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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페이지 성희
Nov 30. 2024
고운정 미운정 흐르는 그 곳
어렸을적에 외할머니를 따라서
명절 즈음에는 경동시장에 갔었다.
입구에 들어서면 거리는 흥청거린다.
가게나 거리에서건 그득 쌓인
물건들을 보면
마음이 저절로 풍선이 되어
하늘높이 붕붕 떠다녔다.
용인에 이사와서도 어릴 때의
추억 소환 삼아 재래장에 간다.
장에는 어르신들이 많아
어릴때 할머니를 만나는 기분이
들어
마음이 푸근하
다.
용인장은 기존 중앙시장이 있지만
5
일과 10일 정해진
장 날짜에 크게 열린다.
기흥역에서 버스대신 에버랜드행
모노레일 열차를 타고 가야
여행 가는 맛도 난다.
김량장역에 내리면
개천길을 따라 징검다리가 놓여있다
그 너머에 알록달록 파라솔 꽃이
피어 있는 시장이 나온다.
나도 모르게 반가움과 식욕이 올라온다.
시장 안쪽에 가마솥이 걸린
칼국수 가게가 나를 부르며
손짓하기 때문이다.
김이 솔솔나는 손만두와 뽀얀 찐빵,
맛깔스럽게 뻘겋게 무친
겉절이 김치가 단짝인
손칼국수에 군침이 돈다.
뭐니뭐니해도 배부터
든든히 채우는게
장보기 순서다.
김장철에 무를 사면 지천에 널린 시래기도
한무더기씩 서비스로 받고,
나머지는 거저다시피 판다.
알토란 한 됫박 알밤을 사도
섭섭할까봐 덤 몇 알을
얹어 주는 인심이 구수하다.
새우철에 생선가게는
사람들이 벌떼처럼 몰려 들어
새우를 퍼담는다.
나무 상자에 담겨 높이 쌓아있는
새우 가격에 눈이 휘둥그래질 정도다.
저리 팔아서 뭐가 남나 싶게
가게끼리 경쟁이 붙어 손님만 장땡이다.
용인장은 시골 정취가 나고
거리도 가까운 용인의 대표장이다.
백암장은 처인구 백암 농협
근처에서 열리는 민속장이다.
1일과 6일에 선다. 백암은 순대로 유명하다.
봄 햇마늘철과 가을,
잘말린 고추가 나오면
드라이브 삼아 남편과
이곳에 간다.
남편은 나보다 물건 고르는
안목이 탁월하다.
달고 알이 잘여문 물건만
쏙쏙 골라 담는다.
그와 함께 가면 안심이다.
시장에 들어서면 매케한 고추내음과
마늘내음이 진동한다.
이른 아침 길거리는 꽉찬 주차장을 나와
헤매는 차들로 붐비고,
온갖 식물 모종과 토종 화분이
시장 입구부터 꽉차게 펼쳐져 있다.
가게를 지키며 이름표를 달고있는
물봉숭아, 사랑초, 분꽃은 이름대로
소박하고 수줍다. 수많은 풀꽃이 하나하나마다
이름이 있다는 것도 신기하지만,
꽃 이름이 어찌 그리 꽃과
어울리는지
절로 감탄이 나왔다. 어디선가 주인장이 나타나
"지나는 사람마다 자꾸만 지겹게
물어 봐 싸서 이름표를 달았어요"
설명한다.
아무렇게나 종이 박스를 북북 뜯어,
모나미 볼펜으로 찍찍 갈려 써놓은
이름표가, 장에 팔러나와
풀죽은 모습을 한 강아지와 닮았다.
다른 곳에서 구경도 못할
연녹두빛 올방개묵,
팥고물이 듬뿍 올라간
시루떡,
방금 만들어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벽돌만한 손두부도 있다.
가게 앞에 조르르 앉아 계시는
할머니 손님들이 귀여우시다.
맘먹고 준비해 간 DSLR 사진기를 들이댄다.
"장날 홍보사진 올릴게요"
한마디 하면 흔쾌히 환한 미소를 덤으로
한컷을 허락해 주셨다.
기흥 구청 금요장도 잊지 못할
용인의 대표장이다.
서울의 황학동
시장을 닮았다.
아나바다 취지로 시민들이
자신이 쓰던 걸 팔았다.
입소문이 나면서 장사치 시장판으로
변질되더니 코로나 때 사라졌다.
계절 옷과 온갖 생활용품이
(악세사리, 선글라스, 밥숟가락, 자기 그릇,
커텐, 신발, 가방)
없는게 없었다.있는거보다
없는거 찾기가 쉬울 지경이다.
안보고 지나치면 일주일이 섭섭했다.
사람살이가 보이고 인생살이 역사가
읽혀서 신기하고 재미있다.
한구석에서는 처인구 농부들의
로컬 매장도 있었다. 제대로 햇빛을
흠뻑 받아 키운 토마토, 블루베리,
가지고추, 당조고추, 애기가지,
작아도 진한 맛의 토종 오이도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기에 인기만점이다.
흔히 사람들이 좋아하는 구경이
사람 구경과 불구경이라 하지 않던가!
나는 여기에 장구경을 추가하겠다.
특별히 정해진 날짜를 기다리는
설레임이 좋고,. 제 계절을 맛보고,
풍요로움을 가득 담아 와서 좋다.
장구경은 소소한 일상에 행복을 주는 맛집이고
출구없는 매력 부자다.
- 위의 글은 DAUM과 NAVER 블로그에
올렸던 3편의 용인장 소개 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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