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침묵의 말

by 페이지 성희


1825년 러시아 알렉산드르 1세가

죽은 뒤에 니콜라이 2세가 즉위하자마자 데카브리스트 "12월의 당원"들이

러시아의 근대화를 요구하며 반란을 일으켰다.


황제는 사흘 만에 무자비하게 진압하고 주동자 5명에게 교수형을 선고했다.

이때 운 좋게도 콘드라티 릴레예프의

목을 매단 밧줄이 그만 끊어지고 말았다.

시인이었던 그는 벌떡 일어나 군중을 향해 의기양양하게 소리쳤다.

" 이 밧줄을 보라! 러시아는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

밧줄 하나도 제대로 못 만들지 않는가!"


그 당시 유럽의 다른 나라처럼 러시아에서도 사형장 밧줄이 끊어진 경우 이를 신의 섭리라 믿고 사면해 주는 게 관례였다.


니콜라이 2세도 별수 없어서 사면장에 서명하다 문득 신하에게 물었다.

기적이 일어난 뒤 릴레예프가 뭐라던가? 신하가 러시아는 밧줄 하나도 제대로 만들지 못한다고 조롱했다고 전하자 황제는 화를 내며 그 자리에서 사면장을 찢어버렸다.

" 그 말이 틀렸음을 증명하도록 하라."

릴레예프는 다음 날 교수대에 다시 섰다. 이번엔 줄이 끊어지지 않았다.



더 이상 볼 일이 없을 거라 생각될 때가 있다.

내키는 대로 내뱉어도 될 거라

생각하는 그때 그 한마디를 조심해야 한다.

바로 그 한마디를 내뱉기보다 삼켜야 한다.


삶과 죽음의 찰나에 섰을 때 예기치 않은 기적이 찾아오기도 한다.

비록 목숨보다 귀하게 여기던 신념을 지키는 말이라도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되면

아무 소용이 없지 않을까!

살아야 신념을 지키고 그 신념을 완성시켜 가는 게 아닐까!

어찌 되었든 내 목이 형장에 나뒹구는 건 신념 이전에 문제임이 분명했다.



우리 속담에 말이 소중함 만큼

침묵이 중요하다는 속담이 있다.

⁸남자는 입이 무거워야 한다."

인생에서 멈춤의 중요성을 침묵에 시점에 보고 말의 갈무리를 강조하는 말이다.


침묵이 때로는 말보다 의미 있고 다른 사람에게 신뢰를 주는지 생각해 보자.

침묵은 미덕이고 본보기가 된다.


말이 넘쳐나는 시대, 표현을 잘할수록 환호받기에 어찌 보면 요즘 사람들은

표현 과잉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하기에 더욱 말과 글을 자제하고 절제함이 중요한 시기다.

18세기에 나온 고전인

"침묵의 서"가 여전히 인기가 있다. 시대를 넘어서 가치가 있음을 증명한다.


침묵의 의미를 생각할 때 두 가지 관점에서 중요성을 전제한다.


당신이 말하지 않을 자유가
존중받고 있는가?

당신의 침묵 안에는
아무 의미가 없는가?



침묵은 말보다 더 강력한

표현이 될 수 있다.

침묵은 말을 많이 하는 것보다

수사학에서 볼 때 말보다 더 좋은 표현의 방법이 되기도 한다.

진정한 지혜는 말을 삼가함으로써

얻을 수 있다.

침묵은 말 안 하고 있는 게 아니라

나의 의사 표현이라는 걸 말하고 있다.



저자는 침묵은 보다 나은 말하기

능력 이라며 여러 법칙들을 소개한다.


침묵보다 나은 할 말이 있을 때만

입을 열어라.


말을 할 때가 따로 있듯이

입을 다물어야 할 때가 따로 있다.


언제 입을 닫을 것인지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입을 닫는 법을 먼저 배우지

않고서는 결코 말을 잘할 수 없다.

우리는 한 번도 침묵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말 잘하는 방법이 중요하듯이

침묵하는 방법도 배워야 한다.

말을 해야 할 때
입을 닫아야 하는 것은
나약하거나 생각이 모자라기 때문이고


입을 닫아야 할 때 말을 하는 것은 경솔하고 무례하기 때문이다.



침묵이 필요하다고 해서 진솔하게

말해야함 조차 포기하라는 뜻은 아니다.


말을 해야 할 때는 해야 하는 것이고 침묵이라는 것은 그때그때 적절할 때 써야 한다.


어떤 생각들을 표출하지 않을지언정

그 무엇도 가장해서는 안된다.

마음을 닫아 걸지 않고도 입을 닫는

방법은 많다.

신중하되 답답하거나 의뭉스럽지 않는 방법,

진실을 드러내지 않을 뿐 거짓으로 포장하는 방법이 아니어야 한다.



그밖에 침묵의 종류에는 10가지가 존재한다.

신중한 침묵, 교활한 침묵, 아부형 침묵, 조롱형 침묵, 감각적인 침묵, 아둔한 침묵, 동조하는 침묵, 무시하는 침묵, 정치적 침묵,

신경질적이고 변덕스러운 침묵이 있다.


여기서 신중한 침묵이 가장 좋다

때와 장소에 따라 상대하는 사람에 따라 존중의 뜻으로 하는 침묵이다.


아부형 침묵은 누군가의 기분을 맞춰 줄 의향으로 누군가의 말을 거스르지 않고 경청할 뿐 아니라 그의 행동이나 말을

달갑게 받아들인다는 표시다.


감각적인 침묵은 아무 말하지 않고 있어도 얼굴에서 밝고 개방적이며 생기 넘치는 기운이 느껴지고 ,말에 의존하지 않고도

어떤 감정 상태에 있는지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침묵이다.


뭔가 합이 잘 맞는다는 느낌,

오래된 친구들 간에 얼굴만 봐도

아무 말 안해도 뜻이 통함과 같다.

침묵이 군더더기 넘치는 말잔치보다

그 마음을 잘 표현한다,


오랜 결혼생활을 지탱하는

부부의 경우에서 그 예를 수 있다.

이른 아침 백발의 아내보다 먼저 일어나 군불을 지피고 물을 가득 길어다 놓는 늙은 남편의 아내 사랑은 "사랑하오"를 수천 번 외침보다

더 크고 지극한 침묵의 사랑이다.


사람들이 말보다 침묵으로 사랑 분노, 희망이 더 잘 표출하는 것을 익히면 침묵으로도 충분히 교류하고 별문제 없이 살아간다.






"침묵의 서"는침묵하는 법을 알고 싶거나 침묵을 잘 활용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책이다.


좀 더 좋은 말, 좀 더 신중한 말,

좀 더 절제된 말을 하자라는 의미를 가르친다.



작가가 조언하는 뜻은

말을 하는 것보다

입을 닫는 것이

위험하며

침묵이라는 것은

비겁하다는 뜻이 아니라

절제되고 진중한 표현을 위한 예비자세라는 뜻이다.


요즘시대에 더 필요한 침묵의 의미,

침묵의 소중함을 새기며 이제부터 말하기전에 항상 고려해 보자!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이 아닌지
의심하자.

내가 단지 말하려는
욕망에 몰두해
말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보자






참조 서적 ; 침묵의 서

저자; 조제프 앙투안 투생 드누아르

(성직자 겸 작가)

역자 ;성귀수

출판사;아르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