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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의 인연이어도 행복이어라

by 페이지 성희


평생 단 한 번의 만남, 한 번뿐인 일을 일기일회라 한다.

일본의 다도에서 쓰는 말이라 한다.

다도의 대가 센노 리큐는

차를 마시는 그 순간

함께 한 사람들과

두 번 다시 돌아오지 못할

기회라고 말했다.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만나는 사람을 소중히 대하고

최선을 다하자는 의미이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마지막에 남긴 말도 이와 비슷하다.

그는 아프기 전 매일 자신에게

똑같은 질문을 건네었다고 한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면

내가 하려는 일을 할 것인가?

그런 과정을 반복하며

혁신의 아이콘이 되어갔던 그도

생애 마지막은 달랐다.


건강했을 때는 자신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일이 막상 췌장암으로

시한부 인생이 되고 보니

평생 살면서 소중한 사람과의 만남,

그들과 함께 한 시간이 부족했음을

깨달았다. 인생에서 가장 아쉬운 후회로 남았다.




법정스님의 법문집 제목에도

일기일회가 있다.

지금 우리의 삶이 단 한 번이고

지금 이 순간도

생애 단 한 번의 시간인데

그 어떤 만남이라도

단 한 번의 인연이 소중하며

그게 순간의 신비함이라고 했다.


우리가 영원할 것만 같은 우주에서

짧게 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어쩌면 만남의 이 순간이 가장 경이로운 신비라고 말씀하셨다.

불교에서 지금 이 순간에 머물러

충실히 살라고 함도 그런 뜻이다.


일기일회는 우리가 누구를 만나든

또 어느 순간을 맞이하든

지금이 지나면 영원히

다시 오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떤 사람과의 인연,

만남을 소중히 여겨야 하는 게

끝이 있고 그 만남이 길지 않아서다.





삶이 후반기에 들어서면
누군가를 보고 싶다는
절절한 마음이 커진다고 한다.




사랑이 그리움뿐이라면
시작도 아니했습니다

오랜 기다림은
차라리 통곡입니다.

사랑에 이별이 있다 하면
시작도 아니했습니다.


- 용혜원 시인의 시 한 구절이다-



지난 수필반 수업에서

한 수강생이 쓴 글 속에 나온

한 구절이다.

이십 대 젊은 시절에 결혼까지 생각했던 여성을 떠올려

글을 쓰고 발표했다.


이제 와서 이 나이에

글로 밝히는 게 주책이라던가 무의미하다 했다.

결코 아니다.

그분의 빼어난 글씨체만큼

아름다운 용기였다.



나른하고 따뜻한 어느 봄날이

불러온 아련한 추억!

그 속의 소중한 기억이며

지금의 감성 깊은 그를 만든 조각돌이기도 했다.


가장 빛나던 시절

마음 깊숙한 곳에

감춘 연애편지처럼

누렇게 빛바랜

글씨조차 흐려진

오래된 이야기라 해도


아무도 모르게

문득 떠올리는 일과

글로 써 발표하는 일은

분명히 다르다.

함부로 내보이기 쉬운 게 아니다.


어느 날 문득

기억의 섬광 한 조각!

그 사람을 생각하면

미소가 떠오르지만

한편 부끄럽고 미안하고

그늘진 마음!


돌아갈 수 없는

가지 않은 그 길과

그 사람과 보낸

시절이

마음에 절절히

비가 되어 내리고

강물처럼 흘러서

마음 밑바닥에

가라앉았는지 모른다.


그 글을 는 모두가

마음속의 첫사랑을

잠시 불러 보았다면

그걸로 충분하리라.


어쩌면 이 순간

이심전심으로

그 사람도 나를 떠올려 준다면 그리하여

서로가 설레었던 시절에

일각이라도 머문다면

이 봄은 죄와 벌의 나날일까!


시간보다 지워지지 않는

기억에 기대어본다!

그리운 시간에 기대어본다.






내가 좋아하는 노랫말이 의미있는 가곡이다.


시간에 기대어

고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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