상과 나날만 의미 있고

보람 있는 삶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알고 보면 대단한 게 아니다.

내가 보낸 삶도 단지 먼지 같은

수많은 나날 속에 하루일 뿐이다.

남들도 하루를 열심히 최선을

다하며 산다.

"나 혼자만^이란 집착, 자기 연민은

이젠 벗어서 내팽개치자.


삶이 힘들 때 힘들면 힘든 대로

욕지거리라도 하며 버티고 살면 된다.

누가 속시원히 욕이라도 하면

속이 시원해지는 이유가 그래서다.

욕들으러 돈까지 내고

욕쟁이 할머니 밥집에도 간다.

욕의 카타르시스란 말도 있다.

감정도 쌓이다 보면 배설하게 되어있다.


힘듦을 힘들다 함은
삶은 물론 죽음까지
부정이 아닌
긍정으로 바라보게 한다.


죽음이 있기에 고통은

영원하지 않고 지워진다.

죽음이 있기에 한정된 삶에

자유의지를 갖게 된다.

죽음이 있기에 갇힌 사고와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다.

우리는 죽음을 떠올리며 살아가기에

삶을 더더욱 가치 있게 살게 된다.


꽃이 피어 아름다운 시절도 있지만

꽃이 지고 바람을 일렁이게 하는

녹야청청 잎의 계절도 온다.

겨울날 잎 떨어진 가지에서 소담스런 꽃송이를 기억할 수 있을까?


그렇게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온다.

모든 건 다 변한다.

세상만물 고정된 건 하나도 없다.

절대적이었던 믿음도 변한다.

인간관계도 시절인연이란

멋진 단어로 유통기한이 있다.


삶에 과몰입할 때에는 누구에게나 죽음이 공평하게 찾아온다는
사실을 상기해 보자.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지금 여기에서 머물러 보자.

찰나에 흩어질지도 모르는

사소한 행복과 기쁨을 놓치지 말자.


아무쪼록 모두의 삶이 조망효과라는 대단치 않은 이 대단한 것에 기대어

버티시길. 그리하여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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